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비상인데 ‘쿵짝쿵짝~’ 얼빠진 광주시…정례조회 중 트로트 공연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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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월례 조회시간에 직원 450여명 참석…시청 모든 사무실에 스피커로 생중계
시 관계자 “예정된 공연” 해명…“노래 ‘무등산’ 처음 선보여, 광주 홍보 의미 있을 것으로 판단”
광주시가 역대급 태풍인 ‘힌남노’가 북상하는 상황에서 정례조회 중 트로트 공연을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광주시가 역대급 태풍인 ‘힌남노’가 북상하는 상황에서 정례조회 중 트로트 공연을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광주시가 역대급 태풍인 ‘힌남노’가 북상하는 상황에서 정례조회 중 트로트 공연을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더구나 매월 첫날 근무 자세를 가다듬는 아침시간에, 공연장이 아닌 대회의실에서 트로트 공연을 해 구설에 올랐다. 

광주시는 5일 오전 9시 시청 대회의실에서 직원 4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월간 정례조회를 열었다. 정례회의는 시청의 모든 사무실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생중계된다. 

첫 순서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2’에서 3위에 오르며 트로트 샛별로 주목받은 10대 가수 김다현의 공연이었다. 김다현은 광주에서 판소리를 배운 인연 등을 소개하며 무등산을 소재로 한 노래 ‘무등산’을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댄스 트로트 곡인 ‘하트 뿅’을 선보이면서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어 정례조회는 ‘업무에 필요한 강기정 사용법’을 주제로 한 팀장급 공무원의 발표까지 40여분간 진행됐다. 이는 지나친 의전 지양, 시민 친화적인 시청·시정 등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태풍 북상 시기와 맞물려 취지가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국이 태풍 영향권 진입을 눈앞에 둬 공직자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한 상황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공연이라는 것이다. 일부 공직자들도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한 공직자는 “역대급 태풍으로 전국 공무원들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는데, 그것도 아침 정례 조회 시간에 공연을 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한 시민은 “역대급 태풍이 다가오고 있어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에 전념해도 모자랄 판국에 이런 공연을 벌이는 것을 보니 광주시가 얼이 빠져도 단단히 빠졌다”고 질타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일찍이 예정된 공연이었고, 김다현 양이 새 노래 ‘무등산’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만큼 광주를 홍보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제11호 태풍 ‘힌남노’ 상륙이 가까워짐에 따라 전날 오후 4시 30분을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바로 3단계로 격상하고, 태풍·호우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심각’으로 상향했다. 이번 태풍 ‘힌남노’는 과거 루사, 매미보다 큰 위력으로 전국적인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총력대응을 위해 1단계에서 3단계로 즉시 상향한 것이다.

광주시도 ‘힌남노’ 북상 예보에 따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한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강기정 시장은 4일 오후 시청 재난상황실에서 관련 부서 실·국장이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태풍대비 분야별 대책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한편 총력대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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