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원팀' 좋지만 '원보이스'는 위험…文정부 실패 답습 말아야”
  • 구민주·이원석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9 13:00
  • 호수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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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非明’ 이원욱 민주당 의원 “팬덤에 갇히면 민심과 멀어져”
“이재명, 자신 반대했던 사람도 고루 임명해 쓴소리 들어야 성공”

일찌감치 자리 잡은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 속에서도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의원을 향한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4000개에 달하는 전화번호를 차단해야 할 만큼 극심한 문자폭탄에 시달리면서도 당내 대세적 흐름과 각을 세우는 이유로, 이 의원은 지난 시간에 대한 깊은 ‘후회’를 꼽았다.

이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조국 사태 등 문재인 정부와 우리 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좀 더 나서서 비판했다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심의 외면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지도부에선 누구든 당의 잘못에 대해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 ‘원팀’은 좋지만 ‘원보이스’, 즉 일원화된 목소리는 당에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8·28 전당대회 과정을 총평한다면.

“‘어대명’으로 시작해 ‘확대명’(확실히 당 대표는 이재명)으로 끝났다. 민주당 역사상 국민적 관심이 이 정도로 없었던 전당대회가 있었나 싶다. 30%대에 그친 낮은 권리당원 투표율이 증명한다.”

투표율이 낮은 책임을 이재명 의원에게만 돌릴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총체적인 문제인 건 맞다. 그런데 지난 지방선거 직후 민주연구원에서 발표한 대선·지선 평가 보고서만 봐도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과 책임이 이재명의 인천 계양을 출마 등이라고 지적하고 있지 않나. 이번 전당대회에서의 낮은 관심도까지 해서, 이재명 의원이 나의 탓은 없고 호남 민주당 의원들의 행보 때문이다, 누구 때문이다라고 혹 평가하고 있다면 우리 당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조차 열리지 않게 돼버린다. 진단이 잘못됐으니 해결책도 잘못 나올 수밖에 없다.”

이재명의 대항마로 ‘97그룹’이 나섰는데 화력이 약했다는 평가가 있다.

“97그룹의 출마를 지지했던 건 우선 세대교체를 통해 민주당에 새로운 바람을 만들어보기 위함이었고, 둘째로는 이재명 의원 출마를 막기 위함이었다. 컷오프 전에 사전 단일화를 이뤄내 좀 더 확실한 반(反)이재명 연대 전선을 만들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성사가 안 됐다. 단일화가 됐다면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것까진 막지 못하더라도 압도적 독주 체제를 견제하고 긴장감을 줬을 것이다.”

‘개딸’로 대표되는 팬덤 현상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그들도 민주당원인데 배척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친문 팬덤의 문자폭탄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양념’이라는 표현으로 답했다. 그것이 이후 민주당 내 다양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했고 궁극적으로 민주당을 민심과 괴리된 패배한 정당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팬덤에 갇혀 버리면 다수의 민심이 볼 때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정당이 돼버린다. 소통이 안 되니까 지지하고 싶지 않은 정당이 되는 것이다. 당원들을 존중하되 그들에 갇히지 않고 전체 민심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강성 지지층들의 행동을 자제시키고 컨트롤할 수 있는 인물은 결국 이재명 의원뿐이지 않나.

“맞다. 자신들이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자제를 당부해야만 그나마 말을 들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재명 의원은 두어 차례 가벼운 당부만 했을 뿐 명확히 선을 긋지 않았다. 자제하라고 말하고 돌아서서 바로 개딸들과 SNS 등으로 수다를 떨며 교류하지 않았나. 말과 행위가 달랐다. 단호한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쓴소리도 좋지만 ‘이기는 민주당’이 되려면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우선이지 않나.

“제가 정치를 하며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있다면, 과거 문재인 정부와 우리 당이 잘못된 정책을 펼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분명하게 비판하지 못한 점이다. 필요할 때 쓴소리를 하지 못해 조국 사태 이후 ‘공정’의 가치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빼앗겼고,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복해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 힘을 합칠 땐 합치더라도 잘못된 길을 가는 데 있어선 누군가 반드시 당에 쓴소리를 내야 한다는 걸 이젠 깨달았다. 그 후회와 반성으로 지금 이재명 의원에게 쓴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차기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 때의 모습을 답습해선 안 된다. ‘원팀’이 되는 건 좋지만 당이 ‘원보이스’를 낸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고 위험한 일이다.”

일각에선 차기 총선에서의 ‘공천 학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의원 측에선 ‘시스템 공천’이 확립돼 있는데 억측을 부린다고 반발한다. 어떤 입장인가.

“21대 총선 당시, 선거를 1년이나 앞두고 공천 제도를 확정 발표했었다. 그런데 실제 공천관리위원회에서도 활동해 봤지만, 이후 얼마든지 자기 계파에 유리하도록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런 걸 대부분 알기 때문에 공천 학살과 같은 우려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문제제기가 당내에서도 이어졌다. 이후 실제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당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누가 봐도 정치보복성이라면 당연히 우리 당 모든 의원과 당원이 힘을 합쳐 이재명 의원을 지켜야 할 것이다. 다만 불거진 문제가 우리 당 의원으로서 해선 안 될 일을 해서 벌어진 일이라면 그렇게 나설 순 없을 것 같다. 물론 이재명 의원에게 그런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 100여 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차기 지도부에선 대정부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한다고 보나.

“100일 넘게 뭐 했는지 돌아보면 좋은 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김건희 여사의 이상한 행보나 인사 참사, 대통령실 이전과 같은 부정적인 것들만 온통 떠오른다. 민생경제가 망가지고 있는데 정부·여당은 이걸 어떻게 살릴지 답은 내리지 못하면서 내홍에만 휩싸여 있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민생을 위해선 대통령이 잘하길 바라야 하고 또 필요할 때 도와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우리 당과 국민의힘이 냈던 공약의 90%는 내용이 비슷할 것이다. 공통으로 제시한 약속들부터 힘을 합쳐 지켜 나갈 필요가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나.

“최근 국민의힘 측에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른바 ‘김영삼·김대중 포럼’을 만들어 주요한 의제들을 함께 논의해 보고자 한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정식으로 제안했고 좀 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모색해 보고 있다.”

이재명 의원을 향해 조언한다면.

“가장 먼저 당을 어떻게 통합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 주길 바란다. 지명직 최고위원 등 당직에 자신을 반대했던 사람도 고루 임명해 쓴소리가 지도부 안에서 충분히 이뤄질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국회의원에 이어 당 대표 자리까지 모두 이뤘으니 이젠 다시 뒤를 돌아보고 스스로 반성할 건 없는지 차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그냥 넘어가 버렸던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자기평가도 해보면서 국민적 신뢰를 좀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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