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지지층 ‘대륙주’는 왜 尹에 등 돌릴까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0 10:05
  • 호수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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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60대·주부층 이탈이 지지율 하락 결정적 요인…지지층 회복 위해선 ‘경제 바로 세우기’ 주력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핵심 기반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정권교체’를 목표로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었던 유권자층이다. 특히 대구·경북(TK), 60대, 주부층은 윤 대통령을 검찰총장 시절부터 줄곧 지지해 왔던 지지층 중에서도 핵심 지지층이다. 이른바 ‘대륙주’라 불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윤 대통령과 다르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 기반은 ‘호사화’다. 호남, 40대, 화이트칼라가 핵심 지지층이었다. 윤 대통령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핵심 지지층의 국정운영 평가는 대통령 지지율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 결과가 좋고 나쁘고 여부를 떠나 핵심 지지층이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국정수행은 말짱 도루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해외 순방 이후 TK·60대 부정평가 54%로

윤 대통령의 영국과 미국 그리고 캐나다 방문 이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참담한 수준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9월27~29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24%,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65%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조문 외교, 한일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국민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뒤따른 이유로 해석된다.

특히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그 후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MBC와 대결하고 충돌한 영향도 지지율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만 18세 이상 20대는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고작 9%만이 긍정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자릿수 지지율이다. 전체 지지율보다 더 심각한 상태는 핵심 지지층이다. 겨우 올라가고 있었던 핵심 지지층 지지율은 해외 순방과 비속어 논란 이후 뒷걸음질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대륙주’ 중 첫 번째로 무너지고 있는 지지층은 ‘대구·경북’이다. 대구·경북(TK)은 윤 대통령의 뿌리이자 가장 근간이 돼온 지지층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노태우·이명박·박근혜 세 명의 대통령은 바로 이 지역 출신이다. 윤 대통령 당선 이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보수 정당의 대통령은 모두 TK 출신이었다. 다른 지역보다 이 지역의 지지를 등에 업어야 보수 정당 대권후보로 올라서는 게 가능했다는 의미다. 지역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보수의 본산 TK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한국갤럽이 취임 시점에 실시한 5월10~12일 조사에서 TK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68%로 거의 70%에 육박했다. 그런데 8월2~4일과 9월27~29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38%와 35%로 나타났다. 해외 순방 이후 결과가 더 위태롭다. TK에서 긍정 지지율도 내려갔지만 부정평가가 54%로, 한국갤럽 기준으로 취임 이후 최대치로 높아졌다(그림①). TK마저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모습이다. 멀리 있는 사람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의 배신이 더 무서운 법이다.

흔들리고 있는 윤 대통령의 두 번째 핵심 지지층은 ‘60대’다. 60대는 70대 이상과 함께 대체적으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높은 연령대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분석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정치 성향은 주로 남북 관계에 대한 인식 차이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60대면 한국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닐지라도 오랫동안 반공 교육을 받아왔고 정치·사회적으로 보수적인 사고방식에 더 익숙해져 있을 개연성이 있다. 70대와 비교하면 유권자 숫자도 더 많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영향력까지 감안하면 40대나 50대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는 세대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윤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은 60대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20대, 30대, 40대 그리고 50대는 정권교체 의향과 후보자에 대한 지지에 격차가 꽤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지만 60대는 정권교체 의향이 상당히 강했고 그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투표 의향이 뚜렷했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60대의 지지가 무너지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60대의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 지방선거 직후 6월7~9일 조사에서 67%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내림세를 보이다가 8월2~4일 조사에서 35%, 9월27~29일 조사에서 34%로 최저치를 찍었다. 부정평가 역시 57%로 60대 조사에서 가장 높은 부정평가 수치를 찍었다(그림②).

경제에 민감한 주부층 민심도 떠나가

세 번째로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이탈은 ‘주부층’이다. 가정 주부층은 대체적으로 보수적 성향으로 나타난다. 그런 이유는 일반적으로 가정 주부층은 대부분 여성인데 남성인 화이트칼라나 블루칼라층의 정치적 성향과 대조적이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고 정치 사안보다 가계 경제 등 실질적인 정책 현안 추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은 가정 주부층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파장으로 달아났던 주부층 민심이 윤 대통령을 통한 정권교체로 결집되었던 셈이다. 주부층이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니만큼 앞으로 지지율이 올라가기 위해선 주부층의 지지를 얻는 일은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렇지만 기대와 달리 주부층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취임 시점과 지방선거 직후에 각각 긍정평가 61%로 최고점을 찍은 후 갈수록 내려가는 추세다. 8월2~4일 조사에서 긍정평가가 31%로 나왔고 해외 순방을 다녀온 후인 9월27~29일 조사에서 긍정 지지율은 38%로 나타났다(그림③). 긍정 지지율만 놓고 보면 더 이상 핵심 지지층이 아니다.

아직 임기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윤 대통령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지율 회복 단계는 ‘집토끼부터 잡고 산토끼까지 잡는 전략’이어야 한다. 집토끼의 핵심은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대구·경북, 60대, 주부층이다. 이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핵심 지지층인 ‘대륙주’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국정운영 과제와 위태로운 국가경제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말하자면 ‘다시 세우는 대한민국’이다.

해외 순방에 대한 평가나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에 대한 진실게임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다. 무너지고 있는 핵심 지지층인 ‘대륙주’를 어떻게 돌려세우느냐에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운명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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