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도 붙은 LG, SSG 추월 가시권에…막판 불붙은 프로야구 1위 다툼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6 16:35
  • 호수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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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야구 LG, 8월 이후 상승세 뚜렷
개막 이후 줄곧 1위 지켜온 SSG, ‘3년 전 악몽’ 어른어른

SSG 랜더스는 올시즌 50승 고지도, 60승 고지도, 70승 고지도 맨 처음 밟았다. 4월2일 KBO리그 개막 이후 단 한 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지 2년 만에 왕좌를 노린다. 하지만 정규리그 144경기가 끝났을 때 SSG가 여전히 정상에 있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LG 트윈스의 막판 반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9월7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SSG 박성한이 11회말 무사 1루에서 LG 오지환의 번트 때 2루로 향하는 김현수에게 태그를 시도하고 있다.ⓒ뉴스1

SSG, 최정·한유섬 등 슬럼프 빠진 타선의 반등 시급

SSG는 8월까지 안정적 투타 조합으로 압도적인 1위를 질주했다. 윌머 폰트, 김광현이 리그 최고의 원투 펀치를 이뤘고 노경은, 오원석, 이태양 등도 선발로 제 역할을 했다. 폰트와 김광현의 존재로 SSG는 올 시즌 4연패 이상 빠진 적이 없다. 김택형, 서진용이 주축을 이룬 불펜진은 다소 불안했지만 후반기 문승원이 합류하며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다. 타선에서는 추신수가 좋은 선구안을 앞세워 리드오프 역할을 착실히 해냈고, 최정과 한유섬이 버틴 중심 라인도 견고했다. 최주환이 내내 부진했지만 올해 한 단계 도약한 박성한과 최지훈의 활약이 이를 상쇄했다. 기대에 못 미친 케빈 크론을 방출하고 후안 라가레스를 영입해 타선을 강화하기도 했다.

그랬던 SSG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폰트의 부진과 무관치 않다. 폰트는 8월 한 달 동안 4경기에 등판해 승 없이 2패만 기록했다. 8월 평균자책점은 5.25에 이르렀다. 7월30일 광주 기아전 이후 9월3일 사직 롯데전까지 폰트는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팔꿈치 수술 뒤 돌아온 언더핸드 박종훈 또한 아직은 옛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9월13일 현재 7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이 7.06에 이른다. 피안타율(0.303)이 높은 게 문제다. 그나마 이반 노바 대신 영입한 숀 모리만도가 괜찮은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김광현이 건재하지만 폰트, 박종훈의 각성이 필요하다.

슬럼프에 빠진 타선의 반등도 시급하다. 최정은 몸에 맞는 공 등의 영향으로 9월 5경기 동안 1안타(20타수)밖에 치지 못했다. 시즌 초반 팀 승리를 견인했던 한유섬 또한 9월 월간 타율이 0.185(13일 현재)에 불과하다. 9월13일 현재 규정타석을 채운 SSG 선수 중 최지훈만이 유일하게 3할대 타율(0.303)을 기록 중인데 이 또한 위태롭다. SSG 팀타율은 현재 0.255로 10개 구단 중 6위로 미끄러져 있다.

SSG는 SK 시절이던 2019년 시즌 내내 1위를 달리다가 막판에 두산 베어스에 추월당한 경험이 있다. 당시 SK는 시즌 19경기만 남긴 상황에서 두산에 무려 4.5경기 차로 앞서 있었지만, 야금야금 쫓겨 마지막 2경기를 남기고 역전당했다. SSG 선수 대부분은 당시 상황을 기억한다. 뼈아팠던 경험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최고 원투 펀치 가진 LG, 견고한 불펜진 등 마운드에서 앞서

LG는 키움 히어로즈와 치열하게 2위권 다툼을 벌이다가 8월6일 2위를 꿰찬 뒤 지금껏 SSG와 양강 구도를 만들었다. 3위권 다툼을 벌이는 키움과 KT 위즈가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주춤하는 사이에 이들과의 승차를 6경기 이상(9월13일 현재)으로 벌려놔 뒤는 돌아보지 않아도 되는 처지가 됐다.

LG의 최대 강점은 역시 마운드다. SSG의 폰트-김광현에 맞먹는 리그 최고 원투 펀치가 LG에도 있다. 다승 공동 1위 케이시 켈리와 아담 플럿코가 그들이다. 켈리는 15승2패 평균자책점 2.41, 플럿코는 15승5패 평균자책점 2.48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역대 LG 외국인 투수 중 최다승(17승)은 2000년 데니 해리거가 올렸는데, 켈리와 플럿코 모두 17승은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강의 외국인 선발 듀오인 셈. 데뷔 첫 두 자리 승수를 올린 3선발 이민호의 투구에 기복이 있는 점은 마이너스다. 4·5선발은 SSG와 비교해 떨어지는 편이지만 정우영, 이정용, 고우석이 버티는 불펜진은 SSG를 앞선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3.08(SSG는 4.34)로 리그 1위다.

팀타율 1위를 달리는 타선에서는 오지환의 방망이가 매섭다. 투고타저 기조 속에 타율(0.263)은 떨어지지만 개인 시즌 최다 홈런(23개)을 터뜨렸고 9월13일 잠실 두산전에서 도루 1개를 추가해 프로 데뷔 첫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LG 선수로는 1999년 이병규(30홈런-31도루) 이후 23년 만의 대기록 달성이다. 더그아웃 리더인 김현수 또한 홈런포(22개)로 팀 승리에 밑돌을 놓고 있다. 예비 FA인 채은성을 비롯해 문보경, 이재원 같은 신예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다만 SSG처럼 외국인 타자의 도움은 크게 받지 못하고 있다. 리오 루이즈 대신 영입한 로벨 가르시아의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다. 9월 9경기 타율이 0.100에 불과하다.

LG는 SSG보다 4경기를 덜 치른 상태다. 남은 경기 수가 더 많다는 것은 팀 사정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체력적인 면도 고려되어야 한다. SSG가 LG보다 무승부가 많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승률 5할 이상 팀의 경우 무승부가 많을수록 순위 싸움에서 유리하다. 표면적으로는 3경기, 4경기 차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3.5경기, 4.5경기 차이가 될 수 있다. 두 팀의 맞대결은 단 1차례만 남았다. 맞대결로 줄일 수 있는 승차가 제한적이어서 다른 팀들과의 경기에 더욱 집중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두 팀 모두 꼴찌 한화 이글스와 3경기 이상 남겨뒀기 때문에 한화가 시즌 막판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팀의 우승 확률은 지난해까지 82.4%에 달한다. 8·9월 승률만 놓고 보면 SSG(8월 0.591, 9월 0.333)는 확연한 내림세, LG(8월 0.700, 9월 0.667)는 확연한 상승세에 있다. 그러나 야구는 연속성과 의외성이 있는 종목이다. 연승, 연패가 이어지면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뀐다.

개막전부터 마지막 날까지 줄곧 1위를 지킨 최초의 팀이 탄생할까, 아니면 2019년처럼 극적인 막판 뒤집기가 이뤄질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은 경기만이 아니다. 최종 순위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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