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신당 창당? 민주당을 재창당해보면 어떨까요”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2 1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박지현 前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감히 어딜 도전해’라는 기득권의 비겁함 느껴”
“이재명, ‘개딸’ 끝까지 안고 가면 ‘제2의 조국’ 될 것”
“공격에 맞서다보니 ‘괴물’ 돼버려…결국 이해해주실 것”
7월21일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7월21일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박지현의 7월은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당대표 출마 결심(2일)에 이은 당의 불허 결정(4일), 국회 아스팔트에서의 출마선언(15일)과 당의 접수 거부(18일), 그리고 최종 승복(19일)까지, 그로선 ‘좌절’ 혹은 ‘실패’만으로 규정할 수만은 없는 ‘도전’의 한 달이었다.

맹렬한 견제와 비난이 뒤따를 때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보란 듯 기성정치에 대한 비판의 온도를 더욱 올려나갔다. 7월21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출마가 막힌 데 대해 “‘다 돼도 너는 안 돼’ ‘감히 어딜 도전해’라는 듯한 기득권의 비겁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굴복하지 않고 눈치 보지 않는 것이 곧 ‘박지현 정치’의 차별지점”이라고도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금 책을 쓰고 있다. 8·28 민주당 전당대회 전 출간할 예정이다. 82일 간의 비대위원장 기억부터 7월 한 달간의 당대표 도전기, 그리고 여러 분야의 정책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다. 특히 그는 비대위원장 시절을 기록하며 여러 번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전한다.

“비대위원장 때, 회의가 있던 매주 월요일 오후 4시가 다가오면 한두 시간 전부터 우울감이 들었습니다. 회의에서 제가 이야기하는 순서가 되면 갑자기 다들 휴대전화를 만진다거나 서로 얘길 나누기 시작했어요. ‘이런 식으로 한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일부러 특정인을 콕 집어 ‘어떻게 생각하세요?’ 물으면 당황하셨습니다. 제 얘기를 안 듣고 있었으니까요. 회의에 다녀오면 하루 종일 진이 빠져 있었습니다.”

박 전 위원장은 “저를 향한 공격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반박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싸움꾼’ 혹은 ‘괴물’이 되어버린 것 같다”고도 말했다. 책을 통해, 그리고 각지 청년들과의 만남을 통해 ‘왜’ 자신이 그토록 싸울 수밖에 없었는지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다보면 ‘아 박지현이 저래서 그랬던 거구나’ 많이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 여정에 왜 꼭 ‘당 대표’ 자리가 필요했는지 궁금하다.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 힘의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비대위원장 시절에 제가 발표했던 ‘5대 혁신안’을 책임지고 완수하고 싶은데, 이를 위해선 더 큰 권한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최고위원이 아니라 바로 당대표에 도전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제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달라진 민주당’은 아직 서막도 올리지 못했어요. 쇄신을 위해선 바로 인물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이재명 의원이나 ‘97그룹’은 그동안 오히려 쇄신을 막거나 침묵했던 분들이죠. 그들이 아닌 저 박지현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민주당으로 변화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권 도전을 두고 ‘원칙을 반하고 특혜를 누리려 한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전 민주당 당헌당규에 있는 원칙을 바탕으로 늘 요구해왔습니다. 불허의 과정도 ‘원칙대로’ 당헌당규에 근거해 명문화 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오히려 원칙에 반하는 이상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런 상황을 기득권의 비겁함으로 봤습니다. 고무줄 잣대를 제대로 보여준 거죠. ‘다 돼도 너는 안 돼, 감히 586에 어디 도전을 해, 뜨거운 맛을 봐야 어린 것들이 기어오르지 않지’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박지현의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말도 있고 반대로 ‘아무도 없다’는 말도 있다. 어느 쪽이 맞나.

“비대위원장 시기부터 당 대표 선거에 도전한 지난 한 달 동안 제 가치와 비전에 동의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다만 다양한 이해관계 탓에 이들을 ‘세력’으로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제게 동의는 보내면서도, 권력 없는 원외 정치인과 함께하겠다는 말씀은 공개적으로 잘 못하시더라고요. 특히 당의 절대 권력인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차기 총선 공천에 대한 걱정이 큰 것 같았습니다. 안타깝지만 이해는 합니다. 지금도 전국의 많은 청년들에게 응원 문자를 받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박지현의 향후 전략’을 PPT로 만들어 보내기도 했어요. 뭉클하더라고요. 이 평범한 시민들이 제 세력이라면 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당을 이끌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

“말 뿐이었습니다. 말을 했으면 책임을 지고 지켜가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어요. 그게 가장 괴로웠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게 ‘차별금지법 제정’이예요. 활동가 한명이 30일 넘게 단식을 했습니다. 누군가에겐 이토록 목숨을 걸만큼 절실했던 법안인 것이죠. 하겠다고 해놓고 우리 당은 또 다시 유야무야했습니다. 의원 170명을 둔 당에서 ‘어떤 국민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선언이 담긴 법하나 통과시키지 못한 것입니다. 제가 비대위원장으로 있을 때 상임위원회 공청회까지 논의했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무려 15년을 미뤄 온 법입니다. 이번엔 꼭 실현됐으면 합니다.”

7월21일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7월21일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박지현의 정치는 ‘눈치 보지 않는 정치’”

‘내부총질’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큼 민주당을 향한 비판을 이어왔음에도 박 전 위원장은 동시에 “여전히 민주당을 사랑한다”고도 강조해왔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민주당은 우리 사회 약자와 소수자에게 여전히 관심을 두고 있으며 그게 곧 당의 저력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를, 연세대 청소 노동자를,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하는 이들을 만나러 현장으로 갑니다.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국민 보기에 여전히 민주당은 기득권 정당이겠지요. 하지만 민주당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 사각지대를 찾아다니는 본분을 이어왔습니다. 그걸 할 수 있는 정당입니다. 그게 제가 민주당에 있는 이유입니다. 당내 이러한 정치의 본질을 잊지 않은 청년들과 의원들이 많아요. 물론 이들은 대부분 당의 비주류이지만, 함께 잘 도모해보고 싶은 의지가 있습니다.”

본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국민’이 아닐까요. 지난 대선 당시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공개한 이유도 결국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비대위원장 시절 여러 현장에서 마주한 다양한 목소리를 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은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고 앞으로 정치를 해 나가고 싶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히 ‘어떤’ 국민을 대변하고 싶나.

“기득권이 아닌 모든 이들입니다. 저는 반(反)기득권적 요소를 갖추고 있잖아요. 여성이고 청년이며 지방대 출신이죠. 또 정치 정식 코스도 안 밟았고요. 길진 않지만 지난 27년을 살면서 겪은 부당함을 정치에 투입시켜,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입법하고 정책 만드는 역할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박지현의 정치’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눈치 보지 않는 정치’ 아닐까요. 줄서지 않고, 기득권과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 곧 제가 추구하는 정치이고 또 기존 정치와의 차별지점입니다. 억울하고 힘든 사람들이 없도록 하는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저도 어느 순간 대의보다 공천에 목메는 정치인이 되어 있을까봐 무서워요. 계속 스스로 경계해야겠죠?”

자주 함께 비교되는 ‘이준석의 정치’는 어떻게 평가하나.

“이준석의 정치는 오염된 청년정치라고 생각합니다. 대구에 가서 탄핵의 강을 건넌다고 하고, 또 광주에 가서 5.18에 사과하는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이후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선동했으며 장애인을 차별했습니다. 혐오와 차별로 먹고사는 오염된 정치인 것이죠. 반면 저는 그동안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통합의 정치, 그리고 민생을 앞세운 여야 협치를 지속적으로 주장했습니다. 그게 정치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봤으니까요. 이 대표의 정치와는 차이가 너무나 큰데, 계속 한 그룹에 묶여 비교돼 썩 기분이 좋진 않습니다.”

7월21일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7월21일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2030 여성 중심이던 ‘개딸’, 강성 팬덤 붙으며 꼬여”

박 전 위원장은 7월15일 국회 앞 아스팔트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며 “강성 팬덤과의 확실한 작별”을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 극성 당원으로 알려진 한 남성 유튜버가 박 전 위원장의 집 앞으로 찾아와 그를 비난하는 방송을 하는 일을 겪었다.

“유튜버가 찾아온 후 메시지를 두 가지 버전으로 써놨었어요. ‘나 너무 힘드니까 그만해 달라’는 메시지와 ‘강경 대응하겠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조금 더 설득력이 있었을 메시지는 아마 전자였겠죠. 하지만 이건 가해자들이 기다리고 원하던 말일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후자의 내용으로 메시지를 냈습니다. 지금 이런 행태를 경고하고 바꿔놓지 않으면 계속 반복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민주당 내에서 제대로 부딪쳐 싸워 본 사람이 없잖아요. 제가 한번 이렇게 들이받아 놓아야 앞으로 많은 분들이 조금 더 세게 맞설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한때 ‘개딸’로부터 지지를 받기도 했는데 지금의 팬덤 현상 어떻게 보고 있나.

“초기 개딸 현상은 이 정도로 극단에 있지 않았습니다. 2030 여성 당원 중심의 개딸에 친(親)조국 중심의 강성 팬덤이 붙고 개딸을 ‘개혁의 딸’이라고 재명명하면서 꼬이기 시작했어요. 현재 ‘개딸’ 그룹 중 2030여성이 몇이나 될까요. 흔히 이들을 아이돌 팬덤과 비교하기도 하는데, 요즘 팬덤은 사회적 순기능에 민감해요. 아이돌이 여성비하 등 반인권적인 면모를 보이면 먼저 나서서 훈계하고 비판합니다. 그런데 개딸은 오히려 반대 세력을 향해 맹목적인 비난을 하기 바쁩니다. 민주 시민으로서 비판적 지지자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것입니다. 이재명 의원은 이 폭력적인 팬덤을 버려야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개딸을 끝까지 안고 간다면 결국 ‘제2의 조국’이 될 것입니다.”

이재명 의원은 출마를 선언하며 ‘계파 아닌 통합의 정치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는데.

“통합 정치 이루겠다고 하셨지만 제 이야기만 나오면 피하기 바쁘셨습니다. 통합 정치에 2030 여성을 대표하는 정치인은 논외인 듯합니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이 폭력적인 팬덤과 결별해야만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개딸을 끝까지 안고 간다면 결국 ‘제2의 조국’이 될 것입니다.”

끝내 당이 변하지 않으면 창당 등 새 길도 고려하고 있나.

“신당 창당이 아니라 민주당을 재창당을 해보면 어떨까요(웃음). 어느 노선과 가치를 대변해야 할지를 잃어버린 민주당에 노선을 재정립하고 대변할 계층을 다시 확실히 해, 새로운 당으로 만든다면 그것이 곧 창당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대표 출마가 좌절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책을 잘 마무리해 내야죠. 여기엔 비대위원장 시절 발표했던 제 ‘민주당 5대 혁신안’의 세부 내용도 담을 예정입니다. 그동안 의원들은 기득권 빼앗길까봐, 또 청년 정치인들은 선배 들의 눈밖에 날까봐 저를 계속 공격해왔습니다. 여기에 저도 가만히 있을 순 없으니 때마다 반박을 했죠. 그러다보니 제 이미지가 어느덧 ‘싸움꾼’ ‘괴물’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제 책을 읽으면 제가 왜 그렇게 싸워왔는지 이해가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랑 뜻을 같이 하는 각지의 청년들도 활발히 만날 예정입니다. 잘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