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수라》 현실판?…前시장 비리에 쑥대밭 된 성남시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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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재명 ‘성남FC 후원 의혹’ 겨냥 동시다발 압수수색
‘뇌물 혐의’ 은수미 전 성남시장은 징역 2년 법정구속
전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은수미 전 성남시장 ⓒ연합뉴스
전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은수미 전 성남시장 ⓒ연합뉴스

시장과 국회의원, 자본계층 간의 ‘검은 커넥션’을 다룬 영화 《아수라》. 영화 속 가상 도시 안남시의 그림자가 성남시에서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과거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법 후원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데 이어 은수미 전 성남시장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법정구속되면서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1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은 전 시장에 대해 징역 2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467만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 선고와 함께 불구속 상태로 법정에 출석한 은 전 시장을 법정구속했다.

은 전 시장은 성남시장 재직 당시인 2018년 10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던 중, 측근 박아무개씨와 공모해 성남수정경찰서 소속 전 경찰간부 A씨로부터 수사자료를 건네받는 조건으로 편의를 제공하는 등 부당거래를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은 전 시장이 조직폭력배 사업가에게 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했던 A씨는 은 전 시장과 박씨 등에 공무원 인사청탁과 특정 업체와의 납품계약 체결 등을 요구했고, A씨로부터 수사기밀을 전달받은 은 전 시장 등은 이를 들어줬다.

은 전 시장이 받은 각종 금품도 문제가 됐다. 은 전 시장은 2018년 10월~2019년 12월 측근 박씨로부터 휴가비와 출장비, 명절 선물 등 명목으로 467만원 상당 현금과 와인 등을 수수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7월22일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은 전 시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467만원을 구형했다.

은 전 시장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지 못했다. 그는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투명한 행정을 위해 그동안 노력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등잔 밑이 어두워 부정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며 “한 일을 밝히는 것은 쉽지만 하지 않은 일을 밝히는 것은 어렵다. 잘 알지 못했기에, 직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제대로 지기 위해 정치를 그만뒀지만 이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은 전 시장이 구속됐지만, 성남시의 고난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은 전 시장의 전임 시장이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성남FC 후원 의혹’을 두고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성남FC 후원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두산건설로부터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평을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해줬다는 것이다.

당초 경찰은 고발이 접수된 지 3년3개월 만인 지난해 9월 이 사건을 불송치 결정했다. 그러나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2차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의 새로운 진술을 받고, 압수수색을 통해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해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이후 경찰로부터 조사결과를 넘겨 받은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는 16일 서울시 강남구 소재 두산건설과 성남FC, 성남시청 사무실 등 20여 곳에 수사관 등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성남시청의 경우 성남FC 후원금 업무와 관련한 체육진흥과, 정책기획과, 행정지원과, 도시계획과 등에서 수사관 10여명이 관련 자료를 확보 중이다. 또 전 성남시 정책실장인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포함한 의혹 관련자들의 자택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당시 성남FC 돈으로 해외에 다녀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성남시와 두산건설 측은 수사 단계에서 “성남FC 광고 후원금과 용도 변경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대표는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SNS에 “성남시 소유인 성남FC가 용도변경 조건으로 광고비를 받았다고 가정해도 시민의 이익이 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성남시 ‘시장 정상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김경율 회계사는 “얼핏 대기업을 시에 유치한 것이 굉장한 치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두산과 성남FC의 관계처럼 토지 용도변경과 후원금을 주고받는 것은 전례가 없는 극단적인 사례”라며 “이 대표가 죄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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