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현금부터 확보” ‘두산 블록딜’로 본 금리인상기 기업의 돌파구는?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08.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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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계열사 등 지분 팔아 6500억 실탄 확보
이자 상환, 자금 조달 등 금융비용 부담 껑충
경기도 분당시 정자동의 두산타워 전경ⓒ시사저널 박은숙
경기도 분당시 정자동의 두산타워 전경ⓒ시사저널 박은숙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이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의 지분을 팔며 현금 확보에 성공했다. 재무구조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재무구조 강화, 즉 유동성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두산의 결정이 가중되고 있는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는 평가다. 금리인상의 여파가 가계는 물론 기업에도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두산은 31일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35% 가운데 4.47%에 해당하는 2854만 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시장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처분 금액은 5772억원 규모다. 이번 블록딜로 지분율은 30.50%로 낮아지게 됐다.

이번 지분 매각에 대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두산은 설명했다. 또 확보되는 유동성으로 재무구조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두산은 자회사인 두산프라퍼티 지분(46%)도 지난 30일 전량 매각했다. 두산프라퍼티는 비주거용 건물 임대를 맡았던 기업이다. 처분금액은 약 727억원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전량을 인수했다.

이번 매각으로 ㈜두산은 약 65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를 언급하긴 했지만 재계에서는 유동성 확보에 더 무게가 실린 결정으로 보고 있다.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다. BBB급 회사채 발행 금리는 최근 6% 안팎으로 오르며 코로나19 전 4%대보다 이자 부담이 커졌다.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성사채도 8259억원 수준이다. 최근 추가 금리 상승이 예상되면서 차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해 부채 상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 상반기 기준 ㈜두산의 부채비율은 166%다.

 

상장사 5곳 중 2곳, 영업이익으로 이자 내고 나면 끝

재계에서는 이번 두산 결정이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인한 기업의 금융비융 부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30일 발표한 ‘2022년 7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잠정)’에 따르면, 기업대출 금리(4.12%)는 전달보다 0.28%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0.25%포인트, 0.30%포인트 올랐다. 향후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된 터라 기존 대출에 대한 이자 상환과 추후 자금 조달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가계와 마찬가지로 기업도 올 들어 급격히 올라간 원자재 가격과 기준 금리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이 1에 못 미치는 기업은 분석 대상 상장사 1675개 중 690개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부채에 대한 이자지급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1 미만일 때는 갚아야 할 이자비용보다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더 적었다는 뜻이다. 결국 상장사 5곳 가운데 2곳은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었다는 의미다.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유동성 확보는 최우선 경영 전략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높지 않은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기업의 현금 확보는 수익 악화로 부채비율까지 높아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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