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vs 테슬라 전기차 이어 ‘로봇 전쟁’ 막 올랐다
  • 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09 10:05
  • 호수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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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장 매년 32% 성장하며 2025년 253조원대 전망
현대차·테슬라·혼다·포드 등 시장 선점 위해 개발 속도 내

최근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이다. 전기차 주행거리 늘리기와 충전시간 줄이기에 완성차 업체들이 모든 역량을 쏟아부으면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또한 운전자 없이 자동차 스스로 주행한다는 것이 불과 몇 년 전에는 꿈같은 소리였으나, 최근에는 현실로 가까워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로봇 사업 전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쌓은 배터리, 인공지능(AI), 센서, 소프트웨어(SW) 노하우를 로봇에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월22일 독일 베를린 인근 브란덴부르크주 그뤼네하이데에 건설한 ‘기가팩토리’ 개장식에서 연설하고 있다.ⓒEPA 연합

테슬라 ‘옵티머스’ vs 현대차 ‘아틀라스’

이 중에서도 특히 로봇 기술 개발을 위한 현대자동차그룹과 테슬라의 발 빠른 움직임이 눈에 띈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자율주행 시장에서 선두권 다툼을 하고 있는 두 회사는 향후 로봇 시장에서도 패권 장악을 놓고 다시 한번 맞붙게 될 전망이다.

9월30일(현지시간)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AI데이 2022’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를 공개했다. 옵티머스는 무대에 걸어나와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 후 양손을 하늘로 쭉 뻗어 관객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옵티머스는 몸통에 2.3kWh 배터리를 탑재하고 머리 부분에는 테슬라 통합칩을 적용했다. LTE·와이파이 등을 통해 통신도 가능하다. 또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가 총 28개 탑재됐으며, 이 중 11개가 손에 집중됐다.

테슬라는 이날 영상을 통해 옵티머스가 무릎을 굽혀 상자를 들어 옮기거나, 손가락을 구부려 물뿌리개를 잡아 화분에 물을 주는 장면 등을 공개했다. 아울러 손가락 힘으로 물건을 들어 옮기는 모습 등도 소개했다. 마치 사람처럼 손가락으로 할 수 있는 세밀한 작업을 구현한 것이다. 특히 이날 가장 화제가 된 것은 가격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로봇 가격은 2만 달러(약 2800만원)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향후 3~5년 내에 로봇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차그룹도 앞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한 바 있다. 아틀라스는 28개 유압 동력 관절을 통해 인간과 유사한 움직임을 구현했으며 이동과 스테레오, 감지 센서를 통해 복잡한 지형에서도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키 150cm, 무게 80kg이며 초속 1.5m로 움직일 수 있고 약 11kg의 짐을 들 수 있다. 현대차는 영상을 통해 아틀라스가 인간처럼 걷고 뛰고 춤추는 것은 물론, 공중제비를 도는 모습도 공개했다. 영상에서 주변 지형이나 장애물을 뛰어넘으며 움직이는 고난도 동작도 선보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월4일 (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다.ⓒAP 연합

로봇,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

두 회사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개된 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테슬라 옵티머스의 경우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앞서 공개한 아틀라스가 인간과 흡사한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며 기대감이 커진 데 비해 옵티머스는 걷는 모습도 어색했기 때문이다. 머스크 CEO도 옵티머스 공개 행사 당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지만 무대에서 넘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최소한의 움직임만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옵티머스가 상용화하더라도 활용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슬라가 주가 부양용으로 옵티머스를 급하게 공개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이른 시일 내에 기술 발전을 이뤄낸 점과 강점인 소프트웨어를 살려 학습하며 진화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든다는 점은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차나 테슬라 같은 완성차 기업이 로봇 산업에 집중하는 것은 막대한 시장 잠재력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20년 444억 달러(약 63조4100억원) 수준이었던 세계 로봇 시장은 연평균 32% 성장해 2025년까지 1772억 달러(약 253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래 사업의 핵심으로 로봇을 일찌감치 점찍은 이유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2019년 10월 임직원들에게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면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머스크 테슬라 CEO도 지난해 AI데이를 통해 “우리의 차량은 어느 정도 지각이 있는 바퀴 달린 로봇이다. 사실 테슬라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로봇 회사”라면서 차량 이후 미래 먹거리로 AI 로봇을 지목했다.

로봇은 인간형뿐 아니라, 제조·물류·건설·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특히 이 분야에선 현대차가 경쟁사 에 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후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물류 로봇 ‘스트레치’ 등을 공개했다. 스팟은 로봇개 형태로 몸체와 다리 부분이 자연스럽게 서로 맞물려 움직이며 계단도 쉽게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팟은 고온, 혹한 등 극한의 상황이나 자연재해 지역, 방사능 오염 지역 등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위험 지역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스팟을 공장에 투입해 위험을 감지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경비원 역할을 맡게 할 계획이다. 스트레치는 창고 자동화를 위해 개발된 모델로 트럭이나 컨테이너에서 짐을 내리는 작업이 가능하다. 또 머신러닝을 기본으로 한 비전 시스템을 통해 처음 보는 박스도 인지할 수 있다. 현대차는 올해 말 스트레치를 상업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테슬라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 기업들도 로봇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혼다는 2000년 세계 최초로 직립 보행 로봇 ‘아시모’를 개발했고, 최적의 이동경로를 찾아 움직이며 길 안내를 하는 이동 로봇 ‘패스봇’도 선보였다. 도요타는 2020년 소형 배송 로봇인 ‘마이크로 팔레트’를 공개했으며 반려로봇 개념의 휴머노이드, 5G와 인공지능 기반의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등도 개발 중이다. 포드는 로봇 업체 ‘어질리티 로보틱스’와 협력해 최대 18kg까지 물건을 들 수 있고, 장애물을 통과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직립 보행 로봇 ‘디지트’를 개발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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