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여직원에 “입으로 안주 받아먹어” 강요한 상사…法 “성희롱”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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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직접 받아먹도록 하는 것, 통상적이라 보기 어려워”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 청사 ⓒ연합뉴스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 청사 ⓒ연합뉴스

회식 자리에서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들어 하급자에게 입으로 받아먹도록 강요한 공무원이 성희롱 판결을 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강우찬)는 공무원 A씨가 소속 기관장을 상대로 낸 감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2월 워크숍 회식 자리에서 부하 여직원인 피해자에게 젓가락으로 회를 집어 입으로 받아먹도록 했다. 피해자는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A씨의 반복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조사 결과, A씨는 이전에도 회식 자리에서 피해자의 얼굴을 만지거나 2차 회식을 가자며 피해자의 등을 때리기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는 2020년 11월 A씨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불복한 A씨는 소청 심사 청구를 통해 징계 취소나 감경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에서 징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새 젓가락으로 안주를 집어서 먹여준 적은 있으나 안주를 입으로 받아먹으라고 강요한 사실은 없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행동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위가 비록 부적절한 것일 수는 있으나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행위는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음식을 입으로 받아먹도록 한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며 A씨에 대한 징계사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직원 간 회식에서 음식을 건네줄 때 접시나 젓가락이 아닌 입으로 음식을 직접 받아먹도록 하는 것은 통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특히 상급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하급자에게 이러한 행동을 하게 시키는 것은 거부하는 의사표시를 쉽게 할 수 없는 하급자를 괴롭히는 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가 피해자의 얼굴을 만졌다는 비위행위도 사실로 인정하며 피해자가 굴욕감이나 불쾌감을 느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무원 징계기준에 따르면 감봉보다 무거운 정직으로 의결될 수도 있었다”며 처분이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다고 봤다.

A씨는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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