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수박대전’ 발발하나…‘개딸들’ 표적 된 조정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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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이어 ‘김건희 특검법’ 반대하자… ‘개딸’ 집단 반발
조 대표 연락처와 SNS 주소 공유하며 문자폭탄 공세 나서기도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X맨’(같은 진영 내 적군)으로 지목된 모습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부터 ‘김건희 특검법’까지, 민주당이 추진한 주요 안건에 연이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다. 조 대표는 민주당 위성정당을 통해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뿐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팬덤 ‘개딸들’까지 나서, 조 대표의 ‘뿌리’를 문제 삼으며 맹폭을 퍼붓는 모습이다.

2020년 8월26일 국회에서 만난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 ⓒ시사저널 이종현
2020년 8월26일 국회에서 만난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 ⓒ시사저널 이종현

“민주당 정치쇼 멈춰라”…완고한 조정훈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 18명 중 5분의 3 이상인 1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 10명 외에 1명이 더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당초 민주당은 법사위 소속인 조정훈 대표가 찬성표를 던져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조 대표가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조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이 ‘실효성 없는 정치쇼’라는 입장이다. 조 대표는 1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건희 특검법’은 현실성이 없는 경로라는 것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 제가 동의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굉장한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소음을 노린 노이즈 마케팅·정치쇼”라며 “제가 초대받은 적도 없고, 참가하겠다고 한 적도 없는데 쇼 포스터에 출연 조정훈이라고 써 놓은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어떤 경우도 국회에서 특검을 패스트트랙으로 한 적은 없다. 여야가 합의해서 누가 특별검사가 돼야 할지 주고받아야 공정성이 담보된다. 이번에 발의한 특검은 민주당만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다. 다른 정당·정치세력이 이를 인정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조 대표에 대한 ‘서운함’을 넘어 ‘분노’가 표출되는 모습이다. 조 대표가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선거용 위성정당으로 만든 더불어시민당 당적으로 국회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대표는 국회 입성 후 ‘실용 정당’을 표방한 시대전환으로 당적을 옮긴 뒤, 민주당과는 다소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조 대표는 앞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추진 당시에도 반대한 이력이 있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장을 맡은 박범계 의원은 1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조 대표의 정치 행보와 관련해 “본인의 앞으로 의정활동에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해서 국회에 들어오게 됐는지 한 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팬클럽 '재명이네 마을'에 올라온 게시글 캡쳐
ⓒ이재명 팬클럽 '재명이네 마을'에 올라온 게시글 캡쳐

‘개딸들’까지 번진 분노…“폭탄문자 시작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들은 조 대표를 향한 문자폭탄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조 대표가 이 대표의 ‘주적’인 국민의힘 편에 섰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에는 ‘조정훈 의원 사무실 전화할 때 알아둘 사항’, ‘조정훈 의원 비서관에게 민원전달했다’, ‘조정훈이 수박인 이유’ 등 이른바 ‘문자폭탄’과 항의 전화를 독려하는 글들이 연이어 게시되는 모습이다. 조 대표의 연락처와 SNS 주소도 공유됐다.

조 대표 측 관계자는 “추석 연휴가 끝난 뒤 ‘개딸’ 등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로부터 욕설이 섞인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하는 분들도 많다.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조 대표 휴대전화로 매일 약 700∼800개의 항의 문자가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일각에선 같은 진영으로 분류됐던 시대전환과 민주당 사이 ‘색깔론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지지자 간에 벌어졌던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민주당 내 배신자를 지칭하는 말)’ 논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에도 당내에서 친명계(친 이재명계)와 비명계(비 이재명계) 간의 ‘수박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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