“대우조선해양 파업 48일째 이어져”…尹정부 ‘노동정책’ 시험대 되나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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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우조선 불법파업, 법·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
경찰력 투입 통한 강제 해산 내지 긴급조정권 발동 전망 관측 제기

7월19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이 48일째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하청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1도크(dock)에서 건조 중인 원유 운반선 한 척을 점거하면서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국내 최대 산별 노조 중 하나인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오는 20일 총파업을 할 예정이다. 

이날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동시에 4척의 30만DW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을 품을 수 있는 1도크의 모든 공정이 멈춰버렸다. 이 탓에 매출 감소와 고정비 손실이 매일 각각 260억원, 60억원씩 늘어나고 있다.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누적 손실액은 약 6000억원으로 추산될 만큼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번 파업은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하청지회 노조와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진행됐다. 하청지회 노조는 임금 30% 인상과 노조 전임자 인정 등을 요구했다. 반면 협력업체 측은 협력사의 지불 범위를 벗어나는 임금 인상 요구라며 난색을 보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과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과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파업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18일 노사관계의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노조에 속수무책 끌려다니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정부도 이날 ‘대우조선해양 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노사 간 대화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불법적인 점거가 이어진다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하청지회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경찰력 투입을 통한 강제 해산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공권력 투입에 앞서 지난 주말부터 진행된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노사 4자의 협상을 주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노사 4자는 대우조선해양이 2주간의 하계휴가에 돌입하는 오는 25일 이전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자는데 일단 합의했다. 하지만 협력업체 노사는 임금 인상과 관련해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장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는 “임금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 양측이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임금 부문에선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협상 난항을 털어놨다.

정부는 오는 20일 예정된 금속노조의 총파업 상황도 지켜보는 것으로 관측된다. 금속노조는 총파업대회를 서울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앞에서 동시에 열기로 했다. 특히 금속노조는 대우조선해양에 공권력을 투입하면 오는 20일로 예정된 총파업과 관계없이 즉시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노사 4자의 협상 결과와 금속노조의 총파업 경과를 지켜본 후 공권력 투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선박을 점거한 하청지회 소속 조합원들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등에 대비하고 있다. 경남경찰청은 하청지회 노조가 불법 점거한 1도크의 현장 안전진단을 벌이고 있다. 또 하청지회 노조의 시설물 점거 등 불법 행위를 수사하는 전담 수사팀 인력도 확대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현장 안전진단에 대해 “시설물 점거·농성 노조원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을 때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 등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현장을 점검하고, 위험 요소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 유아무개 부회장이 7월11일 제1도크 내 건조 중인 30만톤급 원유 운반선 바닥에서 가로·세로·높이 1m 크기의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시사저널 이상욱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 유아무개 부회장이 7월11일 제1도크 내 건조 중인 30만톤급 원유 운반선 바닥에서 가로·세로·높이 1m 크기의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시사저널 이상욱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을 통해 경찰 등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선포한 셈이지만, 임기 초부터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경찰력을 투입하는 일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 만에 하나 농성 진압 과정에서 부상자라도 발생한다면 정부는 노동계·시민사회와 야당의 강도 높은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법과 원칙’은 노조 파업이 국민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긴급조정권’을 의미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긴급조정권은 사실상 민간기업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긴급조정권이 내려지면 노조는 30일간 파업할 수 없고,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가 마련한 중재안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7월14일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아직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발동 요건이 충분한 만큼 정부가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한편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민사2부(재판장 한경근)는 하청지회 노조가 대우조선해양의 1도크를 무단 점거한 것에 대해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노조가 1독을 더 이상 점거해선 안되고, 이를 어기면 대우조선해양에 하루 300만원씩 매일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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