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연계 효율” VS “성평등 정책 후퇴”…여가부 폐지안, 전망은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0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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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포괄·복합 기능, 다른 부처에서 해낼 수 없어”
Ⓒ연합뉴스
5일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기존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본부로 두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공개됐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는 5일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관련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조직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박홍근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보고하고 의견을 청취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가부 폐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성평등 정책이 복지부라는 거대 부처 업무 중 하나가 될 경우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여당은 복지부 내부에 여성정책과 가족정책을 담당하는 본부를 신설할 예정이므로 여가부 기능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전날 취임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가족정책과 인구정책을 한 부처에서 맡아 연계하면 더 효율적이고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성가족부라는 명칭을 반드시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 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등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반복되고 있고, 성평등 부처를 유엔도 권고하는 상황이므로 실질적인 성평등 강화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의당은 여가부 폐지 시도를 아예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윤해 정의당 부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성평등은 필요로 하지도 않고, 폭력 피해 여성과 경력단절 여성·다문화가족 지원에 의지마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여가부에 필요한 것은 성평등부 격상"이라고 했다. 

성평등 정책을 주도할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하나의 부처로서 여성가족부가 갖고 있던 법률 제안권, 예산 편성권, 부처 간 정책 조율 기능이 사라지고, 여성 정책과 관련해 다른 부처의 협조를 얻는 데도 한계가 있어 성평등 정책의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7월 2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새정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7월 2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새정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앞서 여가부 폐지 후 젠더 정책을 추진하는 다른 기구를 만들어보겠다고 했었지만, (복지부로의 흡수통합은) 그런 방식의 접근이 아니라 장관 빼고, 차관 빼고 부처를 묶어버리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여가부의 업무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고 다층적이고 폭잡하기 때문에 다른 부처에서 받기도 힘들도 제대로 해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밀어붙이는 방식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신 교수는 "정부가 여가부 기능과 역할을 파악하면서 쪼개고 끼워넣을 수 없는 업무라는 점을 알게 됐을 것"이라면서 "(여가부 폐지를 위한) 임시방편의 안일 뿐이고 국회 구조상 이 안이 통과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당역 사건, 가정폭력 피해, 한부모 가정의 어려움 등 (여가부가 필요한) 시급한 문제들이 많다. 정부가 여가부를 흔들지 말고 생산적인 일에 힘썼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여성계 등은 여가부가 맡던 가족·청소년, 여성권익 업무 등을 복지부로 이관해 '여성가족본부'(가칭)를 두는 정부 방안에 대해 "성평등 주무부처가 사라지면 여성정책이 구심점을 잃고 표류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전국의 286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전날 성명을 내고 "여성이 폭력 피해를 겪고, 일터에서 살해당하는 사회"라며 "성평등 정책 전담부처인 여가부의 책무와 권한이 더욱 강화돼야 하는데 정치적 위기마다 '여가부 폐지' 운운하며 여성 인권과 성평등 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정부와 국민의힘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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