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vs 언론 ‘전면전’의 역사…尹대통령은 어떨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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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언론 정면 겨냥했던 文정부의 조국, 민심 이반 신호탄으로
심상치 않은 언론계 반응에 與 내부서도 “둘 다 사과하라”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언론으로 확전됐다. 정부여당이 논란의 근원지로 언론의 ‘허위‧왜곡 보도’를 꼽으면서다. 윤 대통령도 직접 ‘사실과 다른 보도’ ‘진실규명’이란 표현을 써가며 특정 언론을 겨냥했다. 윤석열 정부가 언론과의 전면전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이 언론을 정조준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언론과의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졌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각 진영에선 “언론과 불필요한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자조가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다를까.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 연합뉴스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 연합뉴스

정부여당도 언론도 비속어 논란 두고 ‘부글부글’

27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연일 특정 언론을 언급하며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비판의 요지는 특정 언론이 검증되지 않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자막을 달아 진의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진보 언론이 야권과 결탁해 불순한 의도로 영상을 유포했다는 게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이번 비속어 논란을 ‘허위‧왜곡’ 했다는 당사자로 지목된 일부 언론들은 즉각 반발했다. 대통령실출입영상기자단은 전날 직접 성명을 내고 “정당한 취재에 대한 왜곡을 멈추라”고 비판했다. 특정언론이 야당에 영상을 공유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대통령실에서도 관련 영상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이 단체의 입장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스스로 ‘좌파언론’이라고 규정한 MBC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있으며, 항의방문 카드까지 고려 중이다. 

윤 대통령이 언론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낸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 지명 직후 “언론의 공격을 이겨내느라 고생했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박 전 장관은 음주운전과 논문 재탕 의혹 등으로 비판을 받아 한 달 만에 자진사퇴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9월에는 고발사주 논란을 최초 보도한 인터넷 매체를 폄하하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2019년 9월2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던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모습 ⓒ 시사저널 이종현
2019년 9월2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던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모습 ⓒ 시사저널 이종현

보수언론 정면 겨냥했던 文정부 전철 밟을라

언론과의 ‘전면전’을 불사했다는 소리를 듣는 과거 정부 사례는 어떨까.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을 닷새 앞둔 지난 5월4일 공식 석상에서 “언론은 때로는 편향적이다. 언론은 모든 것을 기록하지 않고 취사선택해서 취재하고 보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편향성을 지적한 대목이다.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의 발단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조 전 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시사저널을 포함한 각종 언론에서 가족 입시비리 사건 관련한 단독 보도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 관련 기사량은 다른 모든 이슈를 압도할 정도였다. 여당이던 민주당은 언론을 향해 “광기 어린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통상 정치권에선 특정 언론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를 기피해왔다. 여론의 최전선에 있는 언론과 얼굴을 붉혔을 때 리스크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그런데도 조 전 장관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의 기사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매국적 제목”이라고 정조준 했다. 당시 정치권과 언론계의 평가는 “누가 이기나 해보자 하는 것 같다”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 조 전 장관 사태는 문재인 정부 민심 이반의 신호탄으로 꼽히게 됐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을 둘러싼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여권 내에서도 “일단 사과하라”는 자중론이 이어지고 있다. 당내 ‘미스터 쓴 소리’로 통하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언론의 불량보도와 대통령실의 부실 대응의 조합으로 양비론을 피할 수 없다”며 “질질 끌 문제가 아니라, 비속어를 썼으면 사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비속어 논란' 책임 전가 규탄 현업언론단체 긴급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비속어 논란' 책임 전가 규탄 현업언론단체 긴급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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