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에 퍼지는 시진핑 ‘종신 주석說’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09 08:05
  • 호수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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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임 대관식 앞두고 시민들 옥죄고 정적들 숙청…국경절 연휴 ‘시민 봉쇄령’에 곳곳에서 불만 분출

중국 최대 7일 연휴인 국경절이 시작되는 10월1일, 충칭(重慶) 시민 양밍(가명)은 위생 당국이 보낸 문자를 받았다. 핵심 내용은 이러했다. ‘연휴 기간 모이지 말 것. 모이더라도 식사 약속이나 모임을 최대한 줄일 것. 관혼상제는 간략히 치를 것. 여행을 떠날 경우 사람이 많이 모이거나 밀폐된 장소에 가지 말 것.’ 양밍은 필자에게 “일주일 전에도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며 “도대체 연휴를 즐기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듯 연휴 직전과 연휴에 시민들에게 ‘지시 문자’를 하달한 곳은 충칭시 당국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대다수 도시에서 당국은 시민들에게 비슷한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특히 수도인 베이징(北京)은 준(準)봉쇄에 돌입했다. 베이징시 당국은 관공서, 국영기업, 학교 등을 통해 10월1일부터 도시를 떠나지 말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연휴 기간에 베이징을 벗어난 공무원과 국영기업 직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녀를 둔 학부모와 외지가 고향인 대학생도 마찬가지였다. 베이징 시민 장춘리(가명)는 “자녀와 윈난(雲南)성으로 여행 가기 위해 예약했던 항공권과 호텔을 모두 취소했다”면서 “한동안은 베이징에 갇혀 있어야 하는 신세”라고 한탄했다.

ⓒKyodo 연합

“反시진핑 인권운동가들 구금당해”

이렇게 중국 당국이 연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이유는 10월16일 개최되는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회의(당대회) 때문이다. 당대회는 5년마다 열리는데, 올해는 시진핑 총서기의 3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1976년 문화대혁명이 끝난 뒤 중국 최고지도자는 10년만 최고위직에 재임했다. 장쩌민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 직후 총서기에 올랐으나 한동안 덩샤오핑의 그늘 아래 있었다. 1992년에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물려받으면서 실권을 잡았다. 그 뒤 10년 동안 총서기를 지내며 권력을 휘둘렀다.

후진타오는 덩샤오핑에 의해 후계자로 낙점된 뒤 2002년 총서기에 올랐다. 2005년에는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물려받으면서 모든 권력을 움켜쥐었다. 시진핑은 출발부터 전임자들과 전혀 달랐다. 2012년 10월 총서기에 올랐고, 2013년 3월 중앙군사위 주석도 차지했다. 과거 마오쩌둥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말할 정도로, 당권과 군권을 한손에 넣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실제로 덩샤오핑은 단 한 번도 총서기나 국가주석에 재임한 적이 없다. 당직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행정직은 부총리가 그가 차지했던 최고직이다.

그러나 1982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오른 뒤 10년 동안 절대권력을 휘둘렀다. 최고지도자의 10년 재임이라는 전통을 세운 이도 덩샤오핑이었다. 만약 시진핑이 3연임에 성공한다면, 개혁·개방의 총설계자 덩샤오핑의 위상을 넘어서는 존재가 된다. 15년 동안 장기 집권하는 지도자도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 이래 처음이다. 그렇기에 중국 당국은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대륙 전역을 통제하는 것이다. 현재 가하는 통제는 단순히 중국인들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데 있지 않다. 당대회 직전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사고를 방지하고 분출될지 모를 언로를 차단하는 게 목적이다.

막아야 하는 사건·사고의 첫 번째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다. 시진핑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통해 중국이 방역에서 승리했다는 점을 내정(內政)의 성공요인으로 꼽고 있다. 10월4일까지 중국 전체와 홍콩, 마카오를 합한 누적 확진자는 687만 명이고, 누적 사망자는 2만6609명이다. 중국 전체 인구가 14억 명을 넘어서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경이적인 방역 성과다. 시진핑과 중국 당국은 이런 결과가 제로 코로나를 앞세운 노력 덕분이라고 여러 차례 자찬해 왔다. 아시아 모든 국가가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와중에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는 이유다.

두 번째는 시진핑과 당국을 비판하는 일체의 활동이다. 외부로 전해지지 않았으나, 중국 내에는 시진핑의 3연임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런 비판 목소리를 강압적으로 잠재우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사회 비판적인 예술가 지펑은 9월 하순 공안 당국으로부터 베이징 집을 떠날 것을 명령받았다. 지펑은 “중국 전역에서 수천 명의 다른 활동가도 같은 명령을 받았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인권운동가 린성량은 “베이징에서 한참 떨어진 장시(江西)성에 나와 다른 활동가들이 구금되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SNS나 커뮤니티에 ‘시진핑’이라는 이름만 올려도 포스트나 글이 바로 삭제된다. 온라인 메신저에서 시진핑을 언급하면 플랫폼 운영자의 경고 메시지가 들어온다. 일상적인 소통의 언로조차 막아버린 것이다. 다른 한쪽으로 시진핑은 부패 혐의를 내세워 정치적 반대세력을 숙청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이가 푸정화 전 사법부장이다. 푸정화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시진핑의 집권 2기에 등용됐던 공안 책임자였다. 시진핑의 정적이던 저우융캉 전 정법위원회 서기와 링지화 전 통일전선부장의 단죄를 실무에서 진두지휘했었다.

9월22일 중국 CCTV는 푸정화 전 중국 사법부장이 뇌물을 받고 그의 형을 포함한 범죄자들이 불법행위를 숨기는 것을 도운 혐의로 사형 선고와 함께 2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AP 연합

광둥성에서 대규모 거리시위도

하지만 그는 장쩌민 계열로 성장했기에 ‘시자쥔(習家軍)’이라 불리는 시진핑의 측근 그룹은 아니었다. 따라서 2020년 갑자기 낙마했고, 9월22일 뇌물수수와 사리사욕을 위한 법 위반 혐의로 사형 선고와 함께 집행을 2년 유예하는 형을 선고받았다. 사형 유예는 목숨만은 살려주는 중국 특유의 고위 관료 숙청 방식이다. 푸정화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숙청된 차관급 이상 고위 관료는 30명에 가깝다. 9월8일에는 ‘중앙 8개항 규정’이라는 공무원에 대한 엄격한 근무 규정을 새로이 하달하기도 했다. 이런 현실에서 공직자들이 시진핑의 3연임에 반기를 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중국인들이 당국의 말을 고분고분하게 듣기만 하는 건 아니다. 최근 중국도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의 한파를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9월21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전망했다. 이는 중국 당국의 목표치인 5.5%보다 훨씬 낮고 아시아 주요 개도국의 전망치보다 낮다. 7월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인 19.9%에 달했다. 이렇게 경기가 얼어붙자, 중국인들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감을 분출하고 있다. 9월26일과 27일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거리시위가 대표적이다.

선전은 중국 전체 도시 중 3위의 경제 규모를 가졌으나 반복되는 도시 봉쇄로 성장률이 급락한 상황이다. 여기에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빌미로 봉쇄할 기미를 보이자,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격렬한 반대시위를 벌였던 것이다. 더 주목할 점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퍼지는 ‘시진핑이 마오쩌둥처럼 종신 주석이 되려고 한다’는 풍문이다. 이런 주장은 3~4년 전부터 해외 일각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9월부터 대륙 전체로 퍼지면서 마오쩌둥과 같은 ‘1인 종신 독재자’에 대한 우려가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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