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보다 센 힌남노 북상…“한반도 영향, ‘사람 날릴’ 위력”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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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범람과 저지대 침수 우려…시설물 파손 대비”
1일 낮 12시 20분 천리안위성 2A호에 포착된 제11호 태풍 힌남노(붉은 원) Ⓒ연합뉴스
1일 낮 12시 20분 천리안위성 2A호에 포착된 제11호 태풍 힌남노(붉은 원) Ⓒ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NOR)'의 한반도 상륙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2003년 117명의 사망자를 낸 태풍 '매미'보다 강도가 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힌남노 이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기상청은 이동경로가 불확실하지만, 경로가 어디로 틀어지더라도 우리나라에 영향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했다. 

기상청은 1일 오전 11시 브리핑에서 "힌남노가 남쪽 해상에서 정체기간을 가진 후 2일부터 한반도 방향으로 북상할 것"으로 관측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변수가 많아 수치모델마다 이동경로가 다르게 예측되고 있다"면서 "한반도 상륙 여부는 예측할 단계가 아니지만, 한반도가 강한 영향권 하에 들 것이라는 예상은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힌남도는 대만 타이베이 동남동쪽 510km 부근 해상에서 남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강도가 세지는데, 이 시각 중심기압은 920hPa(헥토파스칼)까지 떨어졌고 강풍반경은 260km에 이른다. 최대풍속은 초속 54m(시속 194㎞)으로 '초강력' 태풍으로 커졌다. 초강력 태풍은 태풍 강도의 가장 높은 단계로, 건물을 붕괴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힌남노는 1일 오후부터 2일 밤까지 해상에서 정체기간을 가진 후 한반도 방향으로 북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만 해상에 머물고 있는 힌남노는 초강력 세력을 유지한 채 정체하다가, 북진을 시작해 4일부터 7일까지 한반도에 강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만 동쪽에서 정체하는 기간 동안 태풍 강도에 따라 경로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 예보분석관은 "태풍의 이동경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띨 수 있어 각국의 수치모델 편차가 크다"면서 "태풍이 정체 후 북진하는 시기에 서쪽으로 편향했다가 북동쪽으로 선향할 수도 있고, 이 시기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연출될 경우 대한해협 쪽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13년 9월 12일 제14호 태풍 '매미'가 제주지방을 강타하고 지나간 가운데 남제주군 성산포항에서 강풍에 날린 20여평 규모의 대형 컨테이너와 부러진 전신주가 차량 3대를 덮쳐 파손됐다. Ⓒ연합뉴스
2013년 9월12일 제14호 태풍 '매미'가 제주지방을 강타하고 지나간 가운데 남제주군 성산포항에서 강풍에 날린 20여평 규모의 대형 컨테이너와 부러진 전신주가 차량 3대를 덮쳐 파손됐다. Ⓒ연합뉴스

힌남노 경로는 불확실하지만 강풍반경이 넓어 어떤 경로로 가든 한반도에 위험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 예보분석관은 "2일 경에 우리나라 쪽으로 북상하는 모습을 보면 바람의 강도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면서 "태풍이 가진 뜨거운 수증기와 북쪽의 차가운 대기가 만나 강수밴드를 형성하면서 강한 비 쏟아낼 가능성 높다"고 예측했다. 1일 오후부터 제주에서 시작된 비는 2일에 남해안과 남부지방으로 확대되겠다. 힌남노 경로에 따라 3~4일 중부지방에도 비가 올 가능성도 있다. 3일까지 예상되는 누적 강수량은 제주는 최대 300mm, 경북권 남부, 전남권(남해안 제외), 경남 내륙에 10~60mm이다.  

힌남노는 5일 오전 9시 강도가 '매우 강'으로 약해진 상태로 제주 서귀포시 남남서쪽 470㎞ 해상을 지나고, 6일 오전 9시 서귀포 동북동쪽 180㎞ 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귀포시 동북동쪽 해상을 지날 때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45hPa과 45㎧(시속 162㎞)일 것으로 예측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강도는 차를 타고 달릴 때 속도를 예상해보면 된다. 시속 162km라면 시설물을 다 휩쓸 정도"라고 부연했다. 

기상청은 이동경로에 집중하기보다는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방점을 두고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사태에 유의하고 옥외간판 등 시설물 파손에도 대비해야 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한 비가 올 때 해수면 수위가 높아져 물이 역류할 수 있어 하천 범람과 저지대 침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한 비와 바람으로 시설물이 파손될 가능성이 높으니 미리 점검하고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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