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인가, 이전인가…송도 국제학교 조건부 승인에 학부모들 ‘혼선’
  • 박준형 인천본부 기자 (jun897@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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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CMIS 모두 캐나다 州정부 인정 학교지만, 별개 법인
비인가 CMIS 재학생 입학 불투명…“학습권 보장 적극 검토”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칼빈 매니토바 국제학교(CMIS)’ 설립이 승인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인천글로벌캠퍼스에서 운영되고 있는 동명의 비인가 CMIS가 인가를 받아 이전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CMIS는 최종 설립 승인이 아닌 조건부 승인 상태다. 향후 새로운 CMIS 개교에 따라 문을 닫는 비인가 CMIS 재학생들의 입학 여부도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송도국제도시에 새로운 CMIS 등장

1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5일 캐나다 매니토바주(州)에서 유·초·중·고 통합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GWSCE가 신청한 CMIS의 설립을 승인했다.

CMIS는 송도국제도시 4공구 내 전 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 건물에 들어선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58학급, 1312명 규모로 운영된다. 내년 2월6일 개교 예정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전경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 송도국제도시 전경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다만, 아직 시교육청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니다. 조건부 승인 상태다. 임대차 계약과 학교 리모델링, 자격증을 갖춘 교원 채용, 외부 체육관 시설 계약, 보증보험 가입 등을 늦어도 개교 한 달 전까지 이행해야 최종 승인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최종 승인을 위해선 여러 가지 조건들을 정확히 이행해야 한다”며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있어선 안 되기에 철저하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승인을 받으면 CMIS는 채드윅송도국제학교와 대구국제학교에 이어 국내에서 인가를 받은 세 번째 외국교육기관이 된다. 제주특별자치도에 설립된 국제학교는 인가를 받았지만, 외국교육기관이 아닌 제주국제학교로 분류된다.

외국교육기관은 비영리 외국 학교법인이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외국교육기관법)에 근거해 국내에 설립한 학교다. 외국 학교의 한국 분교 개념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통상 ‘국제학교’로 불린다. 인가를 받지 않았으나 국제학교로 불리는 곳들도 다수 존재하는데, 이는 외국교육기관이 아니라 국내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일종의 어학원일 뿐이다.

외국교육기관으로 인가를 받은 국제학교는 정원의 30%까지 국내 학생이 입학할 수 있다. 교육감이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경우 정원의 50%까지도 입학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국내 학력이 인정된다.

CMIS의 승인 소식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특히 인천글로벌캠퍼스에서 운영되고 있는 기존 CMIS 학부모들이 일제히 환영했다. 비인가 국제학교에서 인가 국제학교가 됐다는 것이다. 

국제학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랫동안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실을 맺었다’, ‘CMIS는 지금 운영되고 있는 학교로, 비인가에서 인가가 됐다’, ‘이전을 전제로 재학생 1312명을 인가받으면서 국제학교를 갈망하는 수도권의 눈길을 잡았다’ 등 반응이 줄을 이었다.

 

기존 CMIS 문 닫는다는데…재학생들 거취는?

하지만, 이번에 승인을 받은 CMIS는 명칭만 같을 뿐 기존 CMIS와는 다른 기관으로 확인됐다. 설립자와 대표, 법인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국제학교라는 게 시교육청과 CMIS 측 설명이다. 인천글로벌캠퍼스에서 운영되는 CMIS가 이전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인천글로벌캠퍼스 전경 ⓒ인천글로벌캠퍼스운영재단
인천글로벌캠퍼스 전경 ⓒ인천글로벌캠퍼스운영재단

기존 CMIS는 2010년 문을 열었다. 매니토바주 교육부의 인가를 받았지만, 국내에선 비인가 국제학교다. 인천글로벌캠퍼스 내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으며, 학비는 연간 1600만~2300만원에 이른다. 캐나다 학력을 인정받기 때문에 해외 대학 진학을 고려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 학교는 그동안 입학설명회 등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조만간 인가받을 것’이란 취지의 설명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CMIS 재학생들의 거취가 불투명한 것도 학부모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이유다. 기존 CMIS는 새로운 CMIS가 개교하면 문을 닫을 예정이다. 기존 CMIS가 인천글로벌캠퍼스와 맺은 임대 계약은 내년 2월까지다. 임대 계약 연장에 대한 협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옮겨가는 과정에서 기존 CMIS 재학생에게 우선 입학권을 준다고 들었다’, ‘매니토바주 교육부로부터 원하는 재학생들은 우선적으로 입학시험 없이 입학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등 주장이 나오고 있다. 두 학교 모두 매니토바주 교육부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기존 CMIS 재학생들의 새로운 CMIS 이전 입학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CMIS 재학생의 입학 여부를 비롯해 개교에 따른 신입생 입학 조건, 절차 등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새로운 CMIS 측은 정해진 게 없어 공식 입장도 내놓을 게 없다는 입장이다.

CMIS 관계자는 “리모델링도 하고 학생 모집절차도 진행해야 하는데, 아직 어떤 것도 오픈돼 있지 않다”면서 “일단은 2월6일 개교 일정을 맞추는 게 급선무다. 개교 준비에 대한 세팅이 끝나고 조건 이행이 선결된 이후에 후속적인 부분들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한 가지 공통점은 매니토바주 교육부 승인을 받은 재학생들이다. 신중히 고려하고 판단할 것”이라며 “민감한 사안이지만 아이들 학습권과 관련해서는 보장이 돼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검토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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