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은 뒷전? ‘친일국방 블랙홀’ 빠진 여의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1 15: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미‧일 군사훈련에 野 “日우익 원하는 것”…與 “안보 망치는 망언”
정진석, 비판 과정에서 ‘친일 논란’ 휘말려…유승민 “사퇴하라” 직격
사진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일본을 한반도로 끌어들이는 자충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선이 일본군 침략으로 망한걸까.”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정진석 의원과 같은 생각 결코 하지 않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지만, 여야의 시선은 다른 곳에 쏠린 모습이다.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 한‧미‧일 해군이 합동훈련을 벌인 것을 두고 여야가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대통령실은 안보를 위한 정당한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친일 국방”이라는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며 논란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난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주장을 두고 이견이 불거지며 내홍 조짐이 이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는 11일 긴급 안보대책회의를 갖고 한‧미‧일 3국의 동해 합동훈련과 관련, “(안보) 위기를 핑계로 일본을 한반도에 끌어들이는 자충수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좌시할 수 없는 국방 참사이고 안보 자해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일본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한다는 시그널(신호)을 줄 수가 있다. 그리고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며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과의 군사 합동훈련은 북중러의 군사적 결속을 자극해 한반도 냉전체제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국가적 재앙인 일본과의 군사동맹 우려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국민께 소명하고 한미일 합동 실전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안보 망언’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친일 역사관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이에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정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의 일본군 한국 주둔설은 문재인의 ‘김정은 비핵화 약속론’에 이어 대한민국의 안보를 망치는 양대 망언이자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오늘부터 무비자 관광객 입국을 전면 허용한다. 일본 간사이 공항을 통해 오사카로 들어가는 우리 젊은이들이 ‘일본과 해상 훈련을 하면 욱일기를 단 일본군이 우리 땅에 진주한다. 구한말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는 (이 대표) 주장에 과연 공감할까”라고 반문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조선의 역사를 거론했는데, 이 발언이 논란을 불렀다. 정 비대위원장은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라며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 고구려도 내분이 있었는데 그럼 당나라의 침략으로 망한 것이 아닌가요?”라며 “러시아 침략에 역성드는 것도 기함할 노릇인데…”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을 대표하고 있는 비상대책위원장께서도 보다 유연하고 열린 태도를 보여주시길 촉구한다”며 “아무리 조선 왕조 말기에 내부가 썩어 곪아터졌다 해도, 일본이 조선의 국권을 강제로 침탈한 것은 그 어떤 논리로도 옹호될 수 없는 역사적 죄악”이라고 지적했다.

유력한 당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정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이게 우리 당 비대위원장의 말이 맞나”라며 “이재명의 덫에 놀아나는 천박한 발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당장 이 망언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임진왜란, 정유재란은 왜 일어났나. 이순신, 안중근, 윤동주는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쳤나”라고 반문한 뒤 “우리 국민의힘은 정진석 의원과 같은 생각을 결코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