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 앙갚음? ‘尹정부 저격수’ 된 탁현민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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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내외 의전‧외교 논란 관련해 연일 ‘맹공’
커진 존재감에 민주 일각 “차기 총선 유력한 후보”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을 때도 ‘신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했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3월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계획을 비꼰 것이다. 이에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 내 거센 반발이 일었다. 그러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다음날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운영방안에 대해 개별적 의사표현을 하지 말라”고 지시하며 탁 전 비서관에게 경고를 보냈다.

이후 정권은 바뀌었고, 문 전 대통령은 물러났다. 동시에 탁 전 비서관의 ‘브레이크’도 없어진 모습이다. 청와대를 나온 탁 전 비서관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탁 전 비서관이 ‘윤석열 정부 저격수’로 부상하자, 야권 일각에선 탁 전 비서관의 차기 총선 출마 가능성도 언급되는 모습이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연합뉴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연합뉴스

‘文정부 지킴이’에서 ‘尹정부 저격수’로

탁 전 비서관은 2017년 문 전 대통령의 임기 초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청와대에 들어왔다. 탁 전 비서관은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문 전 대통령의 각종 의전, 공식 행사를 진두지휘 했다. 2019년 과로를 이유로 중간에 사직했지만, 이후 2020년 5월 의전비서관으로 다시 복귀해 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탁 전 비서관은 청와대 근무 당시에도 SNS 사용에 능했다. 특히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제기되면 민감하게 반응했다. 통상 청와대 참모진이 개인적 발언을 삼가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2021년 10월 누리호 발사 후 문 전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자리에 과학자들이 ‘병풍처럼 동원됐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두고는 “철딱서니 없으며 악마 같은 기사”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탁 전 비서관은 지방 모처에서 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지난 7월6일 페이스북에 “나오라는 고기는 안 나오고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쏟아져 나오는 거짓말들을 상대하러 잠시, 아주 잠시 상경한다”며 배 위에 설치된 낚싯대 사진을 첨부했다. 이후 탁 전 비서관은 SNS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의 의전‧외교 등을 거침없이 비판하기 시작했다.

탁 전 비서관은 7월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 해외 순방에 김 여사 지인이 동행했다는 논란에 대해, “(필요하면 민간인도 해외 순방에 데려갈 수 있다는 해명은) 말 그대로만 해석하면 맞다. 다만 민간인을 그냥 데려갈 이유는 없다. 민간인을 데려갈 때는 그 사람에게 특별한 역할 혹은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원모 인사비서관 부인 신씨는 언론 보도를 보면 순방 행사를 준비하러 간 것 같은데, 이럴 땐 분명히 이 사람 아니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탁 전 비서관은 8월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용산 대통령실로의 이전 과정에서 드러난 정권 난맥상이 임기 내내 계속될 것이라면서 “그 값을 치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탁 전 비서관은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 폐쇄로 인해 연쇄적이고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미 의전, 경호, 보안, 소통, 업무연속성, 위기대응 등 모든 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사’라는 역사의 단절과, 대통령과 국가의 권위, 외교행사 등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탁 전 비서관은 지난 9월1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는 최근 불거진 김 여사의 장신구 논란과 관련, “대통령과 여사님의 일 중에 혹은 대통령과 관련된 일 중에 굳이 밝혀지거나 끄집어내지 않아도 되는 일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헬게이트(지옥문)를 열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논란을 자초했다는 주장이다.

탁 전 비서관은 윤 대통령 내외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일정 취소 논란도 비판하고 나섰다. 탁 전 비서관은 지난 1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조문 행위를 하지 못하고) 육개장 먹고 발인 보고 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로 따지면 빈소에 가는 행위, 그리고 육개장을 먹는 행위, 그러고 나서 아주 가까운 사이라면 발인까지 보는 행위, 이게 조문의 패키지인데 실제로 빈소에 방문해 헌화나 분향이나 어떤 조문행위는 하지 못했다”며 “본인들이 조문 외교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면 잘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2021년 6월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2021년 6월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민주 일각 “탁현민, 차기 총선 유력한 후보”

탁 전 비서관의 ‘지원 사격’에 더불어민주당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통령실의 의전‧외교 문제가 정치권 화두로 부상한 상황에서, 관련 전문가인 탁 전 비서관의 존재감이 더 돋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선 차기 총선에서 탁 전 비서관의 출마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탁 전 비서관 개인의 의중을 모르고,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많다”고 전제하면서도 “능력이나 경력, 대중 인지도 어느 면에서도 탁 전 비서관이 출마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원외에서도 충분히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지만 원내로 들어온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다만 탁 전 비서관이 ‘정치 데뷔’를 모색할 지는 미지수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도 민주당의 ‘스카웃’ 제의가 있었지만 탁 전 비서관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탁 전 비서관은 지난 2019년 10월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굳이 제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청이 없진 않았지만 정서가 다른 것 같다. 내키지 않는다. 저는 그런 게 별로 싫다. 행사 멋있게 하고 사람들이 감동받는 게 훨씬 좋고 성취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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