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둔 방화문, 그리고 부실시공…“이천 화재도 인재(人災)였다”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2.09.13 14: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철거업자 1명 구속…6명은 불구속 입건
지난 5일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건물 화재 당시 투석 환자들을 돕다 숨진 현은경 간호사의 발인이 7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5일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건물 화재 당시 투석 환자들을 돕다 숨진 현은경 간호사의 발인이 지난달 7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현은경 간호사와 투석 환자 등 총 5명이 희생된 경기 이천 병원건물 화재 사고 또한 인재(人災)로 조사됐다. 건물의 부실시공 및 감리, 인테리어 철거업자들의 안전 부주의로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다.

경기남부경찰청 이천화재 수사전담팀은 13일 중간 수사 보고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철거업자 A(59)씨를 구속하고, 같은 혐의의 다른 철거업자 등 관계자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인테리어 철거 작업 중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현 간호사 등 5명을 사망케 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철거업자 3명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5일 오전 7시10분쯤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 3층에 위치한 스크린 골프장에서 인테리어 철거 작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당시 덥다는 이유로 현장에 있던 선풍기,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사용했는데, 당시 골프장 4개 방 중 1번방에 설치돼 있던 냉방기기의 배수펌프 전원코드에서 화재가 시작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사실상 창고로서 다량의 먼지와 습기가 쌓여있던 1번방에서 냉방기기 사용으로 스파크가 일자 화재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경찰은 철거 작업을 할 경우 선제적으로 전기를 차단해야 함에도 A씨 등이 이같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이 난 3층보다 4층 병원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나온 이유도 밝혀졌다. A씨 등 작업자들이 방화문에 소화기를 받쳐두고 문을 열어둔 채 작업을 진행했고, 오전 10시16분쯤 화재가 시작되자 그대로 건물 밖으로 대피했던 것이다. 또한 2003년 학산빌딩 신축 당시 3층 창문과 천정보 사이에 연기가 통할 수 있는 빈 곳을 메우지 않은 채 외장재만 붙여 준공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4층 투석전문 병원으로 화재 연기가 쏠렸고, 사망자 5명, 부상자 43명이라는 참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철거업자 중 1명은 관련 요건을 갖추지 않은 무자격자였던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반면 의료진들은 환자를 화마로부터 보호하고자 헌신적으로 노력했다. 화재 직후 연기가 투석실로 유입됐음에도 투석기에 달린 줄을 자르는 등 환자 대피를 위해 노력하는 의료진들의 모습이 건물 내부 CCTV 영상에 담겨있던 것이다.

한편 이천 병원건물 화재는 지난달 5일 오전 10시17분쯤 4층 규모의 학산빌딩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시작됐다. 이후 연기가 위층인 4층 투석전문 병원으로 확산되면서 치료받던 환자 4명과 현 간호사 등 5명이 사망하고 43명이 연기 흡입 등 부상을 입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