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출근에 휴교하면?”…대책 없는 정부 권고에 뿔난 K직장인들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5 13: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위기경보 ‘심각’…출근시간 조정·휴교 권고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5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 해안에 파도가 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이날 오전 8시 제주도 육상 전역과 제주도 앞바다에 태풍경보를 발효했다.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5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 해안에 파도가 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이날 오전 8시 제주도 육상 전역과 제주도 앞바다에 태풍경보를 발효했다. Ⓒ연합뉴스

"정상 출근은 해야하고, 휴교하면 아이는 혼자 집에 남고… 긴급 돌봄도 없다는데 참 대단한 권고네요."

"권고해야 나중에 책임을 안지거든… 임시공휴일 지정시 입게 될 기업의 피해를 국민 안위보다 더 배려하는 정부"

과거 '루사' '매미'보다 강도가 높은 태풍 '힌남노' 상륙으로 정부가 6일 출근시간과 휴교 등을 권고하자, 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글들이다. 정부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어 피해를 줄이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나온다. 또 학교 차원에서 휴교조치를 했을 때 집에 남은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직장인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 상륙이 임박함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4일 오후 4시30분을 기해 중대본 비상근무 체계를 1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하고 위기경보 수준 또한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과거 '루사', '매미'보다 큰 위력의 태풍으로, 전국적인 피해가 우려되면서 정부는 6일 출근시간 조정을 권고하고, 각급 학교에도 자율 판단에 따라 적극적인 휴교 또는 원격수업 시행을 요청했다. 중대본 비상근무 체제가 1단계에서 3단계로 즉시 상향된 것은 사상 처음으로, 이번 태풍 피해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400mm 이상의 많은 비와 순간 최대풍속 40~60m/s의 강한 바람이 동반될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정부는 대비 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힌남노가 전국 주요 도시에 가장 근접하는 시각이 6일 오전 출근시간대여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은 6일 새벽 1시 서귀포를 거쳐 오전 6시경 경남 통영과 거제 등에 상륙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각 지역별로 태풍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시간대는 전남 광주가 오전 5시, 전북 전주가 오전 7시, 울산, 대구, 대전, 세종 등이 오전 8시경으로 예상된다. 그로부터 1시간가량 후인 오전 9시 무렵에 서울, 수원 등이 영향을 많이 받을 전망이다. 

하필 출근 및 등교시간대에 태풍의 영향이 가장 우려된다는 전망에 직장인들과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서 집계한 태풍 관련 학사운영 조정 현황에 따르면, 이날 제주 28개교, 울산 14개교, 전남 13개교 등 55개교가 휴업 중이다. 나머지 학교들은 기상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태풍 피해 예방을 위해 오늘과 내일 자율적으로 출근 시간 조정이나 재택, 유연 근무를 권고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한 아파트에서 시민이 유리창에 테이프를 부착하고 있다. 마산합포구는 2003년 태풍 '매미' 때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한 아파트에서 시민이 유리창에 테이프를 부착하고 있다. 마산합포구는 2003년 태풍 '매미' 때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연합뉴스

그러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권고보다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많다. 누리꾼들은 "돈 벌러가는 어른들도 한 가정의 가장들이고 불안하다. 임시공휴일 지정을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대기업이나 권고를 받아들이지 중소기업이나 일용직은 정시 출근이다. 태풍 뚫고 가야하네.", "아이들만 휴원하면 누가 돌보라는건지… 타지역에 사는 친정엄마를 부를 수도 없고, 갑자기 연차를 쓸 수 있는 직장도 아니다" 등으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알아서들 더 일찍 출근하고 퇴근은 정상퇴근! 회사란 태풍도 없고 폭설도 없고 폭우에도 끄떡없다"라는 자조섞인 글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폭우 상황에도 출근하는 이른바 'K직장인'들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매우 강한 비를 포함한 비구름이 형성되고 있다"며 "지역별 태풍 위험시점을 확인하고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내에서는 문과 창문을 닫고 외출을 자제하면서 TV나 라디오 등을 통해 기상상황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또 자주 물에 잠기는 지역이나 산사태 위험지역, 옹벽 또는 축대 주변 지역 등의 위험한 곳은 피해야 한다. 저지대와 지하차도 등 통행 시 침수로 인해 고립될 수 있으며, 자동차 시동 꺼짐에도 유의해야 한다. 

힌남노는 2003년 우리나라를 휩쓴 태풍 매미와 강도, 이동경로 등이 매우 닮았다. 매미로 인해 국내 117명이 사망하고 13명이 실종됐으며, 4조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한 총리는 지난 3일 주재한 '힌남노 대비상황 점검 회의'에서 "이번 태풍은 우리에게 큰 피해를 안겼던 지난 2003년의 태풍 매미보다도 더 강한 상태로 상륙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2003년 9월12일 경남 사천 부근 해안에 상륙할 당시 매미의 중심기압은 950hPa이었는데, 힌남도의 중심기압은 930hPa(오전 9시 기준)로 더 낮아 강도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