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지금 창업해도 될까
  •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4 08:00
  • 호수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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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창업] 편의점·빨래방·세차장·카페·사진관까지
코로나로 무인창업 시장 급팽창했지만 우려도 여전

내 가게를 운영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뭘까. 다름 아닌 투자 수익성이다. 얼마만큼의 종잣돈을 투자해 한 달에 과연 얼마를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한 달에 올리는 매출액부터 궁금해진다. 매출에서 원가와 비용, 세금을 제외하고 내 손에 쥐는 한 달 순이익이 얼마인지 따져보는 게 시장조사의 핵심이다. 2018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이었다. 당시 직원 한 사람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3770원이었다. 인건비 급상승의 시작점이었다. 내년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결정됐다. 월 209시간 일하는 직원 한 사람의 최소 월급으로 201만580원을 지급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무인점포가 창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한 고객이 무인주문기를 통해 주문하는 모습ⓒ연합뉴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무인점포가 창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한 고객이 무인주문기를 통해 주문하는 모습ⓒ연합뉴스

무인점포 시장 규모만 1조원 규모

하지만 엔데믹 시대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창업시장 기상도를 어둡게 한다. 치솟는 원가 상승에 골머리를 앓는 창업자가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인건비와 임대료 등 각종 비용 증가로 인해 내 손에 쥐는 순이익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비대면 소비의 증가, 부담스러운 인건비에 대한 해결책으로 부상한 창업시장 아이템이 다름 아닌 무인점포 시장이다. 직원을 구할 필요가 없고, 주인도 종일 근무할 일 없는 ‘무인점포’라는 단어만으로도 창업자들은 귀가 솔깃해진다. 무인점포 창업시장의 속내를 낱낱이 살폈다.

전 세계 무인점포 시장 규모는 5조20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무인점포 시장은 2021년 기준 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무인점포가 늘어나면서 무인계산대(키오스크) 시장도 급증했다. 마켓앤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무인계산대 시장은 2016년 2조8000억원에서 2022년 5조2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코로나19 시대의 최대 수혜주였던 셈이다. 무인 체험매장도 늘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전자제품 판매장, 자동차 판매장, 핸드폰 매장도 무인 셀프 매장으로 운영 중인 곳이 많아졌다. 무인 편의점도 급증했다. GS25와 CU는 현재 수백 개의 무인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무인점포 운영은 코로나 이후 창업시장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렇다면 소상공인 창업시장에서 무인창업 기상도는 어떨까. 여기저기서 무인창업 아이템이 급증했다. 무인 아이스크림과 세계과자 매장을 필두로 무인 밀키트, 무인 카페, 무인 빨래방, 무인 세차장 등 무인창업은 예비 창업자들의 급관심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현재 포털에 노출되는 무인 카페 수만 1480개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자판기가 설치된 곳도 있고, 자판기보다 더 비싼 로봇이 설치된 무인 카페도 있다. 무인 빨래방은 6486개, 무인 세차장은 1745개가 영업 중이다. 최근엔 무인 셀프 사진관, 무인 포토 매장이 신세대 상권을 중심으로 성업 중이다.

무인 사진관도 마찬가지다. 무인 사진관 아이템이 창업시장에 출현한 것은 1990년대 초로 기억한다. 당시 일본에서 유행했던 스티커 자판기가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에까지 상륙했다. 이후 스티커 자판기 사업은 전국 상권을 강타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스티커 자판기 사업은 상권에서 거의 사라졌다. 이러한 스티커 사진 자판기 매장이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업그레이드된 형태인 무인 사진관으로 다시 출현했다. 이른바 무인 포토 매장이다. 핵심 수요층은 10·20대 Z세대들이다. 빅데이터 전문업체인 썸트렌드에서 ‘무인 사진관’의 연관 검색어를 보면 ‘데이트’ ‘셀프스튜디오’ ‘커플’ ‘추억’ ‘카드’ ‘머리띠’ 등의 키워드가 노출된다. 무인 사진관이 요즘 1020 소비자들의 핫한 놀이문화임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키워드들이다. 긍·부정 키워드 분석 데이터를 보더라도 ‘좋다’ ‘마음에 들다’ ‘예쁘다’, ‘잘나오다’ ‘재밌다’ ‘핫하다’ ‘신난다’ ‘유행하다’ 등의 긍정 키워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무인 사진관 창업은 과연 창업자들에게도 행복지수를 견인할 수 있을까?

 

지속 가능성이 무인 사진관 창업의 관건

무인 사진관 창업은 무인점포 창업시장에서 이미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무인 사진관 관련 브랜드만도 20~30개에 달한다. 선발 브랜드인 ‘인생네컷’의 경우 코로나 시대 3년여 동안 무려 340개가 넘는 가맹점을 오픈했다. 포토이즘박스 280개, 셀픽스 101개, 하루필름 100개, 그믐달셀프스튜디오 15개, 포토플렉스 14개 등의 가맹점이 현재 영업 중인 것으로 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인 사진관이 이렇게 늘어난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코로나 시대에 갇혀 있어야만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새로운 즐거움’ 코드가 필요했다. 비단 커플이 아니더라도 모임 후에는 인증샷 개념으로 바로 촬영하고 즉석에서 인화되는 시스템이 젊은 감성 소비자들의 놀이문화로 정착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창업자 입장에서 투자 수익성은 어떨까? 무인 셀프 사진관 기계 한 대당 가격은 브랜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000만원 내외다. 10~15평 기준이면 3~4대는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기계 구입비만 6000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까지 투자될 수 있다. 여기에 인테리어 비용을 평당 200만~250만원으로 계산하면 2000만~3000만원이 소요된다. 이 밖에 가맹비와 교육비를 합하면 점포 비용을 제외하고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점포 구입비까지 합한다면 1억5000만원은 족히 투자되는 셈이다.

월 매출액은 제각각이다. 1회당 2매 가격은 4000~5000원이다. 50팀이 이용하면 1일 30만원 내외, 월 1000만원 정도 매출액을 예상할 수 있다. 지출액은 월임차료 200만원 내외, 인화지 등 소모품 비용은 매출액의 10%, 무인매장임에도 청소와 정리는 필요하다. 주인이 직접 관리할 수 없다면 알바 인건비, 카드 수수료도 계산해야 한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40~50% 정도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이 정도 확장세를 감안한다면 신세대 상권은 순식간에 포화상태에 이를 수 있다. 창업자라면 투자금액 100%를 회수하는 시점을 계산해야 한다. 이미 2년 동안 신세대 상권에서 유행했던 아이템이다. 향후 2년 이상의 호황세가 유지될 수 있느냐를 판단해야 한다. 지금 시작하려는 초보 창업자들에게는 위험한 사업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무인 사진관 창업 예정자가 많은 이유는 뭘까? 손쉬운 창업, 인건비 적게 드는 창업, 투잡형 창업을 희망하는 창업자가 많다는 얘기다. 물론 위험요인 없는 창업 아이템은 없다. 특히 시설 서비스업 창업의 가장 큰 리스크인 유행성, 시설에 대한 감가상각까지 고려해야 한다. 무인창업의 속내는 결코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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