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속이고 튀었다”…법무부가 공개한 21쪽 판정요지 봤더니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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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판정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 검토 중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국제투자 분쟁을 심리한 중재판정부가 유죄 판결을 받은 론스타의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론스타가 '속이고 튀었다'(Cheat and Run)"고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당시 한국 금융당국이 정치적 목적으로 외환은행 매각 승인 심사를 지연시킨 잘못도 인정된다며 양측이 책임을 동등하게 져야한다는 판단이다.

법무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제투자분쟁(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사건 판정 요지서를 공개했다. 중재판정부가 발령한 절차명령 제5호에 따라 당사자인 정부와 론스타의 동의가 없으면 대외에 판정문을 공개할 수 없어, 핵심 내용이 담긴 21페이지 분량의 요지서만 공개됐다. 

분쟁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할 때 우리 금융당국이 부당하게 승인 심사 절차를 지연시키고 매각 가격을 인하하도록 압박했는지 여부였다. 

다수의견(2명)은 "금융당국은 매각가격 인하가 이뤄질 때까지 승인 심사를 보류하는 'Wait and See'(관망) 정책을 취했고, 이런 행위는 정당한 정책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관망' 정책이 정당한 규제 목적이 아니라 정치인들과 대중의 비판을 피하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은 한국 정부가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 대우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면서도,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론스타에도 50%의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관련 형사 유죄판결 확정을 받았던 점에 비춰 보면 소위 '먹튀'(Eat and Run) 비유를 더 발전시켜 론스타가 '속이고 튀었다'(Cheat and Run)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1년 10월 6일 선고된 주가조작 사건의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유죄판결에 따른 금융위의 외환은행 주식매각 명령으로 론스타 측은 2012년 5월 18일 이후에는 외환은행의 대주주 지분을 더는 보유할 수 없게 됐다"며 "이는 금융당국이 매각 가격 인하를 도모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고 덧붙였다.

론스타의 주가 조작 유죄 판결과 금융당국의 위법행위가 하나은행 매각 가격 인하에 직접적이고 중요하게 기여했으므로 양측이 손해를 동등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게 중재재판부의 최종 결론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에 인하된 매각 가격(4억3300만 달러)의 절반인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원·환율 1,300원 기준)를 론스타에 배상하라고 지난달 31일 판정했다.

반면 소수의견(1명)은 "(한국 정부의) 가격 인하 압력 행위를 금융당국에 귀속시킬 수 있는 직접 증거는 없고, 전문과 추측만으로는 국가책임 귀속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또 설령 가격 인하 압력이 있었고, 그 책임을 금융당국에 묻는다고 하더라도 국제법 위반이 아니므로 주가조작을 한 론스타 측이 100%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판정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검토 중이다. 중재 당사자는 중재판정부의 월권, 중재판정의 이유 누락,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등 5가지 사유를 근거로 중재판정 후 120일 이내에 ICSID 사무총장에게 단 한 번 판정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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