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래사냥을 하라” 유병호가 내부 문건서 밝힌 ‘유병호 스타일’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10.0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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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실세’ 유병호 사무총장 직접 만든 내부 지시사항 문서 단독 입수
“고래사냥 선봉에서 방해세력에 대응했다” ‘월성 재감사’ 등 업적 나열
“법문 해석도 팀플도 모르는 ‘어떤 생명체’ 때문에 실적 공개”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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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 조사 요청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감사원 ‘실세’ 유병호 사무총장의 업무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는 감사원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 유 총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좌천됐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깜짝 영전한 인물로, 복귀 후 ‘적폐 진상 규명’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 온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5일엔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과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2021년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당시 감사원 공공기관 감사국장)의 내부 지시사항에는 유 총장 스스로 정리한 자신의 성공 ‘노하우’가 제시돼 있다. 유 총장은 이틀에 걸쳐 20페이지가량 되는 문서를 작성한 후 감사원 구성원 전원에게 이를 공유할 것을 주문했다. 유 총장은 평소 내부 직원들에게 “송사리·피라미급 사건엔 관심도 갖지 말라. 고래를 사냥하라”고 강조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해당 문서 안에서도 ‘고래 사냥’, 즉 큰 인물과 큰 사건을 잡으라는 메시지를 자주 강조했다.

자신의 고래사냥 성공 사례로는 ‘월성1호기 재감사’를 가장 앞세웠다. 이와 함께 2006년 바다이야기, 2008년 직불금 사태 해결, 2017~2018년 수리온 보강 감사 등을 업적으로 나열했다. 특히 바다이야기를 언급하며 ‘현역의원을 직접 조사하거나 선봉에 서서 지휘한 사례’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의 임무수행 스타일’이라는 제목의 내용 속에는 “늘 배가 항로대로 순항하도록 팀의 선봉에 서서 준비설계(망원경 투사)부터 기본설계(돋보기), 상세·조사 설계(현미경), 실행작업, 설명자료와 보도자료 작성, 감사 저항 극복·해결, 정무적 대응까지 직접 이끌고 가는 스타일”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담겼다. 그러면서 “특히 큰 고래사냥은 내가 선봉에 서서 동지, 팀원들과 직접 사건을 완성하고 방해세력에 대응해 나갔다”고 적었다.

그는 이러한 지침을 내리게 된 이유로 “여러 번 직을 걸고 망가진 조직을 구해 놓았더니 법문도 해석할 줄 모르고 팀플레이가 뭔지도 모르는 ‘어떤 생명체’가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일 잘하는 줄 착각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그동안의 감사 실적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당시 유 총장이 언급한 ‘생명체’가 정확히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내부 인사 중 한 명일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전입 직후부터 수석, 초대 기동감찰과장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연차별 주요 실적을 나열한 유 총장은 “가급적 프로급의 실력을 갖춰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상어급 이상의 사냥에 몰입해 국가와 국민에게 의미 있는 임빠꾸(임팩트)를 주는 감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가끔 억울하게 피해당한 국민 등도 긁어줘야 한다”며 “그래야 국회 등 대외관계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노출하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또 그는 과거 '화제의 인물'로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던 점, 감사원 내 ‘최고의 스나이퍼 대회’에 출전에 수상한 점 등을 업적으로 소개하며 “관련 기록과 증인은 모두 합심해 뒤져주길 강력하게 희망함. 지금 당장 네이버 검색부터 해보라”며 자신의 정보를 적극 찾아보길 직원들에게 권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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