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 덮친 ‘겹악재’…폭우‧고물가에 ‘힌남노’까지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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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불청객에 썰렁한 전통시장…“추석에 태풍? 하늘도 무심하지”
8월 폭우피해 복구 안 된 곳도…“빚 내서 영업 준비했는데 사람 안 와”
태풍 '힌남노'로 폭우가 내린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아현전통시장의 모습 ⓒ시사저널 변문우
태풍 ‘힌남노’로 폭우가 내린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전통시장의 썰렁한 모습 ⓒ시사저널 변문우

“하늘도 무심하지. 고물가에 추석 태풍이라니.”

“추석인데 명절 느낌이 안 나네요. 시장이 텅 비다니.”

역대급 태풍 ‘힌남노’로 폭우가 내린 5일, 서울 아현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시민들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추석 연휴까지 나흘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은 손님들 북적이는 소리 대신 빗소리만 들릴 만큼 썰렁했다. 아예 장사를 접은 가게도 눈에 띄었다.

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김아무개(65)씨는 ‘추석이 체감되나’는 질문에 한숨만 계속 내쉬었다. 김씨는 “작년 추석보다 사람이 더 없다”며 “추석 연휴에 태풍이 말이냐”고 토로했다. 옆에서 국수집을 운영하는 이아무개(67)씨도 “고물가에 사람들이 대형마트로 다 갔나”라며 텅 빈 가게 안을 쳐다봤다.

‘대목’으로 꼽히는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서민들의 ‘지갑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코로나 방역지침이 작년보다 완화됐지만 경제난은 계속되고 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하며 7개월 만에 물가 상승 추세가 꺾였다. 하지만 5%대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고물가 여파가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태풍 ‘힌남노’라는 불청객까지 찾아오자,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진 것이다.

9일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상인들이 상점을 복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9일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상인들이 상점을 복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지난 8월 역대급 폭우 피해를 입은 시장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8월2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전통시장의 94.3%가 정상영업이 가능한 수준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서울의 남성사계시장, 성대전통시장, 관악신사시장 등은 아직도 복구가 끝나지 않았다. 정상적인 영업에 지장이 있는 것이다.

남성사계시장에서 곡물과 채소 등 식자재를 팔고 있는 김아무개(58)씨는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태로 추석 영업을 시작했다. 추석 연휴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놓은 곡물과 채소들은 폭우에 잠겨 모두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또 대형 냉장고 등 값비싼 기기들도 고장 나 수천만원의 피해가 났다. 김씨는 “추석 대목 영업을 하려 해도 피해액이 매출보다 더 크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다른 상인도 “폭우와 고물가에 태풍까지 겹쳐, 이중고에 삼중고”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폭우 피해로 폐기한 재료들을 대체하는데, 고물가로 가격이 올라 빚까지 졌다”며 “그래도 추석 대목에는 많이 팔겠지 했는데, 이제는 태풍 소식에 사람들 발길이 많이 끊겼다”고 망연자실했다.

정부와 지자체에선 8월 폭우로 피해를 본 상인들에게 최대 400만원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인들은 “이 지원금으로 수천만원의 피해를 어떻게 메우냐”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상인들은 당초 금액이었던 200만원의 지원금을 신청한지 3주가 지났는데, 여전히 금액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방을 강타한 6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 거센 파도가 일고 있다. ⓒ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방을 강타한 6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 거센 파도가 일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폭우 속에서 가까스로 시장을 방문한 시민들도 “추석이 체감되지 않는다”며 “이러다 연휴까지 비가 쏟아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한 시민은 채소와 고기 가격을 보더니 “너무 비싸다”며 “이번 추석은 차례상을 간소화시켜 지출을 최대한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6일 오전 7시10분경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여전히 전국 대부분이 태풍 영향권인 가운데, 지역에 따라 최대 이날 오후까지 강풍과 폭우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태풍 직격타를 맞은 일부 지역에선 침수, 파손, 둑 붕괴 위험 등 각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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