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홍수 피해 13조원 넘어…‘앙숙’ 인도에도 손 내밀어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08.3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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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보다 심각…복구에 5년 걸릴 듯”
28일(현지 시각)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자파라바드에서 이재민들이 가재도구를 뗏목에 싣고 홍수 지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AP연합
28일(현지 시각)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자파라바드에서 이재민들이 가재도구를 뗏목에 싣고 홍수 지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AP연합

최악의 홍수가 덮친 파키스탄의 인명·재산 피해 규모가 13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30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흐산 이크발 파키스탄 개발계획부 장관은 전날 “최근 홍수 관련 피해를 잠정 추산한 결과 10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크발 장관은 이번 피해가 과거 2000명 이상이 숨지고 국토 5분의1이 물에 잠겼던 2010년 홍수 사태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은 이번 홍수 피해로부터 사회를 재건·회복하는 데 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식량 부족이 심각한 상황으로, 인도로부터 야채를 수입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핵 개발 경쟁·분쟁지 카슈미르 영유권 등의 사안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전쟁을 치렀던 관계지만, 상황이 다급하다 보니 인도에까지 손을 내밀겠다는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와 관련해 트위터에서 “비통한 심정”이라며 “유족에게 진심어린 조의를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도,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에서는 매년 6월~9월 계절성 몬순 우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왔는데, 올해 파키스탄의 상황은 특히 심각했다. 지난 3달의 우기 동안 누적 사망자 수(29일 밤 기준)만 1136명으로, 직전 24시간 동안에만 75명이 숨졌다. 홍수 피해 직격탄을 맞은 남부 신드주에서는 이재민이 탄 배가 구호 시설로 이동하다가 전복돼 13명이 넘게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이달 신드주의 강수량은 평년 대비 9배나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키스탄 홍수 사태의 주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특히 파키스탄의 기온이 지난 5월 50도 안팎까지 치솟는 등 폭염의 영향으로 폭우가 촉발됐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이에 파키스탄 정부는 선진국의 무책임한 개발로 야기된 기후변화에 파키스탄이 희생됐다는 입장이다. 이크발 장관은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은 세계 최소 수준”이라며 국제사회가 자국에 대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도울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경제난에 처한 파키스탄이 최악의 홍수까지 겹치자 국제사회는 구호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유엔(UN)은 1억6000만 달러(약 2160억원)를 긴급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이미 구호물품을 실은 항공기를 급파했다. 중국은 이미 텐트 4000개, 담요 5만 장, 방수포 5만 개 등을 제공했으며, 전날에는 30만 달러(약 4억원)와 텐트 2만5000개를 추가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한국도 30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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