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예람 중사, ‘2차 가해’로 극단 선택”…특검, 다음 과제는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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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수사 종료…전익수 등 8명 기소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 8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지난 100일 동안 이어온 수사를 끝냈다. 이예람 중사가 성추행과 2차 가해 때문에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특검 수사로 명백해졌다. 특검은 향후 재판에서 각각의 혐의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기소 직후 전 실장이 '끼워 맞추기 식' 기소라며 반발하고 있어,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검팀은 13일 오후 1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1일 공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 1명을 구속 기소하고, 지난 9일 전 실장 등 장교 5명, 군무원 1명, 전 부사관 1명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수사대상은 이 사건과 관련한 공군 내 성폭력과 2차 가해 행위, 국방부·공군본부의 수사 은폐·무마·회유 등이었다. 지난 6월5일 수사를 개시한 특검팀은 100일간 사건 관련자 164명을 조사하고 국방부와 공군본부, 제20전투비행단 등 18차례 압수수색을 벌였다.

특검팀은 이 중사에게 행해진 일련의 2차 가해가 그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심리 부검 결과에 따르면, 이 중사에게 없던 극단적 선택 위험 정도가 장 중사의 강제추행 이후 급격히 상승했고, 제15비행단에 전입 뒤 좌절감 등이 심화돼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숨진 당일까지 이 중사는 남편과 여느 신혼부부 못지않게 친밀한 관계였다는 사실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일부 공군 관계자가 제기한 '배우자 불화로 숨졌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향후 철저한 공소유지를 통해 피의자들 각각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안미영 특검은 "성폭력 피해자의 두려움과 고통을 외면하고 설 자리마저 주지 않는 군대 내 그릇된 문화와 낡은 관행이 개선되기를 바란다"며 "이 중사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전 실장에 대해 수사 정보 유출 의혹만 밝혀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자신에게 사건 관련 보안 정보를 전달한 군무원 양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하는 부하 군검사에게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하고 지위를 이용해 위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양씨 또한 지난해 6월 가해자 장 중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적사항 등을 전 실장에게 누설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관심을 모았던 전 실장의 '부실 수사'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전 실장이 받은 초동 수사 부실 의혹은) 아무런 근거가 없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전 실장이 가해자 장 중사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조작된 사실이 수사 과정에 확인되면서 이 녹음파일을 조작한 혐의(증거위조 등)로 김모 변호사가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지난 6월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위치한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 등 유가족이 안미영 특별검사와 면담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위치한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 등 유가족이 안미영 특별검사와 면담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향후 재판을 통한 혐의 입증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 실장은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특검의 기소에 대한 공군 법무실장의 입장'이라는 글을 발표해 "특검팀이 끼워 맞추기 식으로 군 관계자들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에 있던 법무실장이 담당 검사에게 사실이 아닌 내용에 대해 항의한 것이고, 당시 군검사는 육군 소속으로 (공군인 자신과) 상하 관계에 있지도 않았다"며 "이를 가지고 위력을 행사했다고 한다면 피의자가 검사나 재판부에 항의하거나 변론하는 것이 모두 죄가 된다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성추행 사건 직후부터 사망 전까지 이 중사에 대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직속 상사 3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김모 대대장은 지난해 3월 공군본부 인사담당자에게 '가해자 장 중사가 이 중사와 분리조치됐고, 장 중사의 파견을 조사 이후로 연기해 달라고 했다'는 허위사실을 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김모 중대장은 같은해 5월까지 이 중사가 전입하기로 한 제15특수임무비행단 중대장에게 "피해자가 좀 이상하다"며 허위 사실을 전달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됐다. 가해자 장 중사 또한 이 중사의 성추행 신고 직후 거짓으로 고소당한 것처럼 부대 동료들에게 허위 사실을 말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특검팀은 초기 부실 수사를 확인하고 사건 담당자였던 박모 군검사도 직무유기·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허위보고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그는 이 중사 사건을 송치받고 '2차 피해' 정황을 알았지만 가해자 장 중사 구속수사 필요성 등을 방임하고 휴가 등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피해자 조사 일정을 지연시킨 혐의(직무유기)를 받는다. 또 동기 법무관 등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이 사건 관련 내용을 공유한 혐의도 있다. 이 중사 사망이 언론을 통해 불거지며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대되자, 이를 반전시키려는 의도로 기자들에게 '이 중사가 부부 사이 문제로 숨졌다'는 허위사실을 전한 혐의(명예훼손)를 받는 당시 공군본부 공보담당 정모 중령도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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