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사법 리스크 길어질수록 야당엔 ‘악재’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4 14:05
  • 호수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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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탄압과 정치보복 프레임만으로는 국민 공감 어려워…의혹에 대해 당당하게 소명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전방위적 사법 수사가 전개되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토지 용도 변경에 대해 ‘국토교통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한 발언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있는 상태다.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 또한 허위사실 혐의에 포함되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뿐만이 아니다. 성남시가 운영을 맡고 있는 축구단인 성남FC 후원금을 두산건설 등 기업으로부터 받은 사안도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되었다.

수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대선 때부터 이어지고 있는 ‘성남시 대장동 부동산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사안은 계속 수사 중에 있고,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 쌍방울 기업과 관련성이 집중 수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외에 가족과 관련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배우자인 김혜경씨는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으로, 이 대표의 아들은 도박 혐의와 성매매 의혹으로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국회 다수당이자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는 수사에 대한 여론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은 윤석열 정부가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사정 정국을 펼쳐 나가고 있다고 해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야당 탄압임과 동시에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이다. 반면에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보수층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에 대한 사법적 의혹이 전혀 풀리지 않았고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 여론도 엇갈리고 있지만 정치권은 사법 대전쟁 국면으로 가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맞불 전략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고발하고 김건희 여사에 대해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을 부각시키는 ‘김건희 특검법’을 의원 전원의 서명으로 발의했다. 전면전이다. 이 대표에 대한 최종적인 수사 결과에 따라 모든 정치적 환경이 달라질 판이다. 과연 여론은 이 대표의 수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16일 전북 김제시 김제농협 미곡창고를 찾아 도정된 쌀을 살피고 있다.ⓒ연합뉴스

중간지대(서울·20대·무당파)도 “진상 규명”

이재명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쥐고 난 후 나타난 양상은 ‘정당 지지율의 역컨벤션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정당은 전당대회 같은 중요한 이벤트를 치르고 나면 지지층이 더 결집해 지지율이 올라가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가 나온다. 특히 대선에서 패배하고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민주당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국민의힘 내홍으로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어 국민의힘보다 지지율이 더 올라가는 추세였다. 그러나 전당대회 이후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민주당 지지율은 내리막길이다. 컨벤션 효과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9월13~15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국민의힘 38%, 민주당 31%로 각각 나타났다. 민주당 전대 전인 8월2~4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9%였다(그림①). 이번 조사에서 중요한 지표가 되는 서울, 20대(만 18세 이상)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 높았다.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가 여당에 의해 프레임이 설정된 정치 공세적 용어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의 경쟁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두 번째 여론 반응은 ‘정치보복 주장에 대한 명분 약화’다. 이 대표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검찰의 수사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신뿐만 아니라 아내와 아들까지 수사하는 것은 모욕 주기일 뿐만 아니라 정치보복의 전형적인 구태라며 극도로 격앙된 반응이다. 그렇다면 국민 다수는 이 대표를 향한 수사에 대해 야당 탄압이나 정치보복이라고 인식하고 있을까.

한국갤럽이 중앙일보의 의뢰를 받아 9월16~17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수사에 대해 야당 탄압이나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전체 응답 결과에서 ‘야당 탄압과 정치보복 주장’에 대한 공감 응답이 43%, 비공감 응답이 50.7%로 나왔다. 야당 탄압과 정치보복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더 많다. 중간지대 응답자 성격이 강한 서울과 2030 MZ세대 그리고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에서도 야당 탄압과 정치보복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그림②). 사법 수사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명분보다 제대로 수사를 받아 진상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론 반응이 더 강한 셈이다.

“이재명 대표와 쌍방울 관계 있다” 46.4%

세 번째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수사에 대한 여론 반응은 ‘변호사비 대납과 관련된 쌍방울과의 관계’에 집중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경기지사 선거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고 대법원 재판까지 가서 무죄 취지의 선고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당시 이 대표를 변호하기 위해 어벤져스급 변호인단이 꾸려졌고 이들에 대한 변호사비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실제로 이 대표가 지급한 금액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변론을 했던 다수의 인사가 쌍방울과 모종의 관계를 갖고 있고, 이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과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쌍방울과 관련된 일은 ‘속옷’밖에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지만 문제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촘촘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동시에 국민 여론도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의 의뢰를 받아 9월13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쌍방울그룹과 이재명 대표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관계 있다’는 응답이 46.4%, ‘관계 없다’는 응답은 36.4%로 이 대표와 쌍방울 기업이 관련 있다는 인식이 10%포인트 더 높다(그림③). 물론 여론만으로 관계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공당의 대표 입장에서는 사법 수사보다 여론 악화가 더 무서운 현실이다. 쌍방울과 이 대표 관계에 대해 2030 MZ세대, 서울 그리고 무당층에서도 ‘관계 있다’는 응답이 더 많을 정도다. ‘야당 탄압’과 ‘정치보복’ 대응을 넘어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당당하게 소명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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