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란(警亂) 고비 넘긴 윤석열 정부, 다음 수순은 경찰대 개혁?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9 14:00
  • 호수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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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안부 장관 “특정 대학 출신은 하나회에 준해…순경 출신 경무관 20% 보장하겠다”  
총경 집단행동, 이 장관의 거친 언행이 불질러…인사 문제 해결한 뒤 조직 문제 건드렸어야

사상 초유의 경란(警亂)이 벌어졌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놓고 경찰의 집단항명이 터져 나왔다. 7월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경찰서장회의가 열렸다. 직접 회의에 참석한 인원만 50여 명, 온라인으로도 140여 명이 함께했다. 회의에서는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고, 전국경찰서장회의를 5공 군부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비유했다. 경찰도 즉각 반발했다.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14만 전체 경찰회의를 제안했다. 류삼영 총경은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설치하는 것이야말로 쿠데타”라고 했다. 정부와 경찰이 서로를 “쿠데타”라고 삿대질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14만 명 회의의 중단으로 경란 최악의 고비는 넘겼으나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7월26일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설치가 확정되면서 공이 국회로 넘어갔을 뿐이다. 경란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윤석열 정부의 승리, 경찰의 패배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두가 졌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7월25일부터 사흘간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경찰국 신설에 대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는 답변이 절반(56%)을 넘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는 54%로 집계됐는데, ‘독단적이고 일방적이어서’가 30%를 차지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회장들이 7월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며 단식 및 삭발 집회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회장들이 7월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며 단식 및 삭발 집회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행안부 경찰국 통한 공식적인 경찰 통제”

행안부 경찰국에는 총괄지원과, 인사지원과, 자치경찰지원과가 설치된다. 핵심은 경찰 인사를 행안부가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총경 이상 경찰 고위직에 대한 임용제청권을 행안부가 행사하게 된다. 예산 역시 행안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하고 허가받도록 하고, 중요한 경찰정책, 법령 등을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업무도 경찰국에서 수행한다.

경찰은 행안부 경찰국 설치를 ‘경찰 독립성 훼손’으로 봤다. 경찰은 과거에 내무부 소속 치안본부였다가, 1991년 경찰청으로 승격하면서 사실상 내무부 통제에서 벗어났다. 역대 정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경찰 인사권을 행사하며 경찰청을 통제했다.

윤석열 정부는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는 대신 행안부 경찰국을 통해 경찰을 제어하려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민정수석실을 통한 음성적 통제가 아닌 행안부 경찰국을 통한 공식적이고 시스템에 따른 통제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을 통제해야 한다는 목적을 위해 윤석열 정부가 경찰국 신설을 ‘꼼수’로 처리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 1991년 경찰청을 독립 외청으로 설치하면서 내무부(행정안전부) 사무에서 ‘치안’을 삭제했기 때문에, 경찰국을 행안부에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국회는 ‘여소야대’ 상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은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이를 찬성할 리 만무하다. 당권 도전에 나선 이재명 민주당 의원은 “내무부 치안본부 시절 경찰은 민주 인사들을 고문·탄압하고 정권을 보위하는 기구로 작동했다.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1991년 내무부 소속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독립했다”면서 “행안부의 경찰 통제는 역사의 발전을 거꾸로 되돌리는 개악”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경찰 통제에 공을 들인 것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 수사권-수사종결권을 가져오고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경찰의 권한이 막강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인권위원회도 경찰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12월 대통령 특별보고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독립된 수사권이 제도화되면서 10만 경찰력에 의한 권한남용·인권침해 예방 및 민주적 통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발생 시 적극적인 조사 및 피해 구제를 담당하는 인권적 통제장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경찰 개혁은 검찰 개혁과 한 세트”라고 말했지만, 경찰을 제어할 방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은 2020년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논란거리다. 법무부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대상으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법 역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에 따라, 경찰이 수사를 개시한 이후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지하는 경우에만 사건을 송치하도록 하는 ‘선별 송치주의’가 도입됐다. 법무부는 “이의신청이 없는 사건 또는 대다수 인지 사건의 경우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종국적으로 행사하게 돼, 형사사건 수사가 개시되었음에도 소추권자가 사건 소추 여부를 결정할 기회 자체가 박탈됐다”면서 “형사사건이 공소제기가 되지 않는 경우 종결될 수 있는 유일한 유형이자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불기소 처분’ 권한을 정면으로 침해하고 소추권자의 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해 헌법에 위배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경찰의 수사를 책임질 지휘체계가 무너졌다는 데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 이전에는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에서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했다. 이에 따라 수사와 관련해 사법경찰관→검사→검찰총장→법무부 장관이라는 지휘체계가 완성됐다.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통해 통제받는다. 이것이 바로 ‘민주적 통제’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2020년 펴낸 《검찰개혁법 해설》을 통해 “현행 헌법상 정부에 속한 행정권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의 실질적 보장은, 국회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장관의 책임과 그 장관의 지휘체계에 의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제195조 제1항에서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관하여 서로 협력하여야 한다”며 검사의 사법경찰관 지휘권을 없앴다. 사법경찰관→검사로 이어지는 지휘체계가 없어지면서, 경찰의 수사에 대해 법무부 장관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행안부 장관이 책임을 지는 것일까. 행안부 장관은 정부조직법상 수사에 대한 책임자가 아니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경찰서장(총경)까지는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으로서 수사권자인 반면, 경찰서장의 상급 관청인 지방경찰청장(치안감, 치안정감)이나 경찰청장(치안총감)이 수사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휘체계가 단절돼 있다”면서 “또한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권자인 행안부 장관이 정부조직법상 수사에 대한 책임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도 지휘체계의 단절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관의 국회에 대한 책임이라는 민주적 정당성의 체제를 위해서는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 수사를 포함시켜야 하며 정부조직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 사진)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 사진)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이상민 장관, 尹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법대 후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법대 후배로, 개인적으로도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실세 장관’으로 꼽힌다.

그러나 충성이 과했던 탓일까. 이상민 장관은 부임 초부터 ‘트러블 메이커’였다. 그는 지난 5월 단행된 경찰 치안정감 인사와 관련해 승진 대상자들을 사전에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 길들이기’ 논란에 불을 댕겼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 후보군이다. 실제로 윤희근 경찰청 차장이 경찰청장 내정자로 지목됐다. 이상민 장관은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한 6명의 치안정감 인사를 내면서 이들 모두를 만났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상민 장관은 “지난 정권에서 임명됐던 치안정감들은 정치권력하고 상당히 연관돼 있다는 세평을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새 정부의 경찰청장이 나와선 안 되겠는 판단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처럼 치안정감 인사를 제청하게 된 것”이라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또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정권에서 수사가 돼야 했을 사안 중에 수사가 되지 않은 것들이 있다”고 언급해 ‘경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경찰의 집단행동에 대한 이상민 장관의 거친 언행은 상대방의 화를 돋우기만 했다. 이상민 장관은 7월25일 긴급 브리핑에서 “경찰은 물리력과 강제력, 심지어 무기도 소지할 수 있다. 이런 역할과 책임을 맡은 분들이 임의적·자의적으로 한곳에 모여 회의를 진행할 경우 대단히 위험하다”며 “하나회가 12·12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이렇게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 브리핑에서 ‘하나회’와 ‘12·12’라는 표현이 2차례 반복됐다. 경찰대 출신이 조직적으로 반발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상민 장관은 “경찰청에서 위법성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하고 후속처리를 할 것”이라며 “(복종 의무 위반의 경우) 경찰공무원법은 징역 2년 이하로 처벌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평검사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괜찮고 총경회의만 불법이냐’는 주장에 대해선 “평검사회의는 금지나 해산 명령이 없었지만 서장회의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7월2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강학선 청주청원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이 경찰국 설치 반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7월2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강학선 청주청원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이 경찰국 설치 반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경찰대 개혁 카드는 경찰 갈라치기”

이상민 장관의 강경 일변도 배경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 출신으로 포진된 윤석열 정부의 색깔이 은연중에 발현된 것이라는 설명이 힘을 얻고 있다. 검수완박법이 시행되는 9월10일 이전에 경찰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어찌 됐든 이상민 장관의 돈키호테식 행보가 문제를 키웠다는 평가엔 대체로 이견이 없어 보인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이렇게까지 서둘러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아직 차기 경찰청장이 임명되지도 않았다. 경찰청장이 임명되고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경찰국 설치를 추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갈등을 풀어야 할 장관이 ‘쿠데타’를 언급해 논란을 증폭시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상 초유의 경란은 경찰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워낙 거셌던 것도 있지만 이상민 장관의 ‘닥공’(닥치고 공격)도 큰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찰의 반발을 ‘내부 갈라치기’로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상민 장관은 내친김에 경찰대 개혁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전국경찰서장회의를 두고 “특정 출신(경찰대)들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회에 준한다”면서 “경찰을 개혁한다고 하니까 본인들의 지위에 위기감을 느껴서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7월25일 행안부 업무보고에서 “경찰대의 가장 큰 문제는 졸업 자체만으로 7급에 상당하는 공무원으로 자동 임용될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평가나 공개적인 경쟁에 의하지 않고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요즘 공무원이 되기도 힘든데 7급 공무원으로 자동 보임된다는 게 요즘 말하는 불공정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면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순경 출신의 경무관 이상 고위직급 20% 보장 문제도 결국 이 문제가 해결되면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경찰대는 역대 정부에서 심심치 않게 개혁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이상민 장관이 경찰대를 ‘하나회’에 비유하기까지 한 데는,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대 출신들이 주축이 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즉, 이상민 장관이 경찰대 출신들을 친문 세력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상민 장관이 경찰대 개혁 카드를 갑자기 꺼내든 것은 경찰 내부의 분열을 노린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경찰청장과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전임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경찰청을 직접 방문하기까지 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상민 장관의 폭주 뒤에 윤석열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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