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윤핵관’, 부상하는 ‘원조친윤’ 권영세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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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북풍 전면에 선 통일부 수장 권영세…‘원조 윤핵관’의 귀환?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 간 ‘신구권력’ 갈등의 중심에 통일부가 섰다.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 북한 관련 사건이 정치권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다. 관심은 통일부 수장인 권영세 장관으로 쏠린다. 문 정권을 향한 현 통일부의 공세에 권 장관의 의도가 투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여권 내에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사이 불협화음이 부각되고 있다.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과 장제원 의원 간 공개 마찰을 두고, 일각에선 친윤(친윤석열)계 분화 조짐까지 내다보는 상황이다. 이 같은 국면 속 ‘원조 윤핵관’으로 꼽히는 권 장관의 존재감이 부상할지 주목된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권영세의 통일부, ‘북풍’으로 尹정부 ‘일등공신’ 되나

20일 정치권에선 탈북어민 북송 사건 당시 현장 영상 공개에 따른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11일 “전임 정부의 탈북어민 북송 결정은 잘못됐다”며 현장 사진을 공개한 이후 18일엔 영상도 공개했다. 관련 자료엔 탈북어민들이 북송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담겼다. 때문에 해당 자료는 2019년 11월 당시 탈북 어민 북송이 ‘강제적으로’ 이뤄졌다는 여당 측 공세의 주요 증거로 쓰이고 있다.

권영세 장관도 “탈북어민 북송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권 장관은 지난 13일 “일단 한국 영역에 내려왔으면 당연히 국민 대접을 해야 한다. 잠깐 조사해서 흉악범이라고 단정해서 북쪽으로 추방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후 대통령실도 공식적으로 “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하면서, 관련 논란은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권 장관을 필두로 한 통일부가 전 정권을 향한 이른바 ‘북풍(北風)’ 공세의 일등공신이 된 셈이다.

정치권에서 ‘북풍’ 공세는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하락 국면에 대한 출구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에 전통 보수층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북한 이슈를 꺼내들고 문 정부를 향한 대치 전선을 형성해, 지지율 반등을 노릴 것이란 예측이다. ‘북풍’ 공세가 거세질수록 향후 통일부의 역할과 권 장관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30일 당시 윤석열 대선 예비 후보가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에게 입당 원서를 제출하는 모습 ⓒ 시사저널
지난해 7월30일 당시 윤석열 대선 예비 후보가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에게 입당 원서를 제출하는 모습 ⓒ 시사저널

통일부 택한 권영세, ‘당권’ 위한 큰 그림일까?

그러나 윤 정부의 ‘북풍’ 공세에 통일부가 참전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의문이 제기된다. 문 정부 당시 통일부는 “탈북어민 북송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의힘에서 위원장을 맡았던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 모두 동의한 판단이었다. 결정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새롭게 나오지 않았는데도 통일부에서 ‘의도적으로’ 논란을 키웠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정치권에선 통일부의 행보에 권 장관의 의중이 투영됐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권 장관은 ‘원조 윤핵관’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윤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 43년 지기다. 사석에선 ‘형님과 아우’로 부르는 사이로 알려졌다. 권 장관은 검찰총장에서 전격 사퇴해 야인이 된 윤 대통령을 직접 국민의힘에 영입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권 장관은 선대본부장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내각에 입성했다. 이 같은 권 장관이 ‘윤심(尹心)’을 등에 업고 국면 전환용 ‘북풍’ 공세의 전면에 선 것이라는 평가다.

권 장관이 통일부 장관에 임명됐을 때부터 여의도 정가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 바 있다. 권 장관은 국무총리 후보로도 거론되며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국민의힘 일각에선 ‘통일부 폐지론’까지 대두된 상황이었다. 이를 두고 권 장관이 내부 견제 탓에 통일부 수장직으로 밀려났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의도적 행보라는 분석도 나왔다. 윤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를 계기로 전임 정부에 각을 세울 적임자로서 일찌감치 권 장관을 점찍었다는 해석이다.

한편 권 장관이 통일부 행을 택한 지 2달 만에 ‘북풍’ 공세를 주도하게 된 사이, 국민의힘 내 ‘윤핵관’들은 분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준석 당 대표의 직무 정지 상태에 따른 차기 지도체제를 두고 권성동 대행과 장제원 의원 간 불협화음이 연출되면서다. 대통령실을 휘감은 ‘사적 지인 채용’ 논란을 두고서는 두 사람 간 공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핵관’들이 흔들리는 사이 권 장관의 행태가 예사롭지 않다”며 “장관에서 당으로 복귀해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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