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내정에…과거 ‘막말 논란’ 재부상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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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17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며 삭발식에 동참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 연합뉴스
2019년 9월17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며 삭발식에 동참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새 위원장으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임명했다. 야당과 노동계는 일제히 반대와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김 전 지사가 과격한 발언으로 ‘극우 논란’을 부른 바 있기 때문이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에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대통령 직속 경사노위 위원장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장관급인 경사노위 위원장은 임기 2년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약 5년간 재임한 문성현 전 위원장이 지난 7월22일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사퇴하면서 2개월째 공석이었다.

김 실장은 김 전 지사에 대해 “정치력과 행정력을 모두 겸비했고, 특히 노동 현장 경험이 많이 정부와 사용자, 노동자 대표 간 원활한 협의와 의견 조율, 노사 협력·상생의 노동시장 구축 등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를 보다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반발하는 분위기다. 김 전 지사가 ‘반(反)노조’ 성향의 우편향 인사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실제 김 전 지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김문수티브이(TV)》에 ‘불법 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이라는 영상을 올려 “노동자들이 손배소를 가장 두려워한다. 민사소송을 오래 끌수록 굉장히 신경이 쓰이고 가정이 파탄 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하이트진로 화물기사들의 파업을 두고는 “노동해방이라는 것은 하이트진로를 빼앗아 국유화시키자는 것으로 사유재산 제도를 없애서 노동자들이 해방되도록 하는 사회주의·공산주의자들의 구호”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김문수 위원장은 오랫동안 노동계를 떠나있었다. 최근에는 진영논리에 편승해 과도하게 보수진영을 옹호한 것도 사실이다”며 “그러나 사회적대화를 총괄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수장 자리는 진영논리를 추구해서는 안 되는 자리이고, 과거의 경험으로 현재를 좌지우지 하려고 해서도 안된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은 “안 그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수직 절벽으로 만든 임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를 들러리 세워 소위 민간 전문가의 의견이라는 양념을 치고 이제 김문수씨를 수장으로 앉힌 ‘경사노위’가 형식적으로나마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민주노총은 그저 지금까지 걸어온 것처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에 맞서 이를 저지하고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의 건설을 위한 사업과 투쟁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협치’를 포기한 인사라고 맹비난했다. 김 전 지사가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과격하게 비판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김 전 지사에 대해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사람이지 않는가”라며 “그동안 국회를, 노동을 어떻게 평가하고 폄훼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분 아닌가. 노동계에 불신, 국회에 불신을 갖고 있는 분이 과연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노동개혁이란 시대적 과제를 수용할 수 있는 분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총살감”이라고 주장하고, 민주당을 향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종북 김일성주의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2019년 4월에는 강원도 산불 피해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문재인 ‘촛불 정부’인 줄 알았더니 ‘산불 정부’네요.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에 산불, 온 국민은 화병”이라고 막말 논란을 부른 바 있다.

김 전 지사는 ‘갑질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2020년 8월16일 일행 A씨와 국회의사당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 경찰을 마주했다. A씨가 코로나19 자가격리 지침 위반자임을 확인한 경찰은 김 전 지사도 동행시키려 했다. 그러자 김 전 지사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냐”며 “내가 국회의원을 세 번 했어”라고 소리쳤다. 나중에 그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한편, 김 전 지사는 1995년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후보로 부천 소사구에 출마해 15대 국회에 입성했고 16대·17대 총선에서도 내리 당선됐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됐고, 2010년 연임에 성공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 대구 수성갑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김 전 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등 탄핵 반대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문재인 정부 하인 2020년에는 전광훈 목사와 함께 극우 성향의 자유통일당을 창당하고 대표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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