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물적분할’ 풍산 다음은 DB하이텍? 주주만 부글부글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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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법령 개정 전에 물적분할 발표
소액주주 권한 축소 의도에 주주 반발
풍산은 지난 7일 방산 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인 ‘풍산디펜스’를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풍산
풍산은 지난 7일 방산 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인 ‘풍산디펜스’를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풍산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촉발된 물적분할 논란이 다시금 떠오르는 모양새다. 방위산업과 구리 등 소재 사업을 하는 풍산이 방산 부문 물적분할을 공시하면서부터다. 금융위원회가 물적분할 관련 주주 권익 강화 방안을 발표한지 3일 만이었다. 주주들은 법령 손질이 끝나기 전에 물적분할을 끝내려고 한다는 불만이 들끓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관련 법령 시행 이전에 물적분할을 시도할 기업이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곳이 DB하이텍이다.

풍산은 지난 7일 방산 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인 ‘풍산디펜스’를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분할은 존속회사인 풍산이 신설회사 풍산디펜스의 발행주식 100%를 취득하는 단순·물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된다. 분할 기일은 오는 12월 1일이다.

풍산의 대표 사업인 방산 부문은 쪼개지면서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방산 부문은 지난 3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124.5%가 증가하는 등 풍산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성장세를 보고 투자한 주주들 입장에서는 물적분할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에 물적분할 발표 당일인 지난 7일 풍산 주가는 장중 10%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주주들이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금융위의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 발표 사흘 뒤에 물적분할이 공시됐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4일 물적분할 시 주주보호 방안을 상세하게 공시하도록 하고, 반대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금융위는 연내 제도개선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풍산은 물적분할 계획에 대한 이사회 의결 절차를 끝낸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물적분할 시 주주보호 조치를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풍산은 신설되는 풍산디펜스를 비상장회사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상장 여부를 떠나 풍산이 풍산디펜스 발행주식을 전부 취득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돼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은 불가피하다. 주주들의 불만이 가중되는 이유다.

DB하이텍 부천캠퍼스 ⓒDB하이텍
DB하이텍 부천캠퍼스 ⓒDB하이텍

금융위의 관련 법령 시행 일정이 나오면서 또 다른 물적분할 사례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유력한 곳이 DB하이텍이다. DB하이텍은 지난 7월과 8월 공시를 통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사업부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부의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분할 방식(인적, 물적)과 시기는 미정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사 전환 요구가 통보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연내 분할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문제는 방식이다. 지난 5월 DB그룹은 DB하이텍의 지분 가치 상승으로 공정위로부터 지주사 전환 통보를 받았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되면 자회사 지분율을 30% 이상 끌어올려야 되지만 지주사격인 DB를 비롯해 관계인들의 DB하이텍 지분은 17.84% 수준이다.

주주들은 물적분할 이슈로 DB하이텍의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저버리지 못하고 있다. DB하이텍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DB하이텍의 주가는 현재 연초 고점 대비 50% 가량 하락한 상태다.

이에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측은 지난달 29일 소액주주 지분 확보를 위해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하며 물적분할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을 막고자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에 회사 측이 전자명부로 제출을 거부하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아울러 DB하이텍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동행동을 요구하는 의견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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