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표 연락처와 SNS 주소 공유하며 문자폭탄 공세 나서기도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X맨’(같은 진영 내 적군)으로 지목된 모습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부터 ‘김건희 특검법’까지, 민주당이 추진한 주요 안건에 연이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다. 조 대표는 민주당 위성정당을 통해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뿐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팬덤 ‘개딸들’까지 나서, 조 대표의 ‘뿌리’를 문제 삼으며 맹폭을 퍼붓는 모습이다.
“민주당 정치쇼 멈춰라”…완고한 조정훈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 18명 중 5분의 3 이상인 1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 10명 외에 1명이 더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당초 민주당은 법사위 소속인 조정훈 대표가 찬성표를 던져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조 대표가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조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이 ‘실효성 없는 정치쇼’라는 입장이다. 조 대표는 1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건희 특검법’은 현실성이 없는 경로라는 것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 제가 동의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굉장한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소음을 노린 노이즈 마케팅·정치쇼”라며 “제가 초대받은 적도 없고, 참가하겠다고 한 적도 없는데 쇼 포스터에 출연 조정훈이라고 써 놓은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어떤 경우도 국회에서 특검을 패스트트랙으로 한 적은 없다. 여야가 합의해서 누가 특별검사가 돼야 할지 주고받아야 공정성이 담보된다. 이번에 발의한 특검은 민주당만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다. 다른 정당·정치세력이 이를 인정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조 대표에 대한 ‘서운함’을 넘어 ‘분노’가 표출되는 모습이다. 조 대표가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선거용 위성정당으로 만든 더불어시민당 당적으로 국회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대표는 국회 입성 후 ‘실용 정당’을 표방한 시대전환으로 당적을 옮긴 뒤, 민주당과는 다소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조 대표는 앞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추진 당시에도 반대한 이력이 있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장을 맡은 박범계 의원은 1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조 대표의 정치 행보와 관련해 “본인의 앞으로 의정활동에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해서 국회에 들어오게 됐는지 한 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딸들’까지 번진 분노…“폭탄문자 시작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들은 조 대표를 향한 문자폭탄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조 대표가 이 대표의 ‘주적’인 국민의힘 편에 섰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에는 ‘조정훈 의원 사무실 전화할 때 알아둘 사항’, ‘조정훈 의원 비서관에게 민원전달했다’, ‘조정훈이 수박인 이유’ 등 이른바 ‘문자폭탄’과 항의 전화를 독려하는 글들이 연이어 게시되는 모습이다. 조 대표의 연락처와 SNS 주소도 공유됐다.
조 대표 측 관계자는 “추석 연휴가 끝난 뒤 ‘개딸’ 등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로부터 욕설이 섞인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하는 분들도 많다.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조 대표 휴대전화로 매일 약 700∼800개의 항의 문자가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일각에선 같은 진영으로 분류됐던 시대전환과 민주당 사이 ‘색깔론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지지자 간에 벌어졌던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민주당 내 배신자를 지칭하는 말)’ 논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에도 당내에서 친명계(친 이재명계)와 비명계(비 이재명계) 간의 ‘수박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