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인터뷰] 원희룡 “신도시 확실히 하겠다…9월엔 ‘오해’를 ‘신뢰’로 반전”
  • 김종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3 12:05
  • 호수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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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다리 아저씨’로 기억되고파”
“당분간 집값 하향안정 흐름…5년간 ‘공급’은 확실히 책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어려운 자리다. 집과 교통은 삶에 필수적이다. 각종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어느 한쪽이 환호하는 정책은 다른 쪽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내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두 요소를 다루는 자리에 지금 원희룡 장관이 있다. 

원 장관은 8월30일 서울 정동 국토발전전시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근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1기 신도시 재정비, 집값 추세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자세히 밝혔다. 원 장관은 “당분간 집값은 하향안정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8·16 대책은 “5년간 일관되게 지킬 원칙을 발표한 것”이라고 했고, 1기 신도시 재정비는 “빠르고 확실하게 해내겠다”고 했다. 임기를 마칠 때는 ‘사다리 아저씨’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촘촘한 주거 사다리를 만드는 게 국토부 장관의 중요한 과업이기 때문이다. 

8월30일 서울 중구 국토발전전시관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깜짝 발표에 ‘중독’된 대한민국…‘해독’해야 부동산 안정”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은. 

“국민 목소리를 정책에 잘 담는 것이다. 특히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빠르고 확실하게 해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또 신도시 교통 소외, 심야 택시난, 층간소음, 전세사기 등 국민 불편에도 불구하고 정책 사각지대에 있었던 과제들을 국민과 소통하며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

8·16 대책은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종합대책이다.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그간의 공급자적 시각에서 벗어나 국민 시각에서 주택 공급의 문제점을 면밀하게 살폈다. 특히 국민이 원하는 주택이 무엇인지를 심층 분석해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수요 응답형 정책을 만들기 위해 이번 대책을 준비하면서 처음 시작한 게 대국민 설문조사, 빅데이터 분석, 현장간담회 등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주택과 정책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두 가지 평가가 있다. ‘방향은 옳다’와 ‘구체성이 없어 시장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두 평가 모두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옳은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지난 정부에선 잘못된 방향으로 억지로 끌고 가 시장이 잘못됐다. 그런데 지금 방향은 옳다고 하신다. 매우 좋은 평가다. 구체적 내용이 없다? 구체적 내용 발표를 안 했으니 당연하다. 이번 대책은 향후 5년간 일관되게 지킬 원칙을 발표한 것이다. 방향성과 5년간의 공급 물량을 밝혔음에도 가격에 영향이 없다. 금리 변수 등이 있지만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가격 변동이 없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구체적 내용은 왜 발표를 안 했나. 

“지난 5년간 전임 정부에서 28번이나 깜짝 대책을 발표했지만, 그럴 때마다 역효과가 났다. ‘부동산 정책 발표’의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 깜짝 발표로 시장에 즉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저희는 예측 가능한 시장으로 안내하는 발표를 했다. 지난 정부의 어떤 점이 잘못됐고,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거고, 그 내용과 스케줄은 이렇다 등을 알렸다. 지금 투기세력과 일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상당한 국민들까지도 투기의 대상으로 정부의 깜짝 발표를 활용하는 것에, 나쁘게 말하면 ‘중독’돼 있다. 이걸 ‘해독’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었다고 보나.

“주거 상향 등 국민의 기본적 수요를 헤아리지 못하고 과도한 규제를 통해 수요 억제에 몰두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무엇보다 국민을 불편하게 했다. 과도한 대출 규제 등으로 집을 사기 어렵게 했다. 징벌적 세금을 부과해 내 집에서조차 편히 못 있게 했다. 집을 파는 것조차 힘들게 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도심 주택 공급 확대처럼 근본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을 펼쳤어야 했는데, 단기적으로 집값 잡는 데 집중해 규제 일변도 정책을 계속 썼다. 그렇게 각종 규제가 겹겹이 쌓이면서 주택 공급 기반은 약화됐다. 결과적으로 정부 대책에 대한 신뢰는 계속 줄었고, 수많은 대책을 내놨음에도 집값 급등을 막지 못했다.”

 

“민생 위협하는 전세사기, 뿌리 뽑을 것”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두고 혼선이 있었다. 

“저희 부처로선 혼선은 아니지만, 국민이 신도시를 시기적으로 원하는 타이밍과 노후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급박함, 신도시를 바라볼 때의 가격 상승 호재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 작용했다고 본다. 이번 종합대책은 5년간의 주거 공급 대책이지 신도시 플랜이 아니다. 만약 신도시 대책이었다면 훨씬 상세하고, 국민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저희가 공급 대책에 신도시를 간략하게 처리하니 순간적으로 오해가 생겼다.” 

그럼 준비는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나. 

“물론이다. 국토부는 신도시 주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1기 신도시 태스크포스(TF)’를 5월30일 구성해 내부적으로 운영해 왔다. 최근엔 이미 준비한 내용을 속도감 있게 마무리해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8월30일엔 민관 합동 TF로 확대 개편했다. 9월8일엔 1기 신도시 5곳 자치단체장과 간담회를 한다. 간담회를 시작으로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특별법, 도시정비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손 놓고 기다려야 하나 등의 말이 나오지 않도록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하겠다. 과정을 압축적으로 진행해 속도를 내겠다. 그래서 9월에는 결과적으로 신도시 관련 논란이 오해였음을 증명하겠다. 오해가 신뢰로 반전될 수 있게 확실히 하겠다.”

최근의 집값 추세는 어떻게 보나. 

“하락 안정 추세인데, 최근까지 지나치게 오른 점에 비춰보면 내려온 수준이 폭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부동산 시장이 소득과 유동성, 공급량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 안정화되기까지는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다만 세계적 긴축 상황과 금리 추세, 자금이 뒷받침되지 않은 수요는 심리적 수요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하향안정 흐름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확실한 건 5년간 공급을 꾸준히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 공급 측면의 가격 균형점은 이탈이 없도록 확실히 책임지겠다는 점이다.”

적정한 집값 수준은 무엇일까.

“연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이라는 게 있다. 2008년 전후 PIR은 8배 정도였다. 연봉이 5000만원이라면 4억원 정도의 집을 구매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리면서 집값이 많이 올랐다. 다른 나라도 이 수치가 10을 넘어서는 추세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PIR이 18까지 나왔다. 과연 어디까지가 우리 경제 수준에서 부담 가능하고 바람직한 집값인가에 대해서는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지만, 현재 우리 소득 수준에 비해 문재인 정부 기간에 두 배 오른 집값은 지나치게 올랐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 저는 소득, 유동성, 공급량 이 세 박자가 맞는 균형점을 중시해야 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다른 이야기도 해보자. 최근 전세사기가 기승이다. 해결방안은. 

“전세사기는 민생을 위협하는 중대범죄다. 이를 뿌리 뽑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우선 국토부와 경찰청이 공조를 통해 7월부터 전세사기 합동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국토부 차원에서 분석한 전세사기 의심사례 1만3961건을 1차적으로 경찰청에 제공했다. 이 중 2111건은 경찰에 직접 수사의뢰했다. 앞으로도 전세사기 사례를 공유하고, 유형별 사기 수법 등을 분석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

정부 대책에도 국민적 불안감이 상당하다.

“추석 전 전세사기 종합대책을 추가 발표해 임차인의 소중한 보증금을 빈틈없이 지킬 계획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활성화를 위해 보증료를 할인하고, 시세정보가 부족한 신축빌라에 대한 시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전세사기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층간소음 대책은 없나.

“이번에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도 도입, 층간소음 기준 상향 등을 통해 건설사 책임을 강화했다. 동시에 용적률 혜택처럼 인센티브를 도입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공공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민간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확실히 제도화해 나겠다.” 

올여름 집중호우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대책 마련은 어떤 상황인가.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으신 수해민 피해 복구와 긴급 이주 지원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입주 가능한 공공임대 1321호를 확보해 이주민 입주를 시작했다.”

반지하 주거에 대한 해결방안은.

“반지하뿐만 아니라 재난·재해에 취약한 가구를 종합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연말까지 실태조사를 실시해 재해 취약 주택의 세부현황과 재해 위험 정도, 이주 희망 수요 등을 정확히 파악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개로 개선이 시급한 재해 취약 주택은 개보수를 지원하고, 세입자분들에게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이주를 지원하는 사업도 확대하겠다. 재해 취약 주택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위험 주택이 밀접해 있는 지역을 정비하는 동시에 세입자의 주거복지 방안도 함께 강화하는 등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세입자 의견수렴, 실태조사, 대안주거 확보방안 등에 대해 관계부처, 지자체와 함께 면밀한 검토를 거쳐 연내에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

심야 택시 대란도 국민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이 부족하다. 공급이 부족한 이유는 비현실적으로 낮은 수익구조로 법인택시 기사들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개인택시의 심야운행 기피도 한몫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법인택시 기사가 약 3만 명 이상 감소했다. 이에 심야 탄력호출료를 기사에게 많이 배분되는 방향으로 도입하고, 목적지 미표시 등을 포함한 심야 택시의 공급 확대, 버스 심야운행 확대 등을 통한 수요 분산 방안을 종합 검토 중이다.”

 

“국가건축정책위는 대통령 직속으로 남겨놓는 게 좋아”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국가건축정책위원회(국건위)는 국토부로 이관되나. 

“대통령실에서 특별한 위원회를 빼곤 예외 없이 각 부처나 총리 산하로 가라고 해서 국건위가 현재 국토부 산하로 오는 걸로 지침은 내려져 있다. 바로 이렇게 되지는 않고 법이 개정돼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이 동의해줄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 다만 국토부는 국건위가 다른 부처들도 아울러야 하는 특성도 있고, 특히 용산으로 대통령실이 옮겨가고 용산공원을 국가적 의미를 가진 곳으로 조성하는 데 있어 대통령실 등과 긴밀한 논의가 필요한 만큼 대통령 직속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해둔 상태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여권이 위기인데, 대통령에게 딱 하나만 조언을 한다면. 

“정권 초기 일하는 체제를 갖춰나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정치 상황이 워낙 양극화가 심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어찌 보면 감내해야 할 점이다. 그럼에도 국민의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에 ‘무한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민심을 더 잘 받들어야 한다고 본다. 결국 정권과 대통령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이 불만을 갖고 비판한다고 해서 대립하거나 맞설 수 없다. 국민은 비판할 수 있는 특권을 갖고 계신다. 이게 민주주의다. 국민의 비판에는 삶의 호소, 요청 등이 담겨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 목소리에 좀 더 겸허한 자세로 집중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도 평가를 할 입장이 아니라 평가를 받아야 하는 정부의 책임 있는 일원이다. 그렇기에 지금 드린 말씀을 저도 똑같이 새기고, 정부의 모든 구성원이 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말씀을 함께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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