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질문 없나?”…짧아지는 尹대통령 ‘도어스테핑’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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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스테핑 재개 후 질문 답 않거나 원론적 답변
“형식만 회견이고 내용이 없다” 비판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도배되지 않았나?”(6월8일)

“전 정권 장관 후보자 중 훌륭한 사람 봤나?”(7월5일)

“사면에 대해선 언급 안 하는 게 원칙이다.”(7월20일)

“불법행위를 풀고 정상화시키는 게 국민의 바램이다.”(7월21일)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이 점차 간소화되는 모습이다. 불과 한 달 전까지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을 구사했던 윤 대통령이 최근 들어선 정제된 ‘원론 수준의’ 답변을 내놓으면서다. 과거 7~8개 가까운 질의를 받았던 것과 달리 최근 들어서 2~3개의 질의만 받고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정권 초 지지율이 추락하자 대통령실이 본격적인 ‘메시지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인데 어떻게 보고 계신가’라는 질문에 “빨리 불법행위를 풀고 정상화시키는 게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19일, 20일 ‘도어스테핑’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은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출근길 문답에서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라며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후 야권의 공세가 거세졌다. 그러자 20일 같은 질문에서는 “거기에 대해선 더 답변 안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대통령의 발언이 파업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치 현안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다. “‘스타 장관’ 발언했는데 현재까지 장관들 어떻게 보시는가. 만족하는가. 도어스테핑 발언 앞으로도 두 개만 받을 것인가”라는 질의에 윤 대통령은 “다른 질문 없는가”라고 말을 돌렸다. ‘여름 휴가 계획’을 묻는 질문에만 “아직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며 웃으며 답했다. ‘민주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야당 정치인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할 필요 있겠나”라고 반문한 뒤 이날 ‘도어스테핑’을 마쳤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도어스테핑’에서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제고문으로 위촉하기로 한 배경과 ‘빚투’ 청년들 구제 방안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간략히 답했다. 이후 취재진이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 질문을 하려 했지만, “자,(질문은) 두 개 정도만”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취임 초기 7~8개씩 질문을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특유의 ‘날 것의 화법’이 연일 논란을 부른 탓이다. 윤 대통령은 대신 참모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의 가치와 정책을 국민들과 더 자주 공유해달라”며 “장관들이 자신감을 갖고 언론에 자주 등장해 정책을 설명해서 스타(star) 장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질의시간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도어스테핑’은 역대 대통령이 시도하지 못했던 참신한 시도”라면서도 “다만 ‘도어스테핑’이란 형식이 아닌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예상되는 질문에 한해서는 대통령이 참모들의 점검을 받은 뒤 (답변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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