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청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어찌 이런 일이…
  •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04 10:10
  • 호수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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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근절 위해 정보기관·관세청·수사기관·국세청·금융정보분석원 등 함께 움직여야

요즘 대한민국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마약과 관련된 사건이 넘쳐나고 있다. 지난 7월 강남 한 유흥주점에서 종업원 1명이 사망하고 자리에 참석한 손님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손님의 차에서는 2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이 발견됐다. 또 8월에는 누구나 찾는 캠핑장에서 남성 3명이 LSD를 투약한 혐의로 체포됐다. 캠핑장에 있던 시민들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두려웠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9월26일 경찰은 유명 작곡자이자 사업가(돈스파이크, 본명 김민수)를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1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을 압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9월28일에는 빌라 천장에서 약 9만7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2.9kg의 필로폰을 압수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도대체 대한민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인가.

필자는 유엔마약사무소(UNODC·UN Office on Drugs and Crime)에서 개최하는 유엔마약위원회(CND·Commission on Narcotic Drugs) 회의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국내 정보기관, 정부 기관 등과 함께 마약 근절과 퇴치를 위해 노력했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정보기관 직원(박해수 사진 오른쪽)이 대한민국 국민(하정우)의 도움을 받아 마약 사범을 체포하는 내용의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넷플릭스 제공

정보기관이 잠입수사할 수 있도록 국정원법 개정해야

필자는 마약 사범을 근절하고 발본색원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국가에 주장한 바 있다.

첫째, 10여 년 전부터 제발 ‘마약 청정국’이란 국적 불명의 수식어를 대한민국에 붙이지 말자고 주장했다. ‘마약 청정국’이라는 수식어를 지키기 위해 강력한 마약 단속을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정보기관 마약 관련 부서 직원의 잠입수사를 허용하고, 관세청 세관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인력과 예산의 증대가 필요하다고 여러 번 주장했다. 대한민국은 아직 마약 생산국 혹은 재배국은 아니다. 국내 마약의 절대량이 외국에서 수입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들어오는 마약을 차단하는 것이 최상의 마약 근절 대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정보기관이 국제 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수집을 어떠한 절차와 방식을 통해 할 것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는 정보기관 직원이 대한민국 국민의 도움을 받아 마약 사범을 체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형태의 정보 수집은 지양해야 한다. 정보기관 직원이 직접 잠입수사를 할 수 있도록 국가정보원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수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셋째, 대한민국에서는 소비자에게도 무관용 엄벌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보통은 공급자에 대해서는 무관용 엄벌을, 소비자에게는 처벌보다 치료를 우선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마약 소비 형태는 매우 독특하다. 소비자가 곧 공급자다. 또 마약이 특권계층의 연대를 만드는 도구로 사용된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마약은 매우 위험하고, 다른 소비자를 끌어들여 마약을 공급하는 소비자에게도 엄벌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유명 작곡가 겸 사업가인 돈스파이크(본명 김민수)가 9월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 출두하고 있다.ⓒ연합뉴스

국제 사법 공조 위해 ‘부다페스트 조약’ 가입 필요

넷째, 마약을 접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매우 심각한 현상이다. 2011년에는 19세 미만 마약 사범이 41명으로 전체 마약 범죄자 대비 0.4%였지만, 2021년에는 450명으로 전체 마약 범죄자 대비 2.8%로 7배 증가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할 사실은 2021년 마약 사범 통계에서 20대가 5077명(31.4%)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약 소비 연령대가 낮아진다는 의미는 마약 생태계가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약 공급자들은 어리고, 돈 많은 사람을 제1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섯째, 마약 사범들의 목적은 하나다. 돈이다. 그러므로 마약 사범들은 다크웹을 이용하고, 암호화폐를 지급 수단으로 사용한다. 발각되지 않는 공간을, 범죄수익을 쉽게 은닉할 수 있는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다. 마약 범죄가 지능화·첨단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수사 방식도 아날로그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과거 마약 수사는 잠복해서 상선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거래하는 마약 사범을 잠복해서 잡을 수 없다. 온라인에 잠입해 수사를 해야 잡을 수 있다. 마약 수사에 잠입수사가 전면적으로 허용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암호화폐로 거래되는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수사기관,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 등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마약 범죄는 초국가적 범죄다. 초국가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법 공조 역량을 길러야 한다. 특히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마약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 전 세계가 합심해 하나의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2001년 유럽평의회에서 온라인 범죄에 대한 신속한 국제 사법 공조를 위해 만든 ‘부다페스트 조약’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매우 적절하고 필요한 조치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에서 마약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정보기관, 관세청, 수사기관,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 등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 모습이 ‘마약청’이든, ‘범정부 합동기구’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대낮 시내 한복판에서 마약 사범이 활개를 치고, 유명 작곡가이자 사업가가 1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을 소지하고, 빌라 천장에서 2.9kg의 필로폰이 발견되는 ‘마약 사범 전성시대’를 반드시 끝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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