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통령, 尹대통령에 ‘성평등’ 문제 묻는다…어떤 답변 내놓을까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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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한국의 성평등 정책 역행, 전세계 관심…전향적 자세 필요”
윤석열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9일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을 면담하면서 성평등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를 포함한 한국 체제의 모든 부분에서 여성의 대표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까지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하루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25분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한 뒤 오전 11시24분경 용산 청사에 도착했다. 양국의 모두발언 이후 접견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미국의 첫 여성 부통령인 해리스는 윤 대통령과의 접견 자리에서 북한 문제,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내 차별 문제와 함께 한국의 성평등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앞서 밝힌 바 있다. 그는 "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성의 지위에 근거해 민주주의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고 강하게 믿는다"며 "윤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선진국 중 한국이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크고, 여성 국회의원이 5분의 1 미만인 현황 등을 지적하면서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최근 여성을 향한 구조적 폭력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미 부통령의 문제제기로 논의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에서 꾸준히 발전해온 성평등 정책이 역행하고 있어 미국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제제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여성 인권이나 성평등 정책이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면서 "이 흐름을 유지해나가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멈추고 역행하는 정책을 공약하고,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으니, 미국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전세계 선진국들이 우리 성평등 정책이 후진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 있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가들의 신뢰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아시아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표본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방문,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방문,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성평등 문제와 관련해 체계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제기할 방법을 찾기 위해 한국의 여성 지도자들과 라운드테이블 회의도 개최하기로 했다. 신당역 사건 이후 이 사건의 원인과 대책을 두고 사회적 논쟁이 한창이다. 국회는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재발방지를 위한 전수 조사와 전담 경찰관 보강 방안 등을 논의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반의사불벌죄를 없애고 가해자에게도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법률안을 낸다는 방침이다. 서울경찰청은 제2의 신당역 사건을 막기 위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스토킹 사건 400여 건에 대한 전수 점검에 나섰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일련의 사건과 성평등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대처 방식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많다. 신 교수는 "민주주의는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인데, 현 정부는 어떤 사건을 검찰 중심으로 검찰이 주도하는 문제로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번 사건도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사법적인 문제로 한정해선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이어 "스토킹 범죄가 왜 자주 일어나는지, 피해자 보호 방안은 어떠해야하는지 등에 대해 사회 문화적인 관점에서 국가기관과 민간이 아울러 점검해보고 촘촘한 예방과 대응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부통령의 방한은 4년6개월 만에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인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방한한 뒤 처음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가 지난 5월 부인을 대신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축하사절로 방한한 바 있다. 그는 사상 첫 세컨드 젠틀맨(the Second Gentlema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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