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은 ‘국가 자살’과 다름없다 [배정원의 핫한 시대]
  •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8 08:05
  • 호수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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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한국의 압도적 저출산율
“현금성 지원보다는 성평등 확립이 더 효과적 대처” 해외 조언도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당사자인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제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통계청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 0.81로 5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진행하는 세종대학교의 ‘성과 문화’ 수업에는 미국의 CNN과 WSJ를 비롯해 폴란드, 싱가포르, 프랑스 국영방송 등 외국 매체들에서 끊임없이 취재를 요청해 온다.

우리나라의 젊은 남녀가 연애를 미루고, 결혼이라는 제도에 들어가길 거부하며 비혼을 주장하고, 급기야 출산을 피하는 이유에 대해 취재가 이뤄지곤 했다.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부자 나라이며 역동적이고 혈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하게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가 그들은 무척 궁금한 모양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2006년부터 저출산에 대한 위기감을 느껴 많은 노력을 해왔다. 15년간 무려 380조원이 넘는 예산과 함께 3000개를 웃도는 저출산 대책을 내놨지만 실망스럽게도 현재 합계출산율은 0.81이다(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2025년에는 합계출산율이 0.52에 이를 것이란 불길한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저출산이란 그야말로 ‘국가 자살’과 다름없다.

그토록 놀라운 경제 성장과 뛰어난 지능, 높은 교육열 그리고 성실함 등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는 한국이 유례없는 ‘저출산’으로 가장 빨리 사라질 나라 1위에 자리매김하는 것이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젊은 남녀들은 왜 이토록 적극적으로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것일까?

 

MZ세대의 가치관과 생활양식 이해해야

출산의 주체가 될 MZ세대는 그 전의 베이비붐 세대나 X세대와는 너무나 다르다. 베이비붐 세대는 막연하지만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희망적인 성공을 맛본 세대였고, 그들의 자녀인 X세대는 하교 후에 혼자 자기 집 문을 열고 들어간 기억이 있는 냉소적인 세대다. 그리고 그들의 자녀인 MZ세대는 풍요로움과 동시에 IMF 외환위기로 인한 부모 세대의 절망과 좌절을 지켜봤기에 경제적인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실용적인 세대다. 또 자기 권리를 주장할 줄 알고, 가장 학력이 높으며,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안에서의 생활이 자연스럽고, 일과 생활의 균형, 사회적인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인류다.

어쩌면 현재 정책을 만들어내는 베이비붐 세대나 X세대의 가치관으로는 그들의 실용적인 경제관과 안정에 대한 조심스러움을 공감하기가 어려워 그들에 맞는 정책 만들기에 계속 실패하는지도 모르겠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MZ세대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뉴시스
대한민국의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 모습 ⓒ뉴시스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우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자신이 사는 환경이 녹록지 않아 자식을 키우기 어려우면 생산하지 않는 방식을 택한다. 우리가 아이를 낳을 때 생각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현재 아이를 부양할 만큼 돈을 버나? 그 벌이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가? 즉 사회의 경제 여건과 안정성 및 지속성 여부가 아이를 낳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 생활 여건이 안정적인 공무원이 많은 세종시는 합계출산율이 2.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가정과 사회, 근로시장에서 양성평등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출생 장려보조금 등 현금성 지원보다는 성평등을 확립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조언을 내놓았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남녀 차별적인 가정, 사회, 노동시장의 조건들은 저출산을 악화시킨다.

 

한국, 성별 임금 격차 OECD 국가 중 가장 커

근대사회 들어 고학력 여성이 늘어나면서 사회에 나가 일하는 여성도 늘어났는데, 사회에서는 여성에게 일과 가정(양육)의 양립 정도가 아니라 일도 잘하고, 양육도 잘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여성에게 아이와 부모 등 가정 내 돌봄과 보호노동의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지면서 무거운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가정을 아예 만들지 않겠다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남성들의 가사와 육아 분담률이 높은 나라는 출산율이 높다는 연구자료가 적지 않다.

또한 우리나라는 성별 임금 격차가 OECD 국가에서 가장 큰 나라다. 얼마 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남성이 100을 받을 때 여성은 60이 겨우 넘는 정도를 받았다. 이렇게 성별 임금 격차가 나는 이유는 성별 직종 분리, 근속연수 차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고용률과 임금은 M자 형태를 띠는데, 그 이유는 20대 후반의 고용과 임금은 높은 데 반해 3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다시 직장을 가질 때는 예전의 그 직장과 직무로는 못 돌아가고, 대개 비정규직으로 낮고 불안정한 임금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별 임금 격차가 커지면 여성들은 남성들의 경제적 능력에 의존하게 되고, 남성들은 경제적인 부양 책임으로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게 돼 육아에서도 배제된다. 결국 남녀 모두의 행복지수는 떨어지는 것이다.

더욱 문제는 국가와 사회(기업)가 개인에게 보내는 이중 메시지다. 국가는 아이를 낳으라며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기업은 ‘결혼계획과 출산계획’을 입사와 승진에 반영한다. 남녀의 차별적인 근로조건이 개인(기업)이 아니라 구조적인 원인이 되는 이유다.

양성평등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과 남성은 동반자로서 동료로서 같이 도우며,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여성과 남성은 경쟁해야 할 상대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여성은 남성의 배우자이며, 아들의 어머니이며, 남성의 딸이다. 또 남성 역시 여성의 연인이며, 딸의 아버지이며, 여성의 아들이다. 사회의 결혼 내 자식과 결혼 외 자식을 차별하는 인식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들어가는가 아닌가는 명백하게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과 결정에 따라야 하며, 그런 결정에 책임을 묻고 차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외에도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기꺼이 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지금처럼 일 중심으로 삶이 진행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좀 어려워지더라도 아이와 부모 간 유대감을 쌓는 시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의 변환도 필요하다. 결국 개인의 안정적인 경제환경, 양성평등,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행복 수준이 올라가면, 당연히 결혼과 출산율도 높아질 것이다. 정책의 방향이 어디를 향해야 할지 자명하지 않은가!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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