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등학생, 아니 대한민국 마약사범입니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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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강한 펜타닐 등 마약, 텔레그램 통해 중‧고등학생 광범위 유통
10대 마약사범 폭증에…與김병욱 “교육‧수사당국 협조해 단속나서야”

마약은 이제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신혼을 자랑하던 40대 유명 작곡가, 재벌가의 30대 자제, 사립명문대를 다니는 20대 대학생까지, 대한민국 각계각층이 마약의 늪에 빠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마약의 마수(魔手)가 10대까지 뻗쳤다는 것이다. 게임을 즐기던 중학생부터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까지, 마약 탓에 재판장에 서야 했다. 이들은 왜 마약에 빠진 것일까.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김준희(가명‧17)군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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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쾌락, 두 번째 구매 그리고 ‘나락’

인천 모 고등학교에 다녔던 김준희군. 그는 모범생은 아니었다.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과 종종 술‧담배를 즐겼다. 그러나 더 이상의 일탈은 없었다. 학교 친구들을 괴롭히지도, 다투지도 않았다. 단지 교실보다는 거리가, 가족보다는 친구가 좋았다.

그런 김군의 삶이 바뀐 건 친구가 건넨 ‘패치 한 장’이었다. 김군이 멀뚱히 바라보자 친구가 물었다. “야, 이거 뭔지 아냐?” 김군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야, 한 번 해보실?(해볼래)”

2021년 3월, 김군은 그렇게 ‘마약 중독자’가 됐다. 친구가 건넨 건 일명 펜타닐, 마약성 진통제였다. 김군은 그날의 기분을 잊지 못했다. 그렇게 그는 친구에게서 동네 ‘삼촌’을 소개받았다. 삼촌의 얼굴은 알 수 없었다. 단지 텔레그램을 통해 연락할 수 있었다. 그는 삼촌으로부터 펜타닐 10장을 15만원에 구매했고, 친구에게 장당 3만원 재판매하기도 했다.

김군은 잊고 있었다. 술‧담배가 일탈이라면, 마약은 강력범죄라는 사실을. ‘삼촌’이 경찰 마약범죄수사대에 덜미를 잡힌 날, 김군 역시 구매·투약자로 검거됐다. 판매 내역은 비밀이라던 삼촌의 말과 달리, 김군이 보낸 송금 내역과 장부 등이 고스란히 증거로 남았다. 그리고 김군과 같이 검거된 10대는 42명이었다.

ⓒ시사저널 최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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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한 10대 중독자…“수사‧교육당국 머리 맞대야”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마약사범이 된 김군의 이야기. 이 불행을 우연이 부른 일탈로 보기는 어렵다. 10대를 상대로 한 마약범죄는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마약을 유통하는 일부 상선은 10대만을 ‘타깃’삼아 체계적인 판매망까지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간(2018년~2022년 8월) 붙잡힌 마약사범은 모두 4만9850명이다. 이중 중·고등학생 등 10대가 1055명(2.12%)이다. 국내 전체 마약사범 100명 중 2명이 10대인 셈이다.

10대 마약 사범은 ▲2018년 104명 ▲2019년 164명 ▲2020년 241명 ▲2021년 309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8월까지 검거된 10대 마약 사범은 227명에 이른다. 이 추세대로라면 4년 만에 10대 마약 사범이 4배 이상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적발되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하면, 더 이상 대한민국 학교는 ‘마약청정지대’가 아닌 셈이다.

전문가들은 10대 마약 범죄는 성인들의 마약 범죄보다 더 심각한 사회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10대는 또래에게 영향을 많이 받기에, 마치 유행처럼 마약이 빠르게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 심각한 것은 마약 구매경험이 판매경험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검‧경뿐 아니라 교육당국 역시 마약범죄 근절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병욱 의원은 “마약 범죄는 국민 보건상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고 추가 범죄를 야기할 수 있어 엄중히 다뤄야 한다”며 “10대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는데, 교육당국과 수사당국이 협조해 실효성 있는 관리와 계도,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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