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감사원 바로세우기 위해 법적대응…임기 끝까지 채운다”
  • 구민주·김종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10.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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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7주간 감사원 감사 마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죽음의 공포 느꼈지만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버텨”
“감사원, 불법의 선 넘어…블랙리스트 직권남용과 판박이”
9월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9월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3주 간의 감사, 2주 연장, 그리고 2주 재연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근태와 관련한 내부 제보가 접수됐다며 8월1일 시작된 감사원 감사는 7주가 지난 9월29일 마무리됐다. 감사 종료 이튿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전 위원장은 감사원에 대한 ‘반격의 서막’을 예고했다.

전 위원장은 “기관장 감사로 시작했지만 정작 저는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은 채 직원들만 수차례 불러 압박 조사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감사원은 불법의 선을 넘어버렸다”며 향후 법적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그는 “현재 상황은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판결과 판박이”라며 감사원이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차례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고 고백한 전 위원장은 “앞으로도 권익위를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으로 지켜내기 위해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며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감사가 진행된 지난 7주 간 소회를 밝힌다면.

“믿기지 않는 감사였다. 권익위원장으로서 법에 정해진 임기를 지키며 묵묵히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정권 차원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내 감사원 감사가 시작됐다. 사퇴 압박 목적이 너무나 명확했다.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훼손되는 자괴감과, 독립기관인 감사원이 정치 감사를 펼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들었다.”

몇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권익위 직원들에 대한 깊은 미안함을 내비쳤다.

“저를 표적으로 시작된 감사인데, 애꿎은 직원들이 고생해 너무나 미안했다. 감사원은 직원들을 불러 어떤 사안에 대해 ‘위원장이 개입했느냐’고 묻고, 아니라고 해도 계속 반복해서 묻는 식으로 조사했다. 직원이 ‘그렇다’고 답을 할 때까지 다음날, 그 다음날 계속 불렀다. 끝내 ‘위원장이 시켰어요’라고 답하길 바라는 것이다. 직원들이 조사를 받을 때마다 ‘그냥 내가 사퇴하면 직원들이 고생 안 할 텐데’ 싶었다. ‘내가 사퇴하지 않으니 우리 직원들이 이런 괴롭힘을 당하는 구나’하는 생각들이 절 가장 괴롭게 했다. 이것이 곧 감사원 감사의 목적이었을 것이다. 도대체 대한민국 감사원이 정치적 감사에 동원돼 뭐하고 있는 것인지 화가 났다. 반드시 문제 삼고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이 조사를 받는 동안 위원장에 대한 직접 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감사원은 ‘저(위원장)의 근태와 관련한 묵과할 수 없는 제보’가 있다며 감사를 시작됐다. 물론 이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목적이 저였다면, 저부터 조사하고 그 다음 직원들을 불러 추가 조사를 진행하는 게 순서상 맞지 않나. 그런데 직원들만 7주 내내 불러 저에 대해 캐물었다. 그런데 아무리 직원들을 먼지 털 듯 털어도 형사소추가 가능한 위법사유가 나오지 않으니, 저를 불러 직접 조사하기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위법 사유가 없는 한, 법률로 임기와 신분이 보장된 저를 징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감사는 어디에 가장 초점이 맞춰져 있었나.

“저를 표적으로 삼고 직원들을 조사하던 중, 감사 목적이 변질되는 느낌이 들었다. 감사원 입장에서 협조가 잘 안된다고 생각해선지, 직원에 대해 출장비 등 별건 자료를 갖고 횡령이라고 압박했다. 처음부터 이 사안이 감사의 목적이었던 것처럼 언론에 흘렸다. 전혀 본질이 아닌 사안이다.”

이정희 부위원장이 감사를 받던 중 사퇴했다. “고군분투하는 위원장을 두고 떠나 죄송하다”고 밝혔는데 어떤 마음이었나.

“이 부위원장께서 굉장히 힘들어하셨다. 심리적 압박이 정말 엄청났을 것이다. 감사원이 본인뿐 아니라 직원들은 물론 본인이 업무 차 방문했던 기관들 50~60곳을 탈탈 털었다고 한다. 본인의 명예가 훼손되는데 더는 견디기 힘들어하셨다. 함께 이겨내자고 다독이며 여름을 같이 버텼고 그 과정에서 저와 함께 많이 울기도 했다. 위원장인 제가 더 힘들 텐데 먼저 떠나기 미안해 지금까지 버텼다고 얘기해주셨다. 부위원장의 사퇴는 임기가 정해진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사퇴시키기 위한 표적감사였고 직권남용이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감사원은 위원장 표적 감사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게 물타기를 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이미 부위원장이 사퇴하셨고 그분을 표적으로 한 건 이미 증명되었다. 관련 증거도 다 제시할 것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대법원의 직권남용 유죄 판결과 이미 너무 판박이다. 따라서 이제 와 표적 감사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더라도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다.”

감사원이 왜 이렇게까지 한다고 생각하나.

“감사 초기에 제가 옷 벗고 나갈 거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올 거라고 감사원도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제가 끝까지 항거하니까 감사원도 중간에 그만둘 수 없으니 계속 달린 거다. 그러다보니 점점 이상한 명분들을 들고 나오고 있고, 처음부터 위원장은 우리 표적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이제 와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가 이미 너무 많다. 이미 너무 먼 길을 왔다.”

감사가 종료된 후 SNS에 ‘반격의 서막’을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사실 감사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SNS에 올렸다.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도 ‘이런 불법적인 부분들이 있으니 더는 안했으면 좋겠다’는 걸 법률전문가로서 사전에 알려주려 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법적으로 대응하려 작정했다면 모두 숨겼다가 공개했을 것이다. 감사원을 아끼는 마음이 있어 일종의 힌트를 준 것이다. 감사원 직원들이 초기 3주 동안 감사하러 왔을 때, 우리 직원들에게 감사원 감사에 불편함 없도록 각별히 챙기라고 지시했다. 에어컨도 없는 곳에서 조사하고 있다기에 넓고 시원한 방으로 옮겨줬고 직접 격려도 가려 했다. 그런데 감사원이 그 선을 넘었다. 불법의 선을 넘었다.”

일각에선 정권도 바뀌었는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현 감사원장은 언제 임명됐나.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다. 그런데 그분에겐 물러나라고 하지 않는다. 저도 똑같다. 전 정부에서 임명됐고 법률에 의해 신분과 임기 보장돼 있다. 권익위도 감사원과 마찬가지로 정권으로부터 독립되고 중립적인 업무를 하는 기관이다. 신분과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에게 그 전에 물러나라고 하는 건 기관 자체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문제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감사원의 감사 재연장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 연합뉴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9월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감사원의 감사 재연장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 연합뉴스

감사 기간 ‘죽음과 같은 공포’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단지 감사원의 감사 뿐 아니라 대통령부터 집권 여당의 권력 핵심 실세들이 전 방위적으로 제게 공개적으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사정정국 바람이 부는 와중에 제가 권력 실세들의 최전선에서 타깃이 된 것 아닌가. 감사원에서 누설한 내용들로 보수 유튜버들이 저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고 있다. 대한민국 절반이 저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전장에서 혼자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누가 해코지를 할까 일상생활이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죽을 정도의 고통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는 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

“개인적으로는 위원장직을 그만두는 게 훨씬 제게 쉽고 편한 선택지다. 정권이 바뀐 직후 고민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갑자기 정권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고 감사원 표적 감사가 시작된 것이다. 만약 정권의 압박에 굴복하고 사퇴해버리면 권익위라는 기관이 어떻게 되겠나 싶었다. 정치적 외풍에 계속 흔들리고 ‘정권에 맞는 위원장이 임명돼 정권 코드를 맞추는 기관’으로 돼버릴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책임감과 사명감이 생겼다. 내가 여기서 물러나면 권익위의 독립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권익위는 국민의 권익을 지키는 기관이자, 국민이 최후에 의지할 수 있는 보루이다. 국민에게 그런 굳건한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지금까지 버티게 했다. 권익위 ‘독립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임기를 지키고 있다.”

위원장 임기 마지막 날까지 채우나.

“그렇다.”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 있나.

“윤석열 정부에 몸담은 공직자로서 부패방지와 국민권익구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왔다. 각 부처 장관들과 잘 협의해 국민 민원을 보다 더 원활히 해결하는 임무를 다하고자 했다. 매일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것도, 발로 뛰면서 국민 아픔을 보듬어주고 싶어서다. 그런 역할에 제약이 생겨 정말 안타깝다. 이제 감사도 종료됐으니 심기일전해서 더 발로 뛸 것이다. 제 개인 이익을 위한 목적은 하나도 없다.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고 국민 권익을 위함이다. 좀 더 믿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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