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홍 친형 구속에도 사라지지 않는 찜찜함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3 13:05
  • 호수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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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되지 않은 폭로 쏟아진 후 박수홍 동정론이 순식간에 분노로
확인 없이 공분·징벌부터 하는 문화 바꿔야

박수홍이 형에게 속았다고 주장해 일이 불거졌다. 무려 30여 년간 형에게 금전 관리를 일임해 왔는데, 형이 속인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는 것이다. 박수홍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는 보도들도 나왔다. 그리고 사태 초기에 박수홍의 형이 침묵해 그에 대한 의심이 더 커졌다. 그래서 박수홍에 대한 동정론이 일었다. 

박수홍은 형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이어서 자신과 관련된 많은 것의 전권을 맡겼다고 했다. 박수홍의 형은 평소 검소하게 생활하며 동생 뒷바라지에 전념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박수홍은 급격히 살이 빠지며 수척해지기까지 했는데, 형이 속인 것에 대한 충격 때문이라고 했다. 이 당시 박수홍이 20여 년에 걸쳐 보육원에 기부했다는 등 미담이 알려졌고, 또 그가 유기묘 다홍이를 구조해 서로 의지하면서 생활한다는 이야기에도 많은 이가 감동받았다. 

그런데 박수홍 형 측에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박수홍이 잘 모르고 오해한다는 취지였다. 형의 재산은 정당하게 일군 것이고, 의혹이 억울하다고 했다. 결국 박수홍은 형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보통 이때까지만 해도 박수홍에 대한 동정론이 주류를 이뤘다.

MBC 《실화탐사대》의 한 장면ⓒMBC 제공
MBC 《실화탐사대》의 한 장면ⓒMBC 제공

근거 없는 비난에 연예인 활동 거의 막혀 

그런데 인터넷에 박수홍의 잘못을 폭로하는 게시글이 퍼지고, 유튜브 채널에서도 박수홍에 대한 폭로가 나오자 한순간에 여론이 뒤집혔다. ‘고양이 구조 미담은 거짓이다, 사실은 고양이를 사서 거짓 사연팔이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 ‘박수홍이 형의 돈을 가로챘다’ ‘《미운우리새끼》 출연 당시에 이미 현재 부인과 동거 중이었다’ 등등의 폭로였다. 유튜브 채널에선 박수홍의 부인에 대한 사생활 폭로가 등장했다. 

최초 박수홍의 말도 일방적인 주장이기 때문에 무조건 믿어선 안 된다. 다만 박수홍의 주장엔 그것을 정황적으로 뒷받침하는 언론의 보도들이라도 있었다. 반면에 박수홍의 거짓을 까발린다는 폭로엔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 단지 출처 불명의 인터넷 게시물과 유튜브 채널 폭로만 있을 뿐이었다. 일반적으로 연예계 유튜브 폭로는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판단의 근거로 삼는 건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많은 이가 그런 폭로를 그대로 믿고 박수홍, 그리고 심지어 그의 부인까지 파렴치한으로 단정했다. 

비난이 쇄도한 결과 박수홍이 진행을 맡았던 KBS 《펫비타민2》가 막을 내리고, 광고계약도 해지됐다. 오랫동안 진행을 맡은 MBN 《속풀이쇼 동치미》를 제외하면 연예인으로서의 활동을 거의 못 하게 된 지경이다. 박수홍의 부인은 일반인인데도 사적인 부분이 공개되고 집단적으로 매도당하면서 큰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 수사 결과 놀라운 이야기가 전해졌다. 앞에 소개한 인터넷 폭로가 허위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런 허위소문을 퍼뜨린 악플러가 박수홍 형수의 지인이라는 보도까지 등장했다. 그 악플러는 자기가 퍼뜨린 이야기를 박수홍 형수에게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유튜브 채널에서 주장한 박수홍 부인에 대한 내용도, 그것이 허위사실임을 증명하는 자료가 수사기관에 제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자 비로소 박수홍에 대한 비난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추석 연휴 직전에 검찰이 박수홍의 형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검찰은 ‘횡령 금액이 크기 때문에 구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추석 연휴 이후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결국 억울하다던 형은 구속됐다.  

검찰은 이번 영장청구 때 박수홍의 형이 근무하지 않는 직원에게 허위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19억원을 빼돌린 데 이어, 법인카드와 법인계좌에서 각각 1억원씩을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있는 기간 내에서 비교적 확실한 것들만 추린 게 이 정도라는 것이다. 검찰은 빼돌려진 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박수홍 형 부부의 공범 관계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다. 

박수홍의 형수가 형과 사업적으로 긴밀하게 움직였고, 또 형수가 박수홍의 개인통장에서 돈을 인출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건과 별도로 박수홍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아직 진실이 확실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다.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았고, 만약 기소가 이뤄진다면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쪽 말이 맞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데, 다만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박수홍 부부를 파렴치한으로 매도했던 것을 반성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박수홍 부부를 파렴치한으로 매도한 행위 반성해야

그동안 인터넷 소문과 개인방송의 ‘일방적’ 주장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여러 차례 있었다. 모든 주장은 일방적이지만 개인방송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강조한 것은, 일부 유튜브 개인방송이 연예계 폭로를 할 때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주장만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말을 청산유수로 하면서 마치 그것이 사실인 것 같은 인상을 풍기고, 증거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정작 보여주지는 않는다. 정체불명의 사람에게 제보를 받았다고 하면서, 그 제보라는 것을 근거로 방송을 이어가기도 한다. 이래서 ‘일방적’ 주장의 느낌이 더 강한 것인데, 이런 주장을 덮어놓고 믿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한둘이 아니란 것을 박수홍에 대한 집단공격이 보여줬다. 

최근 한 남성이 여성 연예인에 대해 글자 그대로 일방적인 주장을 펼쳤는데, 많은 이가 그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바람에 해당 여성 연예인이 큰 고통을 겪은 사건도 있었다. 그나마 이 사건은 남성 측에서 자신의 잘못을 조기에 인정하면서 피해가 더 확대되지 않았다. 만약 그 남성이 지인을 동원해 제2, 제3의 폭로글을 퍼뜨리고, 유튜브 채널이 제보를 전한다며 나섰다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것이다. 

어떤 사연을 들었을 때 바로 공분해 징벌에 나서는 게 문제다. 인류가 지난한 과정의 사법체계를 이유 없이 만들진 않았다. 성급한 징벌이 위험하기 때문에 사법체계를 고도화한 것이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하고도 3심까지 가는데, 인터넷 주장만 보고 사람을 단죄하는 건 너무 성급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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