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병역특례’ 정치권 핑퐁 싸움…여야 국방위원 16인 입장은?
  • 구민주·이원석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3 10:05
  • 호수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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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국방위원 16인 전수조사…‘국방통’ vs ‘비국방통’ 극명한 입장 차
“입영 한 차례 연기, 더는 혜택 안 돼”…“BTS는 불공정 피해자”
정치권 찬반 가른 질문 “공정이란 무엇인가”

지난여름 국회 국방위원회 테이블에 오른 이슈 중 ‘BTS 병역 특례’ 논란보다 더 열띤 이슈는 없었다. 8월 한 달, 세 차례의 국방위 회의에서 ‘BTS’ 이름은 총 36차례 언급됐다. BTS 병역 특례 적용 여부를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질의와 군 당국 관계자의 답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다. 북한의 도발도, 예산안 논쟁도, 국방위로 배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상임위 데뷔전도 모두 회의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무대 위에서 뜨거워야 할 BTS는 그렇게 또다시 여의도 정치 한복판으로 소환돼 뜨겁게 ‘논쟁당하고’ 있다.

논쟁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불붙고 있다. 일종의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병역법상 1992년 12월생, 만 30세인 멤버 진(JIN)은 올해가 지나기 전 입대해야 한다. 9월23일 기준으로 정확히 100일이 남은 셈이다. 이를 미룰 수 있는 방법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정부가 시행령을 바꾸는 방법도 있지만, 그 주체인 국방부는 ‘주체적 추진’에서 일찍이 발을 뺀 상태다. 나아가 최근엔 반대 입장을 굳히는 분위기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7월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에서 열린 BTS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BTS에게 위촉패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9월2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병역의무 이행의 공정성 측면에서 대체복무 제도를 확대하는 건 어렵다”고 못을 박았다. 같은 날 이기식 병무청장도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병역 특례인 보충역을 축소해 나가는 상황에서 자꾸 다른 것을 추가해 확대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현재로선 국회가 주도해 법을 바꾸고 군 당국을 설득하는 방법만이 남았다. 국회엔 이미 BTS의 병역 특례를 위한 다섯 건의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최소한 이 문제에 한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성일종·윤상현·안민석 의원 등 여야를 불문하고 순수예술에만 적용되는 병역 특례를 대중문화예술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BTS는 3주간의 기초 군사훈련과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이수한 후 곧장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여기에 문화예술인의 입대 연기 기한을 만 33세로 3년 늦추는 법안(이용호 국민의힘 의원)과 문화훈장·문화포장 등의 수여자를 포함시키는 법안(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올라가 있다.

BTS의 비교 대상은 손흥민인가, 보통의 청년인가

BTS 병역 특례 논란의 공은 국회, 그중에서도 소관 상임위인 국방위로 넘어와 있다. 국민 정서와 직접 닿아있는 ‘병역’과 세계적인 스타 ‘BTS’가 맞물린 이슈니만큼 큰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최근 국방위가 직접 의뢰해 실시된 여론조사 카드는 이들의 부담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국민 여론을 논의의 근거로 삼아 책임을 덜고자 한 의도로 해석된다. 조사 결과 BTS의 대체복무에 찬성하는 응답이 60.9%로 우세했다. 시사저널이 9월20일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57.2%가 대체복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든 국방위 내부 여론도 이와 같을까. 시사저널은 9월19일부터 21일까지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국방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 16인 전부에게 BTS 병역 특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특례에 반대하는 입장이 다소 우세한 가운데 내부 찬반 논의가 평행선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의원들이 강하게 찬성 여론을 조성하며 대외 여론전에 나서는 가운데, 여야 군 장성 출신이나 국방통 의원들은 국방위 내부에 반대 여론을 짙게 깔고 있다. 같은 당 내에서도 서로 대치되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여야 대치가 아닌, 국방통과 비(非)국방통의 대치 양상이었다. 의원들 사이에 통일된 목소리라곤 “수일 내로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뿐이었다.

찬반을 가른 핵심부엔 ‘공정’에 대한 엇갈린 해석이 있었다. 의원들은 BTS와 공정성을 견줄 비교 대상을 다르게 설정했다. 국회에서 가장 오래, 또 가장 적극적으로 BTS 병역 특례를 주장해온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성일종 의원은 축구선수 손흥민 사례를 꺼냈다. 성 의원은 “손흥민 선수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했더니 이후 영국으로 돌아가 득점왕을 차지하며 대한민국에 유무형의 가치를 안겼다. BTS도 다를 이유가 없다”면서 “국내 대중가수가 세계 음악시장을 석권하는 일을 상상할 수 없던 시절에 규정한 특례 기준을 이제라도 공정하게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이 정한 다른 특례 대상과 BTS 간 불공정을 지적한 것이다. 설훈 민주당 의원 역시 “다른 예술 분야는 국내 대회에서 1등을 해도 혜택을 주는데 BTS는 전 세계에서 활약했음에도 오히려 불이익을 겪고 있다”며 “BTS가 특례 대상이 아니면 누가 특례 대상인가”라고 지적했다.

반대 측은 병역 특례 대상이 아닌,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보통의 청년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꼬집었다. 시사저널에 “BTS는 반드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힌 합참 차장 출신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8월29일 국방위 회의에서도 “좋은 집안에 태어나지 못했고 능력과 재주가 없는 보통 젊은이들의 상실감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며 병역 특례 제도 자체의 폐지까지 주장했다. 국방위원장을 지낸 안규백 민주당 의원 역시 “병무청장이 인터뷰를 통해 제시한 보충역 축소 방향이 맞다”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BTS에 특례를 주는 건 한마디로 ‘임파서블’, 불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헌승 국회 국방위원장이 8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의원들 중 BTS의 국위선양 업적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다만 이들의 성과를 얼마나 ‘국익’이자 ‘공익’으로 인정하느냐를 두고선 역시나 공정성 논쟁에 부닥쳤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BTS가 생산한 거대한 경제적 수익이 전부 국가로 귀속되는 게 아니다. 멤버 개개인에게 당장 천문학적 수익이 뒤따르는데 여기에 병역 혜택까지 더해 주는 건 공정성 시비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규백 의원 역시 8월31일 회의에서 “국민개병제를 채택한 나라에서 돈을 많이 벌어온다고 혜택을 주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군 장성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도 “그들이 가져다준 국익을 인정해 이미 한 차례 법 개정을 통해 입영 기한을 만 30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더한 혜택은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앞으로 BTS가 가져다줄 유·무형의 공익을 병역 문제로 차단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국방위원장인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위원장으로서 중립을 지키고자 한다”면서도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현재 BTS가 2030 부산엑스포 홍보대사로 임명돼 있다. 이들의 존재가 당장 엑스포 유치 가능성을 높이는 데 절대적인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설훈 의원 역시 “국토방위를 나라를 위한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보는 건 매우 좁은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병역이라는 보편적인 의무에 ‘특혜성’ 예외를 자꾸만 늘려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예외가 또 다른 예외를 낳으며 차후에 제2, 제3의 ‘BTS 논쟁’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과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 등은 BTS에 특례 예외를 적용하기보다, 일단 군에 입대한 후 그 안에서 외부활동 범위를 넓히는 방향이 적절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김영배·성일종 의원 등은 향후 또 다른 예외 논쟁을 방지하기 위해 BTS를 포함해 국가 훈장을 받은 이들로 특례 대상을 규정해 두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8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정치권의 2년 주기 BTS 소환에 쌓이는 피로감

정치권의 팽팽한 논쟁을 지켜보는 바깥의 시선은 당연히 곱지 않다. 작은 불씨에 오히려 기름을 부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쟁 과정에서 잡음도 많았다. 국방부 장관과 국방위원들이 회의에서 “BTS의 병역면제 여부를 여론조사로 물어보자”고 이야기해 “철학 없는 무책임한 태도”라는 뭇매를 맞기도 했다. 군 당국과 국회가 최종 결정을 서로에게 넘기는 모습도 연출됐다. 22일 국방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10개월 만에 병역법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결론은 ‘정부안을 보고 논의하겠다’였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국방부와 병무청이 국회 국방위원들의 질의에 분명한 원칙을 밝혀 의원들과 국민이 빠르게 입장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러지 못해 서로 부담을 넘기는 지난한 핑퐁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은 2018년부터 2년 주기로 BTS 병역 문제를 꺼내들었다. 그때마다 논쟁의 끝이 줄곧 용두사미였던 점 역시 대중의 화를 키우는 요인이 됐다. 2018년 손흥민 등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들이 병역 특례를 받자 빌보드 시상식에서 수상한 BTS가 곧장 공정 논쟁의 중심에 섰다. 2020년엔 멤버 진의 입대 시점이 다가온다는 이유로 또다시 국회에 소환됐다. 당시 입대 시기를 만 30세까지 늦추는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됐지만, 2년 뒤 또다시 논쟁이 벌어질 것이 뻔히 예고됐던 바다.

정치권이 논쟁을 반복하는 동안 정작 당사자인 BTS 멤버들은 ‘국가의 부름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팬클럽 아미 역시 이들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오히려 정치가 때마다 BTS를 선제적으로 소환하는 데 불편함을 드러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치권이 관심을 받기 위해 이번에도 BTS를 끌어오긴 했는데, 성역과도 같은 ‘병역’ 이슈를 잘못 건드려 자칫 국민적 반발을 사선 안 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여론의 줄타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BTS 병역 특례 여부에 대해선 세대별로 찬반이 갈리지만, BTS를 활용하려 하는 정치권의 얕은 수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라고도 말했다. 대중적 ‘관심’은 얻고 싶지만 ‘부담’은 지기 싫은 정치권의 ‘BTS 활용법’에 피로가 쌓일 만큼 쌓였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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