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특별연합’ 제각각 해답 내놓은 경남·울산…이대로 좌초되나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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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권 바뀌면서 경남·울산 공식 이탈

지난 문재인 정부가 부산·울산·경남에 국내 첫 특별지방자치단체를 만들겠다며 국가균형발전 정책으로 추진한 ‘부울경 특별연합’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수도권에 맞먹는 단일 생활권과 경제권을 구축하기 위해 설치하는 초광역 특별지자체로, 수도권 과밀화 해소 등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추진돼 왔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현재 780만명이 채 되지 않는 3개 시도의 인구를 2040년까지 1000만명까지 늘리고, 지역내총생산은 491조원에 달하는 메가시티(거대 도시)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내년 1월1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는 목표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4월19일 3개 시도 단체장과 관계 부처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울경 특별지자체 지원을 위한 협약식’을 개최했지만, 경남도가 실익이 없다며 공식 이탈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울산시도 참여를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4월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울경 특별지자체 지원을 위한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4월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울경 특별지자체 지원을 위한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박완수 경남지사는 26일 “경남 입장에서 부울경 특별연합이 도움될 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별연합은 실패할 확률이 높고, 오히려 ‘행정통합’이 본래 목적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줄곧 펼쳐왔다. 박 지사는 “시도 간 공동업무처리를 위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과 같은 기존 기관에 더해 특별연합이라는 또 다른 기관을 만드는 것이 도민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부울경 행정통합으로 한 단체장이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지역발전의 효과를 분산하고 균형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지사는 특별연합의 업무 범위가 부울경 공동의 일부 업무에 한정됨에 따라 부산, 울산 인접 지역에 혜택이 집중될 것을 우려했다. 또 특별연합에 근본적인 재정기반 없이 업무를 떠안을 우려가 있으며, 연간 160억원 이상의 운영비 부담과 150여 명의 공무원 투입이 필요한 점도 지적했다.

 

박완수 ‘행정통합’ 제안에 김두겸 “이제와서 통합 말이 안된다”

지역 정가는 ‘부울경 특별연합’의 실패가 예견된 것이라는 반응이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문재인 정부 시절 전임 김경수 경남지사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3개 시도 단체장의 원팀 기조를 유지하던 김 전 지사가 구속 수감되고, 6·1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단체장들로 모두 바뀌자 부울경 특별연합 사업 진행 자체가 어려워졌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26일 “수도권에 대응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부산 빨대 효과 등 역효과가 예상돼 메가시티 참여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박 지사가 제안한 세 도시 간 행정통합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김 시장은 “울산은 1997년 경남도로부터 독립했는데, 이제와서 다시 통합되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 “인구, 도시 규모상 울산에서는 통합자치단체장이 나올 수도 없어 다시 변방으로 전락할 게 뻔하다”고 했다. 또한 “부울경 메가시티가 실현되면 젊은 층과 전문 인력이 부산으로 유출돼 지역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시장은 현재 KTX울산역에 마련한 부울경 특별지자체 합동추진단 사무실에 대해서도 “경남과 울산이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만큼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조만간 세 시도 단체장이 만나 최종 결론을 내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4월19일 3개 시도와 정부가 체결한 ‘국가사무 위임을 위한 분권 협약’과 ‘부울경 초광역권 발전을 위한 공동협력 양해각서’는 무의미할 가능성이 커졌다.

 

옥중 김경수 “연합 없는 통합은 기초공사도 하지 않고 집 짓겠다는 격”

경남과 울산이 부울경 특별연합을 서두를 동기가 크지 않다는 한계를 드러내자 김경수 전 지사는 옥중에서 발끈했다. 특히 박 지사의 행정통합 추진 제안에 “밥상을 엎어버리고는 살림 합치자고 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김두관 국회의원(양산을)은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전 지사 면회 소식을 전하며 지난 22일자 김 전 지사의 옥중 서한을 공개했다. 

김 전 지사는 서한에서 “연합과 통합은 서로 배치되는 사업이 아니라 연속 선상에 있는 사실상 하나의 사업”이라며 “연합 없는 통합은 기초공사도 하지 않고 집 짓겠다는 격”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울경 메가시티는 행정통합을 최종 목표로 하되, 특별연합에서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메가시티,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놓고 시·도민들과 소통, 공감대 형성, 공론화 추진과 해외사례 연구 및 현지답사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행정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은 김 전 지사가 서한을 통해 제안한 민주당 경남도당 내 실무지원단과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방 소멸 시대에 부울경의 각개약진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박완수 지사의 행보는 부울경의 미래를 회복하기 어려운 암흑의 터널로 끌고 가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렵게 만들어 놓은 기초를 이대로 무너지게 두지 않겠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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