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개월 이정선 광주교육감에 찾아온 첫 ‘시련’…“한번쯤 겪고 갈 길”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1 15: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급 개방형감사관에 선관위 출신 ‘고교동기’ 임용…비판여론 봇물
광주시의회, 李 교육감 주요 공약사업 예산에 칼날…‘전액 삭감’
‘시민·시의회 눈높이’ 벗어난 인사·정책 급제동, 정치적 부담 커져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8월 17일 삼각초등학교를 방문, 어린이들을 격려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8월 17일 삼각초등학교를 방문, 등교하는 어린이들을 격려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취임 2개월을 맞은 이정선 광주교육감에 첫 시련이 찾아왔다. 고교 동기의 시교육청 개방형 감사관 임명과 시의회의 주요 공약사업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쌍끌이 악재에 직면하면서다. 이 교육감은 우선 자신의 고교 동기 동창을 개방형직위 감사관(3급)에 최종 낙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역사회에서 정실인사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민선 교육감 시대 이후 감사관을 내부 인사로 둘 경우 동료와 조직을 감사하는 데 부담이 따르고, 실제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외부 인사를 영입해 철저한 감사를 해 온 전통을 갖고 있다. 장휘국 전 교육감 시절에 개방형 감사관 제도를 도입한 후 검사 출신(김용철)과 감사원 출신(배민)이 감사관을 각각 맡았다.

1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 교육감은 개방형 감사관 공모에 응모한 7명 가운데 면접 전형에 합격한 2명 중 유병길 전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 관리관을 최종 낙점했다. 시교육청이 이 교육감 취임 이후 진행한 감사관 외부공모에 총 7명이 원서를 제출했고, 이들 모두를 대상으로 이달 9일 2차 면접 전형을 했다. 외부위원 5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는 이들 중 2명을 인사위원회에 추천했다.

인사위원회는 면접위원회가 추천한 2명을 이 교육감에게 다시 추천해 최종 낙점됐다. 유 감사관은 이날부터 출근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는 최초 2년이고 연장할 수 있으며 연봉은 7385만원이다. 이정선(63) 교육감과 유병길(64) 감사관은 호적상 나이는 한 살 차이지만, 순천 매산고 26회 동기로 3년간 학교를 같이 다녔다. 더구나 지자체 등을 통틀어 선관위 출신이 감사관을 맡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감사관 응모자들의 자기소개서와 감사 운영계획서만 보고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실시했다”며 “인사 실무진들은 전형 과정서 학력 등은 비공개 블라인드여서 언론보도를 보고 나서야 교육감과 감사관이 고교 동기동창이란 사실을 알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육감 고교 동창의 감사관 임용 소식이 알려지자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신임 감사관이 교육행정을 견제해야 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감과의 친분으로 인해 감사행정의 독립성과 이해충돌로 감사의 공정성을 헤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시민모임)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신임 유병길 감사관과 이정선 교육감이 고교 동기 동창이다”며 “감사행정의 독립성을 해치는 등 청렴도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여론이 지배적”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모임은 “민선 교육감 이후 감사관은 교육 비리를 응징하고, 촌지 수수 관행을 뿌리 뽑는 등 광주교육의 '포청천'으로 불렸다”며 “청렴한 풍토를 만들어 온 성과가 용두사미가 돼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앞서 광주 교사노조는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교 동기 감사관이 이정선 교육감의 청렴도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유병길 감사관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임을 촉구했다. 광주시의회도 가세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의회와 언론이 보고 있는데 독립적인 위상을 가져야 할 감사관에 사실상 고교 친구를 앉힌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감사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굉장히 우려스러운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8월 31일 오후, 페이스북에 최근 심경을 엿볼 수 있는 글을 올렸다. 그는 ‘어느 페친 님 글에 대한 답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회학적 개념인 사회적 자본을 거론하며 “사람 간, 기업 간 관계에 있어서도, 정치에 있어서도 형성되면 일이 쉽게 풀린다. 반대로 신뢰를 얻지 못하면 쉽게 풀릴 일도 어렵게 꼬인다”고 적었다. ⓒ이정선 페이스북​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8월 31일 오후, 페이스북에 최근 심경을 엿볼 수 있는 글을 올렸다. 그는 ‘어느 페친 님 글에 대한 답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회학적 개념인 사회적 자본을 거론하며 “사람 간, 기업 간 관계에 있어서도, 정치에 있어서도 형성되면 일이 쉽게 풀린다. 반대로 신뢰를 얻지 못하면 쉽게 풀릴 일도 어렵게 꼬인다”고 적었다. ⓒ이정선 페이스북​

공약사업 예산 302억원 전액 ‘싹둑’…적잖은 압박감

여기에 광주시의회가 이 교육감의 공약 사업과 관련된 예산을 삭감해 향후 정책 추진에 적잖은 압박을 느끼게 됐다. 시의회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고등학생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하는 학생 스마트 기기 보급 등 학교정보화사업 예산 302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시행될 고교학점제에 대비해 원격 강의 수강에 필요한 스마트 기기를 무상으로 보급할 계획이었다. 시의회 예결위는 기기 활용에 대한 분석이나 조사가 충분하지 않는 등 사전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

이 교육감은 상임위에서 관련 예산이 삭감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회학 용어 등을 인용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상임위인 교육문화위원회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어 이 교육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이 교육감의 공약사업인 ‘365 스터디룸’ 조성사업 예산도 182억 가운데 35억원이 삭감됐다.

‘새로운 광주교육’을 기치로 내건 이 교육감은 ‘시민 정서’에 맞지 않은 인사를 임명한 것 때문에 잇따라 보은정실 인사를 단행한 정치인들과 다를 것 없다는 정치적 부담도 커졌다. 이 교육감은 지난 6월 3일 교육감선거 당선 직후 SNS에 올린 글에서 “광주에 학연도, 지연도, 혈연도 거의 없지만 오로지 광주 교육만을 변화와 발전만 생각하는 교육전문가 이정선을 선택했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반드시 시민과 더불어 광주교육을 변화시키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이 교육감은 또한 어제(8월 31일) 페이스북에 최근 심경을 엿볼 수 있는 글을 올렸다. 그는 ‘어느 페친 님 글에 대한 답글’이라는 제목에서 사회학적 개념인 사회적 자본을 인용하며 “사람 간, 기업 간 관계에 있어서도, 정치에 있어서도 형성되면 일이 쉽게 풀린다. 반대로 신뢰를 얻지 못하면  쉽게 풀릴 일도 어렵게 꼬인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진 글이다. 

“믿는 사람이 하는 일은 무슨 짓을 해도 좋아 보이지만, 믿지 못하는 사람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보이고 인정받지 못한다. 처음부터 혈연, 지연, 학연처럼 기계적 유대망에 의해 신뢰를 형성하고 출발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바에야 진정성으로 다가가서 새롭게 신뢰를 형성할 수밖에, 어렵고 힘든 때, 아직믿어주시는 분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는 것이 고맙기 그지없다.”  한 페이스북 친구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번쯤 겪고 가셔야 할 길입니다. 힘내십시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 교육감은 전남 순천 출생으로 순천서 초중고를 졸업한 뒤 한양대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미국 러트거스뉴저지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했다. 광주교육대 교수와 총장을 지낸 것을 제외하곤 사실상 광주와 혈연, 학연, 지연 등에서 연고를 갖고 있지 않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