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NOR)'의 한반도 상륙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2003년 117명의 사망자를 낸 태풍 '매미'보다 강도가 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힌남노 이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기상청은 이동경로가 불확실하지만, 경로가 어디로 틀어지더라도 우리나라에 영향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했다.
기상청은 1일 오전 11시 브리핑에서 "힌남노가 남쪽 해상에서 정체기간을 가진 후 2일부터 한반도 방향으로 북상할 것"으로 관측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변수가 많아 수치모델마다 이동경로가 다르게 예측되고 있다"면서 "한반도 상륙 여부는 예측할 단계가 아니지만, 한반도가 강한 영향권 하에 들 것이라는 예상은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힌남도는 대만 타이베이 동남동쪽 510km 부근 해상에서 남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강도가 세지는데, 이 시각 중심기압은 920hPa(헥토파스칼)까지 떨어졌고 강풍반경은 260km에 이른다. 최대풍속은 초속 54m(시속 194㎞)으로 '초강력' 태풍으로 커졌다. 초강력 태풍은 태풍 강도의 가장 높은 단계로, 건물을 붕괴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힌남노는 1일 오후부터 2일 밤까지 해상에서 정체기간을 가진 후 한반도 방향으로 북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만 해상에 머물고 있는 힌남노는 초강력 세력을 유지한 채 정체하다가, 북진을 시작해 4일부터 7일까지 한반도에 강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만 동쪽에서 정체하는 기간 동안 태풍 강도에 따라 경로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 예보분석관은 "태풍의 이동경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띨 수 있어 각국의 수치모델 편차가 크다"면서 "태풍이 정체 후 북진하는 시기에 서쪽으로 편향했다가 북동쪽으로 선향할 수도 있고, 이 시기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연출될 경우 대한해협 쪽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힌남노 경로는 불확실하지만 강풍반경이 넓어 어떤 경로로 가든 한반도에 위험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 예보분석관은 "2일 경에 우리나라 쪽으로 북상하는 모습을 보면 바람의 강도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면서 "태풍이 가진 뜨거운 수증기와 북쪽의 차가운 대기가 만나 강수밴드를 형성하면서 강한 비 쏟아낼 가능성 높다"고 예측했다. 1일 오후부터 제주에서 시작된 비는 2일에 남해안과 남부지방으로 확대되겠다. 힌남노 경로에 따라 3~4일 중부지방에도 비가 올 가능성도 있다. 3일까지 예상되는 누적 강수량은 제주는 최대 300mm, 경북권 남부, 전남권(남해안 제외), 경남 내륙에 10~60mm이다.
힌남노는 5일 오전 9시 강도가 '매우 강'으로 약해진 상태로 제주 서귀포시 남남서쪽 470㎞ 해상을 지나고, 6일 오전 9시 서귀포 동북동쪽 180㎞ 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귀포시 동북동쪽 해상을 지날 때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45hPa과 45㎧(시속 162㎞)일 것으로 예측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강도는 차를 타고 달릴 때 속도를 예상해보면 된다. 시속 162km라면 시설물을 다 휩쓸 정도"라고 부연했다.
기상청은 이동경로에 집중하기보다는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방점을 두고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사태에 유의하고 옥외간판 등 시설물 파손에도 대비해야 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한 비가 올 때 해수면 수위가 높아져 물이 역류할 수 있어 하천 범람과 저지대 침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한 비와 바람으로 시설물이 파손될 가능성이 높으니 미리 점검하고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