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덕 톡톡히 본 민주당, 이젠 자체발광할 때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5 07:30
  • 호수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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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갈등 악재 속 지지율 상승,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하락 탓
‘진짜 지지율은 앞으로 이재명에 달렸다’는 지적도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일이다. 민주당은 창당 이래 최대의 고비 국면이다.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 연전연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올해 3월 대통령선거에서는 0.73% 차로 석패했다. 수치상으로 아슬아슬하게 패배했지만 내용을 따지고 보면 참패나 다름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임기 후반기 그리고 임기 내내 가장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현직 대통령 지지율이 40% 중반대를 유지하는 호조건이었지만 집권여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6월 지방선거는 참패 이상의 정치적 붕괴였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이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선거 전면에 나섰지만 판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에서 호남과 제주 그리고 경기도를 겨우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자리 중 14곳을 싹쓸이했었다. 심지어 보수정치 세력의 텃밭인 부산·울산·경남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고 서울·인천·경기 수도권까지 장악했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수가 14명에서 5명으로 몰락했지만 지방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의 지지율은 더 올라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7월12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진표 국회의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의장실에서 열린 회동에 앞서 기념촬을 준비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이준석 징계 후 민주-국힘 지지율 역전

지방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첫 번째 이유는 ‘여당복’이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조사(7월4~8일 이전 조사는 자체조사, 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는가’ 물어보았다. 지방선거 전인 5월16~20일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50.1%로 나타났고, 민주당은 38.6%로 나왔다. 국민의힘이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결과다. 대선 승리의 결과로 볼 수도 있고 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막 시작된 효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방선거 직후 정당 지지율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일반적인 전망이라면 선거 압승 효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선거 직후인 6월7~10일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47.3%로 조금 내려왔고, 민주당은 39.2%로 올라가 한 자릿수 차이로 좁혀졌다. 급기야 이준석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후 7월11~15일 조사에서 민주당은 44.2%, 국민의힘은 39.1%로 오차 범위 밖에서 민주당이 더 앞서는 결과로 나타났다(그림①). 민주당 내부로부터 상승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만 국민의힘 내분에 따른 ‘여당복’이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이재명’이다. 정치적 현상을 분석할 때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세력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 더 질서정연한 조직 상태를 확보하게 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그래서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었거나 팬덤이 존재했던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초반 일정 기간 동안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했다. 8월28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의원 쪽으로 판세가 거의 굳어지고 있다. 이른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다. 이 의원에 대항하는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이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대항 세력이 될 거라고 강조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어대명’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를 받아 7월12~13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차기 민주당 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 물어보았다. 전체 응답에서 이재명 의원이 39.6%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박용진 의원, 박주민 의원, 김민석 의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 의원은 70%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그림②). 그러므로 아직 전당대회를 한 달 이상 남겨두고 있지만 이재명 대세론이 전당대회를 지배하고 있다.

민주당의 운명을 결정할 중차대한 정치적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지만 결과를 예측 가능한 수준이 되면서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도는 급격히 떨어진 지 오래다. 게다가 이 의원 지지층이 결집하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므로 당 내 이재명 기반은 더 확고해졌다. ‘이재명’ 변수로 당 내부의 불협화음은 표면적으로 자취를 감추고 민주당 지지율은 올라갔다.

민주당 지지율 상승에 윤 대통령도 한몫 

민주당 지지율을 끌어올린 세 번째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민주당 지지율은 더 상승한 결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의 자체조사(7월4~8일부터의 조사는 미디어트리뷴 의뢰) 결과를 놓고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 추이와 동시에 민주당 지지율을 쫓아가보면 어떤 상관관계를 발견하게 될까.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한 6월20~24일 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 긍정 지지율은 46.6%이고, 민주당 지지율은 39.5%였다. 7월4~8일 조사에서 대통령 긍정 지지율은 37%, 민주당은 41.8%로 지지율이 역전되는 결과를 보였다. 즉 ‘인사 문제’ 등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민주당 지지율은 본격 상승세로 반전되는 모양새다.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간지대 유권자 중 일부가 이탈하면서 민주당 지지층으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지지율 상승에 윤 대통령도 한몫한 셈이다. 7월11~15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이 33.4%로 곤두박질치자마자 민주당 지지율은 44.2%로 솟구쳤다(그림③). 같은 기간 동안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에는 정치적 변곡점이 될 만한 이슈가 없었다. 지난 대선에서 신구 세력의 정치적 대결구도가 치열했던 추세를 감안한다면 민주당 지지율 상승은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추락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귀결된다.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될지 아닐지 단정할 수 없지만 8월말 이재명 대표 체제가 발족한다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역시 정치적 자극을 받게 되고 ‘이재명’에 대한 평가에 따라 윤 대통령 지지율이 움직일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율에는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발휘하는 발광체가 있고,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다른 정치 세력에 대한 평가에 따라 빛을 밝히는 반사체가 있다. 물론 자체 경쟁력으로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자체발광체 정당 지지율이 훨씬 더 유의미한 지표다.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은 다분히 여당인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추락해 따른 반사이익이다. 일종의 ‘가짜’ 상승이다. 민주당 지지율의 ‘진짜’ 상승 여부는 오롯이 ‘이재명’의 어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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