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3자 뇌물’ 뒤집은 경찰…후원금 용처 규명은 ‘빈손’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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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의혹’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檢 송치
작년 9월 불송치→檢 보완수사 요구→혐의 성립 ‘뒤집기’
野, “이재명 죽이기 3탄이자 정치 탄압” 강력 반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12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12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1차 수사에서 불송치 결정을 내렸던 경찰은 약 8개월 간 보완수사를 진행한 끝에 이 대표 혐의가 인정된다는 정반대 결과를 내놨다. 경찰이 이 대표를 직접 조사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돈의 용처를 규명하지 못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3일 이 대표와 성남시 공무원 1명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보완수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두산건설 이아무개 전 대표이사도 특가법상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4∼2016년 두산건설로부터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2015년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 평을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해 준 혐의를 받는다. 당시 성남시는 용적률과 건축 규모, 연면적 등을 3배가량 높여주고 전체 부지 면적의 10%만을 기부채납 받았는데 시의 이같은 결정으로 두산 측이 막대한 이익을 봤다는 논란이 일었다.

앞서 지난해 9월 경찰은 3년 넘는 수사 끝에 이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이 대표는 1차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8월 자신의 SNS에 "성남시 소유인 성남FC가 용도변경 조건으로 광고비를 받았다고 가정해도 시민의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성남시와 두산건설 측은 "성남FC 광고 후원금과 용도 변경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재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양측이 용도 변경 관련 협상 단계에서부터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판단, 결과를 뒤집었다. 

경찰은 두산건설 측이 2014년 성남시에 보낸 공문에 '병원부지에 신사옥을 짓게 해주면 성남FC에 후원을 검토하겠다'는 공문을 보내는 등 대가성 후원금 전달을 사전에 계획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기부채납 면적이 전체의 15%였다가 10%로 줄어드는 과정에서 성남시가 이 5%에 해당하는 50억원 상당의 금액을 성남FC의 광고 후원금 명목으로 받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또 두산건설이 성남FC에 광고 후원금을 집행하지 않을 경우 용도 변경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성남시의 구체적인 요구 사항에 대해 논의했던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보완수사 끝에 이 대표의 형사 책임이 있다고 결론냈지만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인 이 대표를 직접 조사하지 않고 1차 수사 기록 등을 근거로 판단한 데다 이번에도 구체적인 자금 용처는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경찰의 수사 결과 뒤집기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은 이 대표를 조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보완수사 요구에 따른 수사이므로 수사 주체는 검찰"이라며 "보완수사 요구 범위에 이 대표 관련 건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5월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FC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5월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FC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사건은 경기 분당경찰서가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한 뒤 고발인 이의신청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사건을 건네받아 수사 여부를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수사팀 요청을 반려했고, 이로 인해 수사를 맡은 박하영 차장검사가 지난 1월 사의를 표명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성남지청은 지난 2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분당서는 지난 5월 강제수사로 전환했다. 지난 7월 이 대표 관련 각종 의혹 수사를 맡아 온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사건이 이관됐고, 두 달여 만에 결론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뒤바뀐 것에 대해 "보완수사 과정에서 임의수사·강제수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검토하고, 여러 판례를 분석해 종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분당서의 수사 부실 등 지적에 대해서는 "재판도 1심과 2심이 달라질 수 있듯 수사도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분당서의 폭넓은 수사가 있었기에 경기남부청으로 사건 이관 후 신속히 결론을 낼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경찰의 이번 송치 결정을 "이재명 죽이기 3탄"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은 추석 연휴를 겨냥해 '이재명 죽이기' 1편과 2편을 잇달아 내놓았다. 대장동과 백현동이 각각의 소재였다"며 "그러나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고, 국민 여론은 '정치 탄압'이라고 혀를 찼다. 그러자 이번에는 성남FC로 소재만 살짝 바꿔 '이재명 죽이기' 3탄을 내놓았다"고 직격했다.

김 대변인은 "경찰은 돈의 성격을 문제 삼고 있지만, 광고영업에 따른 비용 지불일 뿐이고 지극히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처리됐다. 모두 성남시민들을 위해 사용됐다"며 "경찰이 혐의를 입증하려면 광고비가 이 대표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증거를 내보여야 하지만 아무 것도 나온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선이 임박해 검찰이 죽은 사건을 살려내 경찰에 다시 수사하라고 요구했지만, 그 사이에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이 대표를 소환조사한 적도 없는데도 결론이 180도 뒤집혔다. 우격다짐도 이런 우격다짐이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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