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안전한 수돗물’…수돗물 사용 창원시 수영장에서 유충 발견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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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석동정수장 수돗물 유충 사태와 판박이”…창원시장 향해 비난

불과 두 달전 생긴 경남 창원 석동정수장의 수돗물 유충 공포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창원시 산하 공기업이 운영하는 수영장에서 또다시 유충이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홍남표 창원시장은 “북면지역에 공급되는 수돗물은 깨끗하다”고 밝혔지만, 창원시의 부실한 수돗물 관리를 둘러싼 불만은 커지고 있다.

9월23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감계복지센터 수영장에서 발견된 유충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는 홍남표 창원시장 모습 ⓒ창원시
9월23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감계복지센터 수영장에서 발견된 유충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는 홍남표 창원시장 모습 ⓒ창원시

앞서 지난 20일 오후 1시께 창원시 의창구 북면 감계복지센터 수영장에서 안내요원이 유충 25마리를 발견했다. 감계복지센터는 이로부터 사흘 뒤인 22일 오후 4시부터 수영장을 휴관했다. 

감계복지센터 수영장에 공급되는 물은 대산정수장의 강변여과수가 북면 배수지를 통해 공급되고 있다. 창원시는 유충 발생 원인이 배수지 때문인지, 수용가인 센터 자체 저수조 오염 때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22일 곧바로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단 하루 만인 23일 창원시는 “22일 저녁 북면 배수지의 유입구·유출구, 수용가 12곳에 대해 검사를 한 결과 유충이 나오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서둘러 잠정 결론을 내렸다. 창원시는 감계복지센터 수영장에 대산정수장의 강변여과수가 중간 저장시설인 북면배수지를 거쳐 수돗물이 공급되는데, 강변여과수라는 특성과 물의 온도가 한여름에도 통상 16도 안팎으로 낮은 점 등을 근거로 유충이 활동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영장 자체 수질관리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크게 본 셈이다. 

창원시는 대산정수장에서 공급되는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수돗물 수용가인 수영장에서 유충이 발견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구성·조사하기로 했다. 

홍 시장은 지난 7월 석동정수장 유충 사태 이후 “식품 수준의 수돗물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시민들은 수돗물 사용 수영장에서 유충이 대거 발견되자 창원시의 수돗물 정책을 불신했다. 유충보다 말뿐인 창원시가 더 무섭다는 반응이다.

창원물생명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23일 성명을 내고 “창원시와 창원시장을 더는 신뢰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석동정수장 사태 이후 빠른 정보 전달과 사태 해결을 위한 민관소통을 강조했음에도 해결된 게 없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는 “지난 석동정수장 깔따구 유충 사태에서 창원시가 무엇을 개선했는지 의문”이라며 “(감계복지센터 수영장 유충 사태는) 석동정수장 수돗물 유충 사태와 판박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7월 창원시 수돗물서 유충이 나온 이유는 역학조사 결과 정수장 관리 부실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당시 환경부 역학조사반은 창원시 석동정수장에서 나온 유충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원수에서 나온 유충은 안개무늬날개깔따구와 국내에는 기록이 없는 종 등 2종이었다. 정수 과정에서 나온 유충은 안개무늬날개깔따구와 노랑털깔따구 등 16종이며, 정수장 주변 유충은 안개무늬날개깔따구와 노랑털깔다구 등 3종으로 나타났다.

역학조사반은 정수장 주변서 발견된 안개무늬날개깔따구가 원수부터 정수까지 전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온 점과 정수장 여과지·활성탄지 등의 방충망이 촘촘하지 못하고 일부는 파손까지 돼 있던 점을 근거로 “방충 설비가 미흡한 곳과 착수정과 침전지 등 개방된 곳으로 유충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특히 유충이 정수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가정에 공급된 수돗물에서까지 나온 이유는 석동정수장 오존발생기 3대 중 2대가 고장과 노후화로 작동하지 않아 필요한 약품이 적게 주입된 점 등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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