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숨겨진 정치자금 ‘6·1 지방선거 특별당비’ 156억원…‘억’ 단위 고액 납부 48건
  • 김현지·조해수·공성윤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9 10:00
  • 호수 17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중앙당-17개 시도당의 2022년 2분기 포함 최근 5년간 회계자료 전수조사
‘합법을 가장한 눈먼 정치자금’ 특별당비 단독 공개…‘공천헌금·로비자금’ 의심

시사저널은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중앙당-17개 시도당의 2022년 2분기(3월30일~6월21일)를 포함한 최근 5년치 회계자료를 전수조사했다. 이를 통해 6·1 지방선거 당시 거대 양당의 자금 흐름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6·1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힘은 약 79억원, 더불어민주당은 약 77억원의 ‘특별당비’를 거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1억원이 넘는 고액을 납부받은 경우도 48건이나 됐다. 또한, 한 번에 15억여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특별당비는 공개되지 않는 유일한 정치자금으로 ‘공천헌금’ 또는 ‘입법로비’용으로 악용되면서 정치권의 ‘검은돈’으로 불린다.

문재인 정부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등에서 특별당비 공개를 추진했으나, 거대 양당의 비협조로 인해 결국 입법화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선관위 관계자는 “특별당비 역시 정치자금이지만, 선관위는 특별당비를 전혀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법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정치자금법 개정을 국회에 이미 제안했으나,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입법 미비로 수십억·수백억원의 돈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유통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3無’ 특별당비…제한도, 공개도, 감시도 없다

특별당비는 현행법 어디에도 없는 용어다. 정당의 당헌·당규에만 ‘특별한 시기에 누구나 낼 수 있는 당비’라고 규정돼 있다. 국민의힘은 당규에 “당내 행사 또는 공직선거 및 기타 필요한 경우 특별당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보다 노골적이다. 당규에 “특별당비는 당원이 당의 발전을 위해 특히 납부하는 당비”로 규정한 데 이어, 당헌에는 “당 재정에 크게 기여하는 당원에 대해서는 당직과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에 있어 배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당비는 일반당비, 직책당비, 특별당비로 나뉜다. 일반당비·직책당비의 액수는 당헌·당규에 명확히 기재돼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 매월 1000원씩 3개월 이상만 내면 책임당원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일반당비다. 당에 소속된 대통령(월 300만원), 당 대표(250만원), 보좌관(5만원) 등이 내는 직책당비 액수도 규격화했다.

민주당 역시 일반당비(권리당원 월 1000원 이상)와 직책당비(대통령 월 200만원, 당 대표 200만원, 보좌관 3만원)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특별당비 액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상한선도 없다. 수십억·수백억원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치자금을 감시하는 선관위조차 각 당의 특별당비가 얼마인지 모른다. 정치자금법 제2조 제4항에 따라 1회 120만원을 초과해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자는 실명이 확인되는 방법으로 내야 하고, 정당의 회계책임자는 이에 대한 영수증을 발급해 줘야 한다.

그러나 정당이 이를 선관위에 보고해야 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정당만이 특별당비 액수와 납부자를 알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별당비 ‘고액 납부자’에 대한 정보 공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자금 1회 30만원-연간 300만원 이상(대통령후보자후원회 등은 500만원 이상) 납부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직업 등이 공개된다.

그러나 특별당비만은 ‘예외’다. 선관위조차 특별당비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각 정당이 자발적으로 고액 납부자를 공개할 리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무(無)한정’인 특별당비는 누가 냈는지 ‘공개’도 없다(無). 따라서 ‘감시’할 수도 없다(無). 특별당비를 ‘3무(無) 정치자금’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보공개 청구로 선관위로부터 받은 회계자료
정보공개 청구로 선관위로부터 받은 회계자료ⓒ시사저널 이종현

‘특별당비’라 쓰고 ‘공천헌금’으로 읽는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당비가 이익집단의 로비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실제로 16대 대선 당시 정당이 기업에서 받은 불법 정치자금을 특별당비로 둔갑시켜 차명 영수증 처리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특히, 선거철이면 특별당비가 기승을 부린다. 말이 특별당비지 사실상 ‘공천헌금’으로 악용돼 왔기 때문이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에서 특별당비 이름으로 공천헌금을 걷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박범계 의원(대전 서구을)이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박 의원은 불기소 처리됐지만, 박 의원의 측근인 전문학 전 대전시 의원과 박재형 전 비서관은 각각 징역 1년6개월, 1년4개월을 선고받았다. 선거가 끝나면 검찰이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자금이 특별당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는 어땠을까? 시사저널은 ‘합법을 가장한 눈먼 정치자금’ 특별당비의 규모를 집계해 봤다.

먼저 지난 7월, 중앙선관위와 17개 시도 선관위에 6·1 지방선거와 관련한 회계자료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회계보고, 보전 결정 등 모든 절차가 완료된 8월초부터 순차적으로 자료를 입수했다. 아울러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중앙당-17개 시도당의 최근 5년간 회계자료 역시 확보했다.

정당은 특별당비를 일반당비, 직책당비와 합쳐 ‘당비’ 항목으로 회계처리하고 있다. 특별당비를 정확히 계산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특별당비의 성격을 고려하면 전체 액수를 추산할 수 있다. 일반당비와 직책당비는 매달 꾸준히 정당에 들어온다. 당원이 급격히 늘지도 줄지도 않기 때문에, 금액 역시 큰 변화가 없다. 반면 특별당비는 ‘선거’라는 특별 이벤트에 맞춰 급증한다. 따라서 6·1 지방선거 기간(2022년 2분기)과 선거가 없었던 시기의 ‘당비 차’를 특별당비로 볼 수 있다.

시사저널은 2019년과 2022년의 각 2분기(3월30일~6월21일) 당비를 비교·분석했다. 2010년 이후 올해까지 선거가 없었던 해는 없다. 그러나 2019년에는 3곳에서만 재·보궐선거가 열렸다. 이에 따라, 2019년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모두 72개 회계자료를 전수 분석했다. 취재 과정에서 복수의 선관위 관계자와 정당 회계 담당자의 자문을 받아 분석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높였다.

그러나, 여당과 제1야당의 회계처리는 ‘오류투성이’였다. 특히, 민주당은 중앙당 및 17개 시도당 모두 ‘당비’ 항목에 공천신청·심사비-경선 비용 등을 욱여넣어 회계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단독] 6·1 지방선거 ‘후보자 선거 비용’ 국민의힘 128억원, 민주당은 ‘깜깜이’> 기사 참조)

2022년 2분기(3월30일~6월21일) 동안 국민의힘의 중앙당 및 13개 시도당이 거둬들인 당비는 모두 99억7300여만원이었다. 중앙당은 47억100여만원, 13개 시도당은 52억7200여만원이었다. 나머지 4개 시도당(세종시당·제주도당·대전시당·충북도당)은 당비 항목에 공천신청·심사비-경선 비용을 포함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집계에서 제외했다.

2019년 같은 기간의 당비는 중앙당 18억2100여만원, 13개 시도당 2억2500여만원에 불과했다. 2022년의 국민의힘은 2019년과 비교해 무려 79억2100여만원의 당비를 더 걷었다. 즉, 최소 79억여원의 특별당비를 받은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 중앙당과 17개 시도당이 심사비-경선 비용을 당비에 포함해 선관위에 신고했다. 따라서 정확한 당비 규모를 알기 위해선 심사비, 경선 비용 등을 솎아내야 했다. 시사저널은 민주당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지한 심사비, 후보자 수를 모두 계산했다. 이후 2022년 2분기 중앙당과 17개 시도당 당비에서 이를 제외했다.

민주당 중앙당은 2022년 2분기 ‘당비’ 항목에 81억7800여만원을 신고했다. 17개 시도당은 192억3500여만원이다. 심사비는 113억여원, 경선 비용은 50억여원으로 추산됐다. 특히, 경선 비용은 전북도당·충남도당의 경선 비용을 토대로 추정했다. 민주당의 경선 선거인 수 등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보자 수, 선거인 수 등 제한적인 조건에서 추산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2022년 2분기 ‘순수 당비’는 111억1300여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다시 2019년 2분기의 33억6200여만원(중앙당 24억9000여만원, 시도당 8억7200여만원)과 비교하면, 민주당은 이번 6·1 지방선거를 통해 특별당비로 77억5100여만원을 걷은 셈이다.

각 정당의 회계자료에는 당비가 들어온 날짜, 건수, 금액 정도만 나온다. 예를 들어 ‘2022년 3월31일/당비 납부 4건/금액 187만4208원’ 이런 식이다. 즉 ‘누가’ ‘얼마’를 납부했는지 알 수 없도록 기재해 놨다.

그러나, 추정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2022년 4월1일/당비 납부 2건/금액 2억원’일 경우, 1건당 1억원을 납부한 것으로 추산했다. 당비 금액을 건수로 나눠 평균 금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별당비 고액 납부자’는 예상대로 폭증했다. 고액 납부자는 ‘정치자금법상 실명 납부의 요건인 120만원’ ‘납부자를 공개하는 금액인 300만원’을 기준으로 삼았다. 물론, 1억원 이상 납부자도 따로 살펴봤다.

국민의힘의 경우, 중앙당이 받은 당비 중 120만원 이상은 59건, 300만원 이상은 47건이었다. 1억원 이상은 8건이었다.

반면, 2019년 같은 기간 120만원 이상 당비가 들어온 경우는 34건에 그쳤다. 이마저도 1건은 국회 보좌진이 낸 직책당비(125만2000원)였다. 1억원 이상은 물론이고, 300만원 이상 납부한 경우도 없었다.

1명이 당비로 15억원 내기도

16개 시도당(납부 건수를 비공개한 충남도당 제외)에도 고액 납부자가 몰렸다. 특히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이례적으로 ‘특별당비’를 따로 표시했는데, 강원도당에 들어온 특별당비는 약 10억원에 달했다. 5월11일 2억2979만6200원(5건)이 들어왔고, 다음 날에는 6억8046만2540원(19건)이 납부됐다.

충북도당에는 5월11일과 12일 각각 2억5000만원(1건), 1억8480만원(1건)의 당비가 들어왔다.

16개 시도당에 120만원 이상 당비가 납부된 경우는 423건, 300만원 이상은 201건, 1억원 이상은 2건이었다. 반면, 2019년 같은 기간 16개 시도당에 300만원 이상의 당비가 들어온 것은 3건에 불과했다.

민주당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중앙당이 올해 걷은 120만원 이상 당비의 납부 건수는 모두 89건이었다. 300만원 이상은 76건이었고, 1억원 이상도 18건이나 됐다.

6월7일에는 1건에 15억4881만5080원의 초고액 당비가 들어오기도 했다. 4월5일 17억161만9836원(2건), 5월4일 16억2649만9536원(2건) 등 10억원 이상의 당비 내역도 있었다.

반면, 2019년 같은 기간 120만원 이상 당비를 기록한 건수는 70건, 300만원 이상은 48건, 1억원 이상은 13건에 불과했다. 10억원 이상의 당비가 들어온 경우는 없었다.

민주당 16개 시도당(충남도당 제외)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액 당비를 걷었다. 서울시당의 경우, 300만원 이상 당비 납부 건수가 63건이었다. 경기도당의 경우 78건이었다.

전체 시도당을 모두 합하면 120만원 이상 3677건, 300만원 이상 1113건, 1억원 이상 20건 등으로 집계됐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6월1일 서울 동대문구 체육관에서 개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당비 공개’ 추진했지만…법안 발의 ‘0’

정치권에서 특별당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여러 차례 있었다. 무려 26년 전,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은 “현행 정치자금법은 기부 내용이 드러나지 않아, 공천자에게 특별당비 명목으로 공공연히 거액의 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정치자금법 개정 의지를 밝히기도 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19대 민주당 대통령후보 시절, 특별당비 공개를 공약으로 내놨다.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자금 제도 정착’ 방안 중 하나로 ‘정당의 고액 특별당비 내역 공개’가 담겼다. 이후 2018년 4월, 문재인 정부는 반부패정책협의회를 통해 “당비의 종류·납부절차·납부정보공개를 정치자금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공천 대가로 당비를 받는 사례를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20·21대 국회에서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국회의원은 물론 정부 이름으로도 발의된 적이 없다.

‘고액 당비를 공개하자’는 중앙선관위의 의견도 묵살됐다. 선관위는 11년 전인 2011년 ‘월 1000만원, 연 1억원이 넘는 당비가 들어오면 이를 공개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법안 제출권이 없기 때문에,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안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국회의원들은 당비 공개에 유독 냉담했다. 지난 18~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정치자금법 개정안 187건(8월23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당비 공개와 관련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선관위의 개정 의견 제안과 발맞춰 2011년 4월1일, 이종걸 당시 민주당 의원이 “한 사람이 납부할 수 있는 당비를 연간 1억원 이내로 하고, 연간 1000만원 이상 납부자의 실명과 액수를 공개”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18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고, 그 후 현재까지 정치권은 단 한 번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도, 개정 의견도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반론도 편다. 당원들이 자유롭게 내는 당비를 공개하는 건 정당활동을 옥죈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정당법이 없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당법을 둬 정당의 입·탈당 등 절차적인 규제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는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소액 당비가 늘어야 당내 민주주의도 제대로 될 수 있다”면서도 “공개되지 않는 고액의 특별당비의 경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치자금법상 공개 기준인 300만원과 맞춰 공개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시도당에서는 경선기탁금과 심사비를 특별당비라고 말하지만 이는 반드시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각국의 정당·정치자금제도 비교연구’ 자료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연간 7500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1000만원 이상의 당비를 낸 당원의 이름과 금액 등을 명시하도록 법에 규정했다.

체코 역시 5만 코루나(약 272만원) 이상 당비를 낸 당원의 이름과 생년월일, 거주 지역 등을 기재하도록 했다. 당비 시스템이 있는 리투아니아에서는 연간 360유로(약 48만원) 이상의 당비를 낸 당원의 이름 등을 제출해야 하고, 에스토니아 역시 납부자와 금액 등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