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XX’ 블랙홀에 실종된 협치…與 ‘나홀로’ 입법 드라이브 거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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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입법 전쟁 시작됐는데 비속어 논란까지…與 국정쇄신 ‘산 넘어 산’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비속어 논란에 정국이 블랙홀에 빠진 분위기다. 여당은 관련 논란을 진화하려 하지만, 야당은 연일 공세에 화력을 보태고 있다. 윤 대통령도 사과대신 정면 돌파를 택하면서, 정국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문제는 정기국회의 막이 오른 상태란 점이다. 여권은 당초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민생 관련 입법을 주도하며 국정 분위기를 반전코자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으로 야권과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지게 되면서, 당내에서도 “협치는 물 건너갔다”는 자조가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치고 마스크를 쓰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치고 마스크를 쓰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정기국회 강대강 대치에 불 붙인 尹대통령 비속어 논란

26일 여야는 닷새째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관련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논란은 윤 대통령 발언의 진위 여부를 넘어, 야권과 언론의 결탁 의혹으로 번진 상태다. 논란의 장면을 처음 보도한 MBC가 야권과 결탁해 윤 대통령 발언을 왜곡‧확산시켰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여기에 야권은 다시 강력 반발하면서, 여야 간 샅바싸움이 끊이지 않을 태세다.  

동시에 여야는 정기국회를 둘러싼 수 싸움에도 돌입했다. 이미 ‘민생 입법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7대 입법과제를 발표한 데 이어 국민의힘도 10대 법안을 발표해 맞불을 놓았다. 상당수 법안들은 기초연금액 인상(민주당)이나 부모급여 도입(국민의힘) 등 민생 관련 내용이다. 여야 모두 민생 이슈를 선점해 여론을 환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상황은 여권에 불리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일지라도, 민주당이 다수당이어서다. 민주당이 반대하는 법안은 현실적으로 통과가 불투명하다. 벌써 민주당 측 노란봉투법과 쌀값정상화법, 국민의힘 측 미래인재 양성입법은 쟁점 법안의 테이블에 오른 상태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실 소속 한 보좌관은 “당분간 지리멸렬한 싸움이 지속되지 않겠나”라며 “법안이 실제 통과될지 지켜보자는 의견이 다수”라는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與 “여론 믿는다”지만 민심은 빠르게 ‘OUT’

국민의힘은 이 같은 대치 국면을 타개할 대책으로 ‘여론의 힘’을 언급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날 “야당의 비협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정교하게 정리하고 국민에 자세히 설명해 여론의 힘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심이 움직일지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이후 민심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어서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미디어트리뷴 의뢰, 19~23일, 2533명 대상),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주간 평균 30% 중반대를 유지했으나 일일 기준으로는 주초에서 주말까지 4%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20일 36.4%로 시작한 긍정평가는 23일 32.8%까지 떨어졌다. 조사 기간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민심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결국 이번 정기국회도 살얼음판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야권은 비속어 논란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까지 추진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이 야권을 ‘이XX’라고 지칭한 것에 대한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이XX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지켜보라”(강선우 의원)고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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