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퀸” 英 엘리자베스2세, 96세로 서거…전세계 애도 물결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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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즉위해 70년 간 최장기 재위…英 역사 산증인
큰아들 찰스 왕세자, 즉각 국왕 자리 계승
영국 왕실은 9월8일(현지 시각)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이날 오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96세 일기로 서거했다고 발표했다. ⓒ AP 연합
영국 왕실은 9월8일(현지 시각)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이날 오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96세 일기로 서거했다고 발표했다. ⓒ AP 연합

재위 기간 70년으로 영국 최장 집권 군주이자 영연방 수장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로 서거했다. 60년 넘게 왕위 계승권자로 있었던 여왕의 큰아들 찰스 왕세자가 즉각 찰스 3세로 국왕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각국 정상 등 전 세계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왕실은 8일(현지 시각) 여왕이 이날 오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떴다고 발표했다. 여왕은 예년처럼 밸모럴성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중 급격히 건강이 악화하면서 결국 눈을 감았다.

여왕은 이틀 전인 6일 밝은 모습으로 신임 총리 임명 공식 행사를 치르는 등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하루 뒤인 7일 오후부터 이상이 감지됐다. 왕실은 여왕이 의료진 권고로 저녁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고, 서거 당일 정오께 여왕의 건강에 중대한 이상이 생겼다는 의료진 판단을 전했다. 

여왕은 작년 4월 70여 년 해로한 남편 필립공을 떠나보낸 뒤 이전보다 건강이 많이 쇠약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는 입원 치료를 받았고, 올해 초에는 코로나19에도 감염됐다. 최근엔 지팡이를 짚고 나타나거나, 임박한 시점에 일정을 취소하는 일이 잦았다.

왕실은 찰스 왕세자가 국왕 자리를 자동 승계해 찰스 3세로 즉위한다고 밝혔다. 찰스 3세는 이미 공식적인 영국의 국왕이지만, 관례에 따라 대관식은 몇 개월 후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는 '런던브리지 작전'으로 명명된 여왕 서거 시 계획에 따라서 절차를 진행한다. 이에 따르면 국장은 여왕 서거 후 10일째 되는 날에 치러진다.

9월8일(현지 시각)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후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으로 몰려든 시민들이 슬퍼하고 있다. ⓒ AP 연합
9월8일(현지 시각)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후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으로 몰려든 시민들이 슬퍼하고 있다. ⓒ AP 연합

찰스 3세는 성명에서 "친애하는 나의 어머니 여왕의 서거는 나와 가족들에게 가장 슬픈 순간"이라며 "우리는 소중한 군주이자 사랑받았던 어머니의 서거를 깊이 애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애도와 변화의 기간, 우리 가족과 나는 여왕에게 향했던 폭넓은 존경과 깊은 애정을 생각하면서 위안을 받고 견딜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즈 트러스 총리는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여왕은 세계인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트러스 총리는 "여왕은 바위였고 그 위에서 현대 영국이 건설됐다"며 "여왕은 바로 영국의 정신이었고, 그 정신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여왕 서거에 큰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밸모럴성과 런던 버킹엄궁 앞에는 여왕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런던을 비롯한 영국은 물론 각국 주요 도시에서도 여왕을 기리는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조기가 게양됐다. 

여왕 서거에 전 세계 전·현직 정상과 프란치스코 교황 등 주요 인사들도 애도를 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부인 질 여사와 공동 성명을 내고 "여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엄한 지도자였으며, 미·영 동맹을 강화시켰다"며 "그녀는 우리의 관계를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추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찰스 3세와도 우정을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여왕은 영연방 국가를 순방 중이던 1952년 2월6일 아버지 조지 6세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25살 젊은 나이에 케냐에서 왕위에 오른 뒤 70년 216일간 재위했다. 영국 최장 재위 군주일 뿐 아니라 기록이 확인되는 독립국 군주 가운데 프랑스 루이 14세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긴 기간 왕위를 지켰다. 

여왕 재위 기간 15명의 총리가 거쳐 갔으며, 그 사이 영국은 전쟁 참상과 냉전·유럽연합(EU) 가입 및 탈퇴 등 격동을 지나왔다. 긴 시간 군주로 재위한 여왕은 영국 역사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여왕은 정치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국가 통합의 상징으로 나라가 어려울 때 국민의 단결을 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21세기 왕실은 달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회식 영상에 '본드걸'로 출연하는 등 국민들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한 점도 높이 평가받는 부분이다. 

엘리자베스 2세 국 여왕(왼쪽 셋째)이 즉위 70주년 기념행사인 ‘플래티넘 주빌리(Platinum Jubilee)’ 첫날인 6월2일(현지시간) 찰스 왕세자(왼쪽 둘째) 부부, 윌리엄 왕세손(오른쪽) 가족과 함께 버킹엄궁 발코니에서 공중분열식을 지켜보고 있다.ⓒAP 연합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왼쪽 셋째)이 즉위 70주년 기념행사인 ‘플래티넘 주빌리(Platinum Jubilee)’ 첫날인 6월2일(현지 시각) 찰스 왕세자(왼쪽 둘째) 부부, 윌리엄 왕세손(오른쪽) 가족과 함께 버킹엄궁 발코니에서 공중분열식을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

여왕은 필립공과 슬하에 찰스 3세, 앤 공주, 앤드루 왕자, 에드워드 왕자 등 자녀 4명, 윌리엄 왕세자 등 손자녀 8명, 증손자녀 12명을 뒀다. 여왕은 긴 재위 기간 동안 자식들로 인해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이혼, 찰스의 불륜 폭로와 다이애나비 사망 등은 영국을 넘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였다. 다이애나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때 여왕은 입장을 늦게 냈다가 큰 지탄을 받기도 했다. 최근엔 해리 왕자가 결혼 후 왕실 밖으로 나가면서 불화를 겪고 있고, 차남 앤드루 왕자는 미성년자 성폭력 혐의로 '전하'라는 호칭을 박탈당했다. 

한편 여왕은 지난 1999년 영국 군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1883년 두 나라가 수교한 지 116년 만에 한국을 찾은 여왕은 안동에서 생일상을 받고 사과나무를 심었으며 안동 하회마을, 서울 인사동 거리, 이화여대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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