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원톱’?…어깨 무거워진 주호영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8 14: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대위 흔들리는 사이…주호영, ‘이재명 카운터파트너’로 존재감 커져
與일각 “‘친윤’ 이미지로는 한계…야당과 협치 모색해야” 주장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치고 마스크를 쓰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치고 마스크를 쓰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권성동→주호영→정진석‧주호영.’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의 실질적 ‘사령탑’이 계속 바뀌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비상대책위 간의 ‘가처분 공방전’이 계속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체제’를 굳힌 사이, 국민의힘은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에 놓인 모습이다.

여권 일각에선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포격’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구심점 삼아 당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n차 비대위’로는 혼란만 가중될 것이란 주장에서다. 여야 간 정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8일 이 전 대표가 신청한 3차·4차·5차 가처분을 일괄 심의한다. 법원 판단에 따라 이 전 대표가 코너에 몰릴 수도, 정진석 비대위가 좌초될 수도 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할 경우 국민의힘은 사법 리스크를 모두 털어낼 수 있다. ‘주호영‧정진석 투톱’ 체제로 차기 전당대회 준비 모드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을 모두 인용한다면 주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하는 ‘원톱’ 체제로 수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경우의 수든 주 원내대표가 당 전면에 서게 되는 셈이다.

주 원내대표는 당의 ‘기강 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당의 내홍을 다잡기 위한 구심점으로 ‘반문’(반문재인)을 다시 꺼내들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전 정권의 실정을 부각시키며, 의원들의 사기를 드높이려는 모습이다.  

주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사전점검회의에서 “지난 5년을 돌아볼 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심대하게 위협받았고 외교·안보·경제 어느 하나 불안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며 “이미 우리 당으로부터 여러 차례 이런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국감이란 자리를 활용해서 모든 적폐와 나라를 망가뜨린 행위들을 다시 한번 선명하게 정리하고 이를 국감을 계기로 정리하고 넘어간다는 각오로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가 ‘공격수’ 역할만 자처하기엔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이른바 ‘대통령 비속어’ 논란까지 터졌다. 이에 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를 열고 박진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해 제출했다. 실제 해임까지 진행되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긴 셈이다.

정부가 코너에 몰린 가운데 주 원내대표도 난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169석을 앞세운 민주당에 대항할 마땅할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을 찾아가 박 장관 해임건의안의 본회의 상정 거부를 요청하겠다는 계획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후 2시에 국회의장실을 방문해서 의사일정 협의가 되지 않은 안건 상정을 막아달라는 요청을 드릴 예정”이라며 “불신임 건의안 상정을 막아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주 원내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카운터파트너’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대위가 좌초되고 주 원내대표가 당 대표의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면 주 원내대표가 직접 여야 영수회담이나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의 다자회담 등을 선제적으로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TK(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한 의원은 “만약 (비대위 체제 대신) 주호영 원내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면 당의 안정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며 “‘야당 비판’ 일변도로는 난국을 벗어나기 어렵다. 대통령실에 먼저 여야 지도부 면담을 요청해 자신의 ‘체급’과 존재감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확실한 당의 리더로 보기에는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상황”이라며 “이용호 의원에게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빙의 차이로 승리를 거둔 것은, 여권 내에서도 ‘친윤’으로 가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가 대통령실과 모든 의견을 같이 해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 원내대표 역시 야당과의 확전보다는 ‘협치’에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과 계속 충돌해서는 당 운영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여러 복합 위기가 동시에 몰려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회는 민생과 무관한 정치공세와 소모적 논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여야가 먼저 소통하고 협치해서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국회 절대다수인 민주당 협조 없이는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여야가 서로 다름을 탓하고 상호 비방과 정쟁거리로 삼을 것이 아니라 오직 국민과 국익의 관점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지혜를 모아나갈 때 신뢰를 회복하고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