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전통의 동유럽 ‘에너지 동맹’을 흔들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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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주최 한반도국제평화포럼…‘지정학 위기와 국가전략’ 다뤄
김진아 교수 “V4 사례, 지정학 위기 속 동맹국 리트머스 시험지”
정대진 교수 “에너지 위기에 영원한 동맹 없어…동아시아도 예외 아냐”
통일부 주최로 8월31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에서 원주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원장 조건식)은 폴란드국방대 교수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지정학 위기와 국가전략: 동유럽과 동북아의 경험 공유’ 토론회를 열었다.ⓒ원주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
통일부 주최로 8월31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에서 원주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원장 조건식)은 폴란드국방대 교수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지정학 위기와 국가전략: 동유럽과 동북아의 경험 공유’ 토론회를 열었다.ⓒ원주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

‘동맹’은 얼마나 단단할까. 국가와 국가의 공식 약속으로 이뤄진 동맹은 국가 안보의 핵심 축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힘의 논리’와 ‘자국 우선’이라는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 속에서 동맹은 흔들릴 수 있다. 그 균열이 동유럽에서 확인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동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강한 영향을 미치면서, 기존의 동유럽 동맹이 흔들리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러온 나비효과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과연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는 지금 흔들리고 있지 않을까.

통일부는 이와 같은 질문에 입체적인 답을 모색하기 위해 국제 포럼을 열었다. 통일부는 8월31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부 최전선 폴란드의 국방전문가를 초청해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을 살펴봤다. 원주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원장 조건식) 초청으로 ‘지정학 위기와 국가전략: 동유럽과 동북아의 경험 공유’ 토론회를 위해 서울을 찾은 폴란드국방대 교수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만큼이나 기존의 동맹이 분열되는 양상을 우려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안줴이 소본 폴란드국방대 국가안보학부장은 “비세그라드 그룹(V4)으로 불리우는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는 전통적인 안보협력을 지속해왔다. 그런데 원자력산업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대규모 차관을 도입했던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나머지 세 나라와 달리 러시아를 비호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있던 지난 4월, 헝가리는 EU 회원국 가운데 처음 루블화 결제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러시아는 지난 8월14일 헝가리에 대해 7억㎥ 분량의 가스 추가분 공급을 시작했다. 

소본 학부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V4 그룹에서도 경제적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국가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폴란드는 가스의 46%, 석유의 64%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왔지만 올해 말까지 러시아와의 모든 에너지 거래를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그 대안으로 석탄에 당분간 의존하면서 발틱해 국가들과 천연가스 터미널을 만드는 등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가한 김진아 한국외대 교수는 “V4 그룹은 지정학 위기 앞에서 각 국가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EU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된 리스크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유럽 외 많은 국가들은 불안정한 안보환경 속에서 이득과 손실을 상쇄시키는 헤징(hedging)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인도와 중국, 베트남 등이 헤징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봤다. 

김 교수의 평가를 적용해보면, V4 그룹 중 헝가리가 자국의 이익에 따라 기존 동맹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과연 향후 비슷한 위기 속에서 EU와 미국의 동맹국과 우방국들이 어떤 길을 걸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새로운 질문이 도출된다. 

통일부 주최로 8월31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에서 원주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원장 조건식)은 폴란드국방대 교수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지정학 위기와 국가전략: 동유럽과 동북아의 경험 공유’ 토론회를 열었다.ⓒ원주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
통일부 주최로 8월31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에서 원주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원장 조건식)은 폴란드국방대 교수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지정학 위기와 국가전략: 동유럽과 동북아의 경험 공유’ 토론회를 열었다. ⓒ원주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

토론회에서 최희식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군사적으로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전통적으로 중국 및 러시아에 대해서 경성균형(hard balancing)을 추구하는 나라이지만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 러시아와의 가스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영국 등은 러시아의 극동 에너지 개발사업인 ‘사할린 프로젝트’를 탈퇴했지만 일본은 여전히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를 준비한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일본이 아시아의 헝가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지만 각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안보 위기 속에서 영원히 동맹과 우방의 가치만을 내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확신 없이는 ‘동맹의 정치’도 심각한 모순과 상충을 겪을 것”이면서 “동아시아 국제질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원주 한라대 주관 세션 외에도 미국, 프랑스, 독일 전문가들이 참가한 ‘러-우 전쟁의 한반도 함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북협력 및 한반도 안보체제에 미칠 영향’ 등의 토론회가 열렸다. 

통일부 주최로 8월31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에서 원주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원장 조건식)은 폴란드국방대 교수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지정학 위기와 국가전략: 동유럽과 동북아의 경험 공유’ 토론회를 열었다.ⓒ원주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
통일부 주최로 8월31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에서 원주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원장 조건식)은 폴란드국방대 교수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지정학 위기와 국가전략: 동유럽과 동북아의 경험 공유’ 토론회를 열었다. ⓒ원주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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